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제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보궐선거가 막을 내렸다. 과연 민심은 어디에 있을까 궁금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3월 대선에 이어 국민의힘이 전국을 석권했다. 지난 지방선거와 총선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6.1지방선거는 지난 7회 지방선거와는 달리 더불어민주당이 참패를 당했다. 지난 2018년 민주당이 차지했던 서울-인천-부산-울산-경남-대전-세종-충남-충북-강원을 국민의힘에 모두 넘겨줬다. 민주당은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광주-전남-전북-제주-경기 등 고작 5개 지역만 지켜냈다. 국민의힘은 광역단체장은 물론 구-시-군 총 226개 지역 중 145개 지역을, 시-도의원 총 779석 중 491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방권력을 장악함에 따라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궐선거도 7명 가운데 국민의힘이 5명이 당선되었다. 민심의 무서운 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투표율이 무척 낮았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율 잠정치가 50.9%로 역대 8번의 지방선거 중 두 번째로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6·1 지방선거에서 광주지역 투표율은 37.7%로 전국 최하위 투표율이자, 역대 광주지역 최저 투표율이다. 3개월 전 치러진 광주 지역 대선 투표율 81.5%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지난 번 제 7회 지방선거(60.2%)보다는 9.3%포인트 떨어졌다. 6회(56.8%), 5회(54.5%), 4회(51.6%), 2회(52.7%), 1회(68.4%)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적게는 0.7%포인트에서 최대 17.5%포인트까지 낮았다.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2002년 치러진 3회(48.9%)때보다는 유일하게 2%포인트 높았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2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전남의 투표율이 58.5%(92만4000명)로 가장 높았고, 광주(37.7%)는 가장 낮았다. 수도권 3개 지역(서울 53.2%·경기 50.6%·인천 48.9%)의 투표율은 인천을 빼고는 평균치를 넘어섰다. 전국 17개 시도의 투표율을 보면 전남(58.5%), 강원(57.8%), 경남 (53.4%), 서울(53.2%), 제주(53.1%), 경북(52.7%), 울산(52.3%), 세종(51.2%), 경기(50.6%), 충북(50.6%) 등 10개 시·도는 50%를 넘었다. 하지만 충남(49.8%), 대전(49.7%), 부산(49.1%), 인천(48.9%), 전북(48.7%), 대구(43.2%) 등 6개 시·도는 40%대, 광주(37.7%)는 30%대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체 투표율은 지난 대선 77.1%로보다 크게 낮았다.
비록 투표율이 낮았지만 이는 유권자의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들의 마음도 담아있다. 49.1%의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50.9%의 투표율로 보여준 민심은 더불어민주당의 심판이었고 국민의힘의 완승이었다. 지난 7회 때 전국을 석권하던 더불어민주당은 한마디로 초토화되어 버렸다. 한마디로 난파선이 되어버린 형국이다. 오만과 독선이 불러온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검수완박 입법강행에서부터 당 개혁을 둘러싼 비대위의 파행, 계파싸움 등은 국민의 등을 돌리게 했다. 여기에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청문회에서 보여준 수준이하의 모습은 국민의 실망을 넘어서 조롱거리가 되어버렸다. 국회의석수가 많다고 벌이고 있는 무모한 입법강행은 국민 감동은커녕 국민들의 탄식을 자아내고 있을 지경이다. 이런 오만과 독선의 정치가 선거를 통해 국민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이런 모습이 지속된다면 오는 2024년 총선,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에서도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 분명하다. 감동이 없는 정당으로의 전락이 우려되는 상황임에 틀림이 없다.
대선승리에 이어 지방선거도 완벽한 승리를 거머쥔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권은 이제 국정장악력과 추동력을 갖게 되었다. 광역자치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도 석권하고 서울을 비롯해 지방의회도 안정권을 유지하면서 그야말로 새로운 지평을 향해 달려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곧 ‘첫째도 경제요, 둘째도 경제요, 셋째도 경제’라고 외치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방향을 제대로 지켜낼 수 있는 희망의 신호탄이 아닐 수 없다. 손실보전금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돌아가고 있지만 600만원, 1,000만원을 갖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 코로나19로 초토화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를 풀고 악질적인 조세행정을 개선해야 한다. 과거 정권에서 국민들과 기업들로부터 고혈을 쥐어짜듯 적용해온 법인세와 부동산 관련 각종 세제를 정비해야 한다. 만약 승리에 도취되어 겸손하지 않고 교만과 오만, 독선의 정치를 펼친다면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재탕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번 선거에서는 다시금 무서운 유권자의 민심과 정치심판의 백미를 보여주었다.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국민의 실망감을 더하는 정치행태는 이제 더 이상 발을 붙일 수 없는 시대를 맞았다. 이런 뼈아픈 교훈을 민심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방권력과 중앙권력을 장악한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정치를 잘해서 표를 던져준 것으로 착각해서도 안 된다.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의 작금의 행태에 실망해 민심을 작동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투표를 포기한 49.1%의 말없는 저항의 소리도 이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과 같다. 지난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초토화된 정당이 다시 일어난 것처럼 국민을 위한 정의로운 진실정치를 한다면 언제든지 국민들의 마음을 다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각 정당들은 무서운 유권자의 힘과 국민의 마음인 민심을 바로 알고 마이동풍식 정치나 사오정놀이 같은 오만과 독선, 교만의 정치 시대를 종식시켜야 한다. 이번 선거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참된 정치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에게는 갈지(之)자 행보를 보여 왔던 대한민국 정치의 정상화가 그래서 절박했던 것이다. 권력을 넘겨받는 위정자들은 작금에 대한민국이 헤쳐 나가야 할 경제현안을 비롯한 각종 난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로지 국민만을 보고 달려간다는 약속을 분명히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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