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2022년 5월 10일 새로운 정권이 탄생한다.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는 오전 11시 국내 인사와 외빈 등 총 4만1,000명이 초청된 가운데 20대 대통령취임식이 열리고 윤석열 대통령 탄생을 알린다.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라는 슬로건 아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다. 정권이 교체되는 것이다. 권력이 이동하고 여당과 야당이 바뀌게 된다. 5월 10일 정오에는 조선시대 500년, 그리고 대한민국 건국 이후 74년, 600여 년 동안 닫혀 권력 상징이었던 청와대도 무료로 개방되어 시민의 품으로 돌아간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는 순간을 맞게 된다. 청와대 뒤편 백악정 대통문도 개방되어 북악산 등산로로 이어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일 당일 국방부 청사 5층에서 집무를 시작하게 된다. 정권교체에서부터 청와대개방, 용산집무실 이전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자 새로운 변화의 거대한 용트림이다. 앞으로 5년 동안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자못 궁금하기만 하다.
안타까운 것은 윤석열 정부가 탄생하지만 국회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의 대립과 갈등으로 인해 주요 각료들의 임명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완전체를 갖추지 못하고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서 행정공백의 우려도 낳고 있지만 이런 진통이 장기화될 경우 국회의 몽니에 대한 국민저항과 비판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의 국회인준에서부터 주요 장관후보자 6명에 대한 국회인사청문회 보고서의 채택거부에 이르기까지 윤석열 정부 출범을 코앞에 두고도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보면 이것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권력싸움을 하자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 세간의 지적이다. 새 정부 길들이긴지 아니면 앞으로 전개될 새로운 정부시대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인지 갈등의 골이 심상치 않다. 이미 검수완박과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극한 대립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역대 이처럼 추한 정권교체 모습이 있었는지 의아할 뿐이다.
8대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지방도 진통이 극심하다. 경선을 둘러싼 잡음이 전국적으로 끊이질 않고 있다. 고소고발 사태도 잇따르고 있다. 경선불복을 외치면서 기초단체장 예비후보, 시의원예비후보 등의 반발이 거세다. 전략공천도 마찬가지다. 늘 있어온 현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심해 자칫 지방권력마저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달을 우려까지 낳고 있다. 향후 각 당들은 투명하고 정확한 공천규칙을 통해 후보자들 선정해야 하는 문제를 낳고 있다. 마치 철저한 검증절차를 거치는 것처럼 요란을 떨고 있지만 내세운 후보자를 보면 흠결투성인 인물들이 보인다는 사실이 이 같은 이율배반의 모순된 상황을 보여준다. 유권자들의 실망이 선거를 치르기 전부터 매우 큰 것도 숨길 수 없는 지방선거 공천의 현주소이다. 여기에다 기득권을 갖고 있는 지방정치권력들이 장기간에 걸쳐 교묘하게 펼쳐놓은 하부 조직을 이용하여 불공정하고 암약적인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알만 한 사람들의 입질에 오르내리는 사안이다. 지방분권이 갖는 가장 우려되는 악습 중에 하나인 토착세력과 토호세력들의 준동이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양상이다. 이분법으로 대립하는 지방권력의 준동은 앞으로 공직사회조차도 자칫 분열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의 냉철한 자세가 더욱 요구된다. 민주주의 선거, 풀뿌리민주주의라는 미명아래 대립과 반목, 공직자 줄 세우기라는 허상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력 후보자 캠프에는 공직자출신들이 넘쳐난다. 이른바 잘 되면 한자리 챙길 수 있다는 심리의 작동이라는 지적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의 시행으로 주민자치도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되지만 중앙정부 못지않은 진통은 매 한가지인 듯하다.
중앙정치든 지방정치든 경선과정 등 선거 전반을 살펴보면 아주 뚜렷한 특색이 보인다. 경선탈락자든 통과자든 이기고 지는 게임에 승복하거나 멋진 모습을 보이는 감동적인 모습이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아예 탈당을 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이들의 모습을 정리해보면 ’멋지게 이긴 사람‘,’이겨도 진사람‘, ’져도 이긴 사람‘, ’지고도 또 진사람‘으로 대별되는 것 같다. 이겨도 진 사람이 본선 경쟁력이 있을 리가 없을 것이다. 도덕적 흠결이나 자질 문제가 걸러지지 않은 후보를 본선에 내놓고 당선을 기대하거나 지지를 호소한다는 것 자체가 낯간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져도 이긴 사람이 있다. 술수와 꼼수를 부리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경선을 치른 후보들의 당당한 모습도 눈에 띈다. 이런 인물들은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비록 졌지만 아름다운 퇴장이기 때문에 설욕의 기회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추한 모습은 ’지고도 또 진사람‘ 이다. 이는 한마디로 다음이 있을 수 없다. 유권자들은 당당하고 멋진 모습을 기대한다. 게임 규칙에 의해 졌으면 진 것이다. 이것이 아니라고 아무리 항변하고 발버둥 쳐도 이미 종은 친 것이다. 정치를 하더라도 지혜와 겸손, 그리고 승복의 자세를 갖추지 않는다면 이는 트러블메이커로 보고 인재등용문에서 아웃사이더로 전락할 뿐이다.
우리는 윤석열 정부의 탄생과 더불어 새로운 지방권력을 선출하는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고 있다. 전국의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광역의회, 기초의회가 다시 구성되고 새로운 주민자치시대를 맞아 지방분권이 강화되면 정치의 지형도 많은 변화가 불가피해질 것이다. 이런 변화의 시대 국민을 위한 정치자세가 무엇인지를 바로 보고 각성해야할 사람들이 바로 위정자들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경제의 내구성이 초토화되어 버렸다. 무수한 자영업자들이 휴업과 폐업으로 눈물을 짓고 있다. 검찰개혁만을 부르짖을 때 국민들은 경제난으로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검수완박법을 처리하는 속도로 국민고통을 해결하는 입법을 처리한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이다. 하지만 말로만 국민이지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볼라치면 국민들의 스트레스지수가 높아지지 않을 수 없다. 말로만 새 시대의 시작이 되어서는 미래가 없다. 중앙정치인이나 지방정치인이나 국민을 바라보고 가야 한다. 앞으로 부패정치인들이나 부패한 선출직 지방권력들은 그 경중을 떠나 과감히 척결해야 한다. 지금의 법으로도 얼마든지 단죄할 수 있다. 새 시대는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모두가 함께 열어가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건강한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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