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신록의 계절 5월이 찾아왔다. 5월의 전령사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어 싱그러움을 더하고 있다. 가정의 달 5월은 언제나 그렇듯이 사랑과 평화의 달인 듯하다. 움츠러들었던 모든 것들이 활력을 되찾고 있다. 약동하는 자연의 모습은 아름다운 자태를 마음껏 뽐내며 긍정의 메시지를 한껏 더하기 시작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살던 바깥세상에서 이제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심호흡을 하며 살게 됐다. 모처럼 어린이들의 해맑은 얼굴도 마음껏 볼 수 있어 올 5월의 세상은 지긋지긋한 코로나19의 해방감을 마음껏 만끽하는 나들이의 시간이 될 듯싶다. 무엇보다 정신적인 안정감을 찾을 것 같다. 마스크 세상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자유를 되찾은 기분이다. 2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너무나 힘겨운 나날이었던 것 같다. 물론 완전히 코로나가 물러간 것은 아니고 중국 상하이 등은 난리가 아니지만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푸른 하늘과 신록의 산하를 뛰노는 어린이들의 평화로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엔도르핀이 넘치는 5월이 될 것은 분명하다.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 만큼 5월은 가정적인 날들이 이어진다. 살펴보면 5일이 어린이 날 입하이다. 8일은 어버이날이면서 부처님오신 날, 10일은 유권자의 날, 15일은 스승의 날, 16일은 성년의 날, 18일은 5.18민주화운동기념일, 20일은 세계인의 날, 21일은 부부의 날, 25일은 방재의 날, 31일은 바다의 날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기념일들이 이어진다. 특히 5월 10일은 제 20대 운석열대통령이 취임식을 갖고 5년 임기를 시작하는 역사적인 날이기도 하다. 새 대통령의 용산집무시대도 개막된다. 정권교체로 여야가 뒤바뀌는 날이어서 앞으로 국민생활이 어떻게 달라질지 벌써부터 변화의 모습이 궁금해지고 있다. 여기에다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던 청와대 전면개방도 5월 10일 낮 12시부터 시작된다. 국민들의 높은 관심 속에서 많은 신청자들이 몰렸다. 지난 27일 오전 10시부터 네이버, 카카오톡, 토스를 통해 관람 사전 접수를 했다. 개방관람 누적신청자가 사흘 만에 무려 112만4,372명을 기록했다. 개방 첫날인 5월10일 관람 신청자는 8만3,355명에 달했다. 당일 2만6,000명까지 관람할 수 있고 11일부터는 3만9,000명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청와대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첫날의 모습이 기대된다. 5월의 각종 기념일이 청와대 개방과 함께 더욱 풍성해지는 듯하다.
그렇다고 5월이 마냥 행복한 시간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벌써 이른바 ‘검수완박’법이 국회를 통과한데 이어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또다시 국회통과가 불을 보듯 뻔하다. 여야의 균형 잡히지 못한 여소야대의 정국은 검찰을 무력화시키는 법안까지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는데 까지 이르렀다. 필리버스터는 형식에 불과하고 표결에는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5월 3일 또다시 일방통행 식 표결로 나머지 법이 통과되면 오후에는 이 정권 마지막 국무회의까지 열어 공포될 것으로 보인다. 시한부 검찰이자 종이호랑이 검찰이 탄생하는 순간을 맞게 된다. '검수완박'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이 추구했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인데 염치가 없는지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기존 '6대 범죄' 수사권에서 '4대 범죄'인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의 수사권을 삭제하고, '부패', '경제‘수사권만은 남겨놓았다. 사실상 기소권 만을 남겨 놓고 검찰을 무력화시키는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검찰은 "70년 형사사법 무너뜨린 검찰청법 통과에 깊은 유감"이라고 입장을 표명했지만 과연 이런 입법행태가 국민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범법자들을 위한 법인지는 국민들의 판단 몫으로 돌아왔다. 역사의 심판대에도 올랐다. 국민투표에 붙이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분명한 것은 정권이 끝나가는 막판에 부랴부랴 허겁지겁 이 법안을 처리하는 모습이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개혁대상이야말로 국회이고 국회의원들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과연 정상적인 입법절차인지 헌법재판소 판단과 국민투표 여부가 관건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 8회 6.1전국지방동시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최종후보자들이 이번 주 모두 윤곽을 드러내고 5월 12일과 13일 후보자등록신청을 하면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5월을 뜨겁게 달구게 될 지방선거는 교육감 선거까지 함께 치러지게 된다. 대통령이 새로 탄생하고 정권이 교체된 상황에서 펼쳐지는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가 과연 어떻게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검수완박‘ 등 검찰과 관련된 법안의 처리가 국민들이 얼마나 공감하는지도 투영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른바 국회의 입법권 남용이 어떤 국민심판의 결과를 초래할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듯싶다. 평화로운 5월을 국민 분열과 격동의 시간으로 몰고 가는 것은 언제나 그랬듯이 대한민국의 정치권이다. 국민을 우울하게 만들고 감동을 주지 못하는 정치권 행태는 예나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자기들은 잘났다고 으스대지만 국민들이 볼 때는 벌거벗은 임금님과 다름이 아니다. 범죄자가 활개치고 간첩들이 득실대는 나라를 원하는지 국민들은 묻고 있다. 검찰이 아니면 경찰이라도 나서서 범죄를 저지른 고위공직자를 모조리 처단해야 한다. 마스크를 벗어던지는 바깥세상이라고 범죄자들마저 해방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5월의 산하는 아름답고 평화롭지만 정치의 산하는 너무나 까칠하고 황량하다. 아름다운 5월의 산하에서 펼쳐지는 선거는 이런 모든 행태에 대한 성토의 장이 될 것이고 변명의 장이 될 것이다. 5월이 토해내는 역사의 장면들은 6월 1일이면 어떤 형태든 완성작이 되어 국민 앞에 심판의 결과로 나올 것이다. 선거에서 공복들이 펼치는 아수라장을 평정할 수 있는 권한은 오로지 주인인 국민뿐이다. 내가 적임자라며 서로 일꾼이 되겠다고 우후죽순처럼 나서는 선거판을 올바로 살펴보고 선택해야 한다. 국민스스로가 사랑과 평화의 5월을 아름답고 행복한 계절로 승화시키는 길을 찾아야 한다. 어린이날 노래가 이를 말한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 날 우리들 세상”. 아무리 정치가 혼란스러워도 모처럼 마스크를 벗어던진 우리 어린이들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노랫말처럼 신나게 뛰노는 5월이 되고 가정의 소중함과 함박웃음을 되찾는 나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