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란 말이 있다. 4서(四書)의 하나인 대학(大學)에 실린 명언이다. 자신을 닦은 후에야 집안이 바로 잡히고,집안이 바로 잡힌 후에야 나라가 다스려지며, 나라가 다스려진 후에야 천하가 평안해진다는 말이다. 생각이 성실해지면 마음이 바르게 되고, 마음이 바르게 된 후에야 비로소 자신을 닦을 수 있다는 뜻도 함축하고 있다. 오늘날 이 말이 더 깊이 다가오는 것은 바로 정치지도자들의 행실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정치지도자 들에게 도덕과 윤리가 강조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정치권에는 윤리의식이 결여된 인물들이 많았던 것 같다. 일일이 예거하지 않더라도 성문제 등과 관련 표리부동한 행각으로 정치생명이 끊어지고 개망신을 당한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다. 심지어 교도소에 가고 목숨까지 잃는 경우가 있었다. 국민들에게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수신제가를 이루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 과대 포장되어 대중 앞에 서 왔다는 점에서 그 실망감은 매우 컸던 것 같다.
작금에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는 성추문과 관련된 이슈가 끊이질 않고 있다. 여당은 성상납 추문과 증거인멸교사라는 문제로 윤리위원회까지 열리며 호떡집에 불난 듯하다. 당대표라는 사람이 이 중심에서 이른바 권위와 신뢰를 상실하고 있다. 도대체 과거에 무슨 짓을 어떻게 했기에 이처럼 추악한 스토리가 세상에 나왔는지 모를 일이다. 옛말에 아닌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느냐는 말이 있다. 무엇인가 단추가 잘못 끼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7억 원이란 투자금 명목의 묘한 각서와 성상납을 받지 않았다는 확인서의 동시 등장은 누가 뭐래도 증거인멸의 냄새가 난다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묘한 시기에 그것도 거액의 돈이 투자금이라는 명목으로 등장하는 이유가 정말 궁금하다. 성상납과 증거인멸 교사 등이 사실로 판명이 날 경우 그 충격파는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성상납의 공소시효를 논하고 있지만 윤리에는 공소시효가 없음을 간과해서는 결코 안 된다. ‘눈 가리고 아웅’ 한다거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어리석음은 통하지 않는 세상이다. 젊은 세대를 대변한다는 인물이 교언영색으로 국민을 우롱한다면 이는 천부당만부당한 사태로 국민의 심판을 면할 수 없다. 아무렇지 않은 일로 윤리위원회가 열리고 시간을 낭비할리는 없을 것이다. 그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점 의혹이 없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성희롱성 발언으로 당원 자격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모 국회의원이 마치 억울하다는 입장으로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른바 불복의사를 보인 것이다. 반성이나 개전의 정이란 눈곱만치도 없는 듯하다. 원인제공을 자신이 해놓고 문제가 커지니까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발뺌을 하는 모습을 보면 연민의 정을 금치 못한다. 모름지기 정치인들의 언행은 국민들의 초점이 되는 만큼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지도자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언행불일치는 곧 수신제가가 되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윤리의식이나 도덕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자신이 던진 성희롱발언을 그게 아닌 것으로 치부하며 억울하다는 듯이 항변을 한다면 윤리심판원의 중징계가 잘못되었다는 것인데 이들이 하릴없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생각해야 한다. 삼척동자도 웃고 소도 웃을 일이다. 국민들도 이미 다 아는 사실이 되고 있다. 모 국회의원은 성비위, 성추문 의혹으로 제명까지 당했다. 본인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고 하지만 정당이 아무 이유 없이 소속 국회의원을 제명까지 할 것이라고 보는 국민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전개되는 스토리가 참 한심하기 그지없다.
과거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충남지사들의 성문제는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다. 그 충격파는 대단했다. 정치생명은 물론 목숨까지 끊어지는 비극을 낳았다. 이 과정에서 진실게임은 극에 달했다. 아무리 변명하고 항변해도 한번 엎질러진 물은 주어 담지 못했다. 국민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의 기대를 모았던 인물들이었기 때문이고 정치지도층들이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꼭 상대적으로 피해자들이 발생했다. 이들의 고통과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마도 평생을 정신적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갈 것이 분명하다. 정치인들의 표리부동한 행각으로 인한 불행한 사태들의 모습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는데도 이런 유사한 행각이 근절되지 않고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분명 도덕불감증이나 윤리의식결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추한 모습이 드러나도 비겁한 변명과 항변이 나오며 시정잡배와 같은 추한 모습을 또다시 접하게 되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정치인들의 성추문과 관련해 공소시효를 논하는 것은 논리의 모순이다. 추행이 들통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도 착각이다. 도덕과 윤리에는 공소시효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치인들에게는 더욱 철저한 윤리의식이 요구되고 있다. 국민의 모범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도자의 길을 걷는 정치인들에게는 더욱 엄격한 것이다. 언론인들에게도 늘 엄격한 윤리강령이 적용이 되고 공직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자신이 큰 인물이 되어 국민 앞에 설지 모르고 함부로 행동을 하다 뒤늦게 후회하고 엎질러진 물을 주어 담으려고 안간힘을 쓴다고 해법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진실게임은 진위여부를 떠나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 반성은커녕 갖은 변명으로 일관하며 추한 매화타령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가소롭기도 하고 식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정치지도자의 도덕과 윤리의식은 매우 엄격히 요구되고 있다. 큰 바위 얼굴이 자신임을 모르고 시정잡배처럼 행동하다가 뒤늦게 개망신을 당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른바 정치인과 언론인, 연예인 등의 X파일이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런 약점도 모아놨다는 이이기로도 들린다. 정치인들의 성추문과 진실게임을 보면서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정치지도자들은 모름지기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항상 바르게 가져야 한다. 이들의 정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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