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시인/김진호

허상만 쫒는 대전정치인들 각성해야

성하의 계절이 다가오면 제일 먼저 뻐꾹새 울음이 생각이 난다. 스스로 둥지를 만들 생각은 하지 않고, 다른 새 둥지에 몰래 알을 낳고, 뻐꾹, 뻐꾹, 뻑 뻐꾹 연신 애절한 울음을 토하면서 어미 목소리를 기억시키는 ‘얄미운 새 말’이다. 우리는 이를 뻐꾹새 탁란(托卵)이라 부른다. 정치인들을 쏙 빼 닮은 참 신기한 새다. 그렇다. 탁란의 계절이 지나고 나면 우리는 뻐꾹새 울음을 들은바가 없으니 하는 말이다. 정치인들도 그렇다. 특히, 우리 대전 정치인들 말이다.

우리 대전은 대한민국을 과학입국으로 키워낸 인큐베이터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리 ‘대전을 과학도시’라 부른다. 그러나 지방자치 32년을 허송세월 한 지금도 대전이 과학도시인가하는 물음에는 할 말을 잃는다. 무늬만 과학도시라는 게 150만 시민다수의 생각이니 하는 말이다. 2조원 정도를 쏟아 부은 ‘93대전엑스포 덕에 여타 도시보다 성장잠재력이 월등했던 우리 대전이 어쩌다 ‘꿈도 비전도 없는 도시’로 전락했는지는 좀 따져봐야 할 일이다.

그랬다. 1973년 첫 삽을 떴던 ‘대덕연구단지’는 과학입국을 꿈꾸던 박정희대통령이 남긴 유일무이(唯一無二)한 한국형 실리콘벨리다. ‘30년 전 성취동기가 30년 후 그 사회의 성공여부를 결정 한다’는 진리를 기초과학(R&D) 세계1등 도시로 입증한 과학도시임이 분명하다. 이에 힘입은 우리나라 과학 기술력은 지금 세계 6위를 자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년 과학입국 성공신화를 썼던 대덕특구는 지금 빈껍데기만 남아 초라(綃羅)한 상태다.

지방자치 32년 동안 뻐꾹새 새끼들만 키워낸 탓이다. 본격 지방자치가 실시됐던 민선 1기 때만해도 대전은 꿈과 희망이 넘실거리는 과학 도시로 전혀 손색(遜色)이 없었다. 전술한바와 같이 ‘93대전엑스포를 기점으로 조성된 도시 인프라는 대전이 세계 제일의 과학 도시로 성장하기에 충분하였고, 여기에 홍선기시장의 세계과학기술도시연합(WTA)의 창설은 우리 대전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과학기술 선진국으로 자리매김 할 절호(絶好)의 기회였다.

‘탄소중립’을 미리 예견하셨음인가. 1996년 [대전시환경기본조례]를 제정하고 세계과학기술도시 40여 개국을 결집하여 우리 대전을 세계과학기술도시연합 의장국으로 자리매김 시킨 홍선기 시장의 비전을 후임 시장들이 제대로만 발전시켰더라면 아마 우리 대전은 지금 쯤 전 세계과학기술을 아우르는 ‘세계 1등 과학도시’로 우뚝 섰을 텐데, 그간의 대전 시장과 시의회를 비롯한 대전 정치인들은 왜 그리들 허상(虛像)만 쫒았는지 알다 가도 모를 일이다.
뻐꾹새 탁란을 막아야 대전이 삽니다.

오는 6.1 지방선거는 향후 ‘대한민국 30년 성취동기를 부여’할 매우 중차대한 선거다. 74년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하는 주사파들을 척결 할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지난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어쩌다가 거저 탄생하게 된 보수정권이 아니다. 의원내각제에 현혹되어 DJP 공동정부를 탄생시키는 바람에 DJ로 하여금 완벽한 좌파정치기반을 내주었던 좌파광란의 정치를 실로 25년 만에 찾아온 보수정권이기에 하는 말이다.

당시, 의원내각제를 파기당한 김종필 총재를 향해 ‘지금 좌파들과 결별하지 않으면, 머지않은 장래에 우파는 좌파들의 칼끝에 매달려 피눈물을 흘리게 될지도 모른다.’ 며 DJP 결별을 강력촉구하고 자민련을 탈당한 김용환, 이인구 두 분 부총재의 애절한 절규가 눈에 선하다. 무대접(武待接) 충청도의 몫을 찾아 나섰던 충청의 정치거목 두 분이 그렇게 장치현장을 떠난 후 한국정치는 결국 좌파들 망나니칼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필자는 우리 대전이 좌파정치 산실로 급변한 이유를 1997년 탄생한 DJP공동정부를 기반으로 창당한 ‘열린우리당’ 때문이라 보고 있다. 2002년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된 Y시장이 2004년 갑자기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바꾸면서, 갑자기 보수 지향적이던 대전을 좌파성향으로 돌변시켜버렸다. Y시장의 충격적인 정치행보는 전형적인 대전 보수정치를 진보정치로 급반전시킨 일대사건으로 회자(膾炙)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필자는 Y시장의 정치적 소신을 나무랄 생각은 없다. 다만, 충절의 고장 대전 충청의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버린 아쉬움을 토로하고 싶은 거다. 어떠한 경우라도 민선시장은 모름지기 그 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역을 발전시켜야 한다. 그런데 Y시장은 그러질 못했다.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삼아 대덕특구를 산산조각 내는 노무현정부로부터 ‘과학도시 대전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잘못은 평가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그랬다. 지난 10수년 동안 우리 대전이 진보정치로부터 받은 성적표는 너무 초라했다. 노무현 정부시절에도, 지역 국회의원 6명을 모조리 배출한 문재인 정부시절에도 우리 대전은 언제나 빈손이었다. 차라리 빈손이라면 그나마 괜찮겠다. 과학패권국가로 도약 할 세계과학기술도시연합(WTA)마저 해체하는 머저리 같은 시장을 뽑아놓고 희희낙락 하는 대전 시민들이 불쌍할 따름이다. 150만 시민 모두가 뻐꾹새 탁란을 단연코 막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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