김헌태논설고문

선거가 끝나면 통상적으로 논공행상이 꼭 뒤따른다. 선거철의 공헌도에 따라 한자리를 차지하는 정무직 인사를 비롯해 공기업이나 각종 단체에 이른바 낙하산 인사가 난무한다. 특히 인수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막강한 조직은 곧바로 각종 자리를 차지하는 등용문으로 불릴 정도다. 여기에서 한술 더 떠 학연이나 지연, 혈연까지 겹쳐지면 선거이후에 당선자들은 그야말로 골머리를 썩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특히 선거이후를 노리는 정상모리배들이나 선거꾼들이 캠프주변을 넘나들며 얼굴도장을 찍는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언제나 선거이후 당선인들은 코가 꿰어 이른바 노리갯감이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 이번 지방선거이후에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취임식을 갖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빚어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방권력의 새로운 탄생과 더불어 속출하고 있다. 광역이건 기초단체장이건 교육감이건 예외가 아닌 듯하다. 선거철에 지지선언을 했다는 등의 이유로 선거판의 지대한 공로자임을 내세우며 허세를 부리는 인물들로 인해 선출직들이 그야말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행태가 지속된다면 건전한 지방자치의 발전은 요원해 질 수밖에 없다.
지방인 세종시에서는 초기부터 정무부시장 인선을 둘러싸고 집중포화를 맞았다. 고졸기업인 출신인 이모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은 고졸 출신으로 자수성가해 기업을 일으키고 성공 신화를 쓴 경제전문가라고 하고 있지만 호텔분양 피해의혹을 비롯해 여러 가지 사회적 물의가 있다며 언론의 질타와 논란을 빚었다. 다른 지역에서도 논공행상의 후유증이 잇따르고 있다. 아마도 임기가 지속되는 한 선출직들은 각종 인사로 인한 안팎의 압력과 청탁에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인수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낙하산 인사는 물론이고 선거판을 기웃거렸던 정상모리배(政商謀利輩)들이나 저열한 선거꾼들이 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출범한 자치단체장들의 목줄을 죄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참으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마치 자신이 실세인양 허세를 부리며 가득이나 바쁜 자치단체장들을 사석에 불러들이는 것도 다반사라고 하니 더욱 그렇다. 한마디로 자치단체장을 내가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식이다. 학연과 지연, 혈연을 내세우는 것은 물론 선거철에 앞장서서 도와주었다는 것을 내세우며 고삐를 쥐고 흔들고 있다. 철퇴를 내려야할 암적인 존재들이다. 이들이 창궐하는 한 지방권력은 병들고 썩을 수밖에 없다.
그런가하면 감동적인 대화내용도 있다. “선거철에 많이 도와주어 그 은혜를 잊지 않겠다.”라고 하는 모 자치단체장의 말에 화답한 다음과 같은 말이 감동을 준다.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저는 오로지 훌륭한 청장님이 되는 것만을 바랄 뿐입니다. 부담 갖지 말고 소신껏 열심히 주민들을 위해 일해 주십시오.”라는 한 장애인리더의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논공행상이나 허세를 부리는 것조차 부끄럽게 생각한다. 물론 선출직이다 보니까 많은 사람들은 만나 당선되면 어떻게 해주겠다는 선약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을 것은 분명하다. 어느 후보는 같은 정무직 직책을 40여명에게 주겠다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물론 사실 여부를 떠나 그 부담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순수하게 캠프에 몸을 담고 선거운동을 도와주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4년 동안 이어지는 후속인사를 보면 그 답은 분명히 나온다. 불협화음도 늘 동반된다. 인사 청탁이나 요구가 끊이질 않으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선출직이 갖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여기에 있다. 대쪽 같은 인물이라면 못해먹겠다는 자조적인 말이 나올 법한 상황이다.
문제는 선출직 자치단체장을 쥐락펴락하며 허세를 부리는 정상모리배와 같은 인물들을 척결하는 것이다. 요즘 업무보고를 받고 새로운 직책과 진용을 갖추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자치단체장들을 사석으로 ‘오라 가라’ 하고 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끌려 다니는 자치단체장들의 모습이 안타까울 정도이다. 이런 것들이 정상적인 지방권력의 일탈을 불러오고 자치단체장들의 소신 있는 자치행정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수렴청정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선거를 도왔다는 이유로 자치단체장들의 코를 꿰고 허세를 부리는 인물들이 창궐한다면 앞으로 많은 부작용이 속출하게 될 것이다. 이는 부정부패와 비리로 이어지고 각종 시비에 휘말리는 단초가 될 수 있다. 패가망신 당하지 않기 위해 선출직 공무원들이 더욱 철저하게 주변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작금에 지난 정권의 알박기 인사가 논란의 중심이 되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권 말기에 단행한 공기업 등의 각종 인사가 현 정권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임기주장이 낮 뜨거울 정도다. 사실 이는 정권말기까지 이어지는 돈키호테식 논공행상의 인사에 다름 아니다. 이렇듯 중앙정부에서도 낙하산 인사를 서슴지 않고 자행해 왔다. 그 폐해를 지적하고 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최근에 현 정권에서도 여당 원내대표가 9급 정무직 공무원을 대통령 실에 심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새 정부도 지난 5월 10일 공식 출범했으니까 석 달도 채 되지 않았다. 엄청난 인사가 지속될 것은 뻔하다. 아마도 한자리 차지하기 위해 물밑작업이 한창일 것이다. 중앙정치 권력의 암투는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그 귀추가 주목되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만은 않다.
지금 대한민국은 여러 가지로 위기 상황이다. 코로나로 지친 경제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물가 치솟고 금리는 오르고 서민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선진국 타령을 하며 허세를 부릴 그런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도 국회는 여야 간 자리다툼으로 수준이하의 작태를 보이고 있다. 국민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허송세월을 보내며 국민 혈세만 축내고 있다. 여당은 젊은 30대 대표의 성상납의혹이니 뭐니 해서 콧잔등 아물 날이 없다. 늘 내부 싸움질 정치에만 골몰하고 있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형국이다. 당연히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정당의 지지율만이 아니다. 그 파편이 대통령에게 까지 튀어 대통령지지율마저 위기상황을 맞고 있을 정도이니 도대체 이게 여당이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방인 세종시에서는 시당위원장 선출과 관련 추태가 연출되며 분란을 자초하고 있다. 중앙이나 지방할 것 없이 권력다툼이나 자리다툼이 극심하다. 한마디로 온통 개판인 나라꼴이다. 이대로는 파국만이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새로 출범한 지방권력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방권력의 주변에서 기생하며 자치단체장들의 권위와 위상을 추락시키는 인물들을 단호히 척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은 마치 점령군처럼 ‘늘공(정통 관료)’위에 군림했다. 지방권력이 갈지(之)자 걸음을 걷게 되는 부작용으로 작동해 왔다. 이런 우려도 매우 크다. 특히 지차단체장을 쥐락펴락하는 인물들의 창궐은 부정부패와 비리로 이어지는 위험천만한 것이다. 출범초기부터 위험상황이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자치 발전을 저해하는 세력들의 준동을 막기 위해서는 철저한 감시와 철퇴가 내려져야 한다. 물론 선출직 자치단체장의 나약한 처세도 당장 멈추어야 한다. 시민단체들도 자치단체장이나 교육감을 흔드는 불순세력들을 척결하는데 앞장 서야 한다. 학연과 지연, 혈연에 얽매이거나 혹시 선거철 뒷돈을 대주었다는 약점이나 명목 때문에 정실인사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이는 유권자인 주민들을 우롱하는 행태로 불행한 결말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자치단체장이나 교육감이나 선출직 공직자들은 자긍심을 갖고 지도자로서의 위상과 권위를 되찾고자 하는 당당함과 새로운 각오, 강렬한 의지가 스스로 넘쳐야 한다. 이것이 주민을 위한 길이며 위험에 빠진 지방권력을 보호하고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첩경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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