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오는 6월 1일 제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들과 지방정가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어찌 보면 지역에 밀착된 선거라서 그런지 대선보다 더 뜨겁다. 기존의 인물뿐만 아니라 세대교체를 표방하는 신인들도 대거 등장하고 있다. 주요 정당들의 공천경쟁도 치열하다. 일부 정당은 공천규칙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기도 하다. 사실 선거에 출마하는 인물들을 보면 하루 이틀 준비해서 나서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엄청난 발품과 노력, 그리고 관리로 정치적인 꿈을 이루기 위해 기다려 온 순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각 정당들은 너도나도 나서는 출마자들을 모두 내보낼 수는 없을 것이다. 골라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공천규칙이고 경선논리인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두가 공정하고 합당한 규칙을 적용하여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공감하는 그런 공정한 규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정정당당한 규칙이 적용되어 선수들이 스타트라인에서 달려 나가야 할 것이다. 힘이 부치고 실력이 없어 중간에 탈락하는 것은 달리는 선수의 몫이다. 하지만 기량이 충분한데도 뛰지 못하게 하거나 골프게임에서와 같이 핸디캡을 주는 듯 한 경선이 된다면 자칫 불공정시비에 휘말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이다. 이는 자칫 경선승복이 아니라 저항과 반발만 낳고 민주주의 참뜻인 선거의 본질을 해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만일 세대교체라는 이름아래 이런 불공정한 규칙이 적용된다면 부작용과 진통은 필수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
요즘 세대교체라는 이슈가 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 기성정치인들에 대한 식상함 때문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덕망과 자질과 업무능력을 갖춘 인물들을 배제하며 무작정 젊은 사람들로 교체하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나이가 먹어간다고 이른바 뒷방신세나 지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런 논리의 세대교체라고 하면 그것은 더더욱 문제이다. 순리를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순천자(順天者)는 흥(興)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亡)한다‘라는 말도 있다. 정치의 변화가 꼭 세대교체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과연 누가 올바른 정치를 하는 참된 일꾼인지가 중요한 것이다. 젊은 사람으로의 교체가 세대교체이고 나이가 먹었다고 퇴출되는 것은 부당한 논리다. 무엇보다 부정부패하지 않고 도덕적이고 보다 겸손한 인물로 변화를 주자는 의미가 더욱 크다. 단순히 인위적인 나이를 따진다면 60대∼70대는 정치를 그만두라는 말과 같다.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를 가장한 독선주의다. 차기 정부의 국무총리로 내정된 사람도 73세의 인물이다. 나이가 들수록 할 일이 많아지고 세상을 관조하는 능력이 더 배가된다고 한다. 경험과 경륜, 포용력에 있어서는 연장자들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정치적 세대교체가 자칫 갈등과 불협화음을 불러일으키는 단초를 제공하지 않을지 우려되는 지방선거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남의 나라 민주주의도 시사를 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42년생으로 80세이다. 트럼프도 46년생인 76세이다. 24년생이었던 김대중 대통령도 74세에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 되었고 27년생인 김영삼 대통령은 66세였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도 73세였다. 세계 최초의 흑인대통령인 남아프리카 공화국 넬슨만델라 대통령은 27년의 옥고를 치른 뒤 76세에 대통령을 역임했다. 훌륭한 지도자의 길을 걷던 역사적인 인물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면 국민들은 언제나 외면하지 않고 나이에 상관없이 존경과 지지를 보낸 온 것이다. 이분들이 젊어서 선택한 것도 아니다. 아무리 훌륭해도 국민이 외면하면 결코 선택받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정치의 냉엄한 현실이다. 영원한 재야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장기표씨도 45년생이지만 4차례나 국회의원을 낙선한 인물이다. 아직도 정당인이다. 1960년대 학생운동을 시작으로 꾸준히 노동운동, 반독재 민주화 운동의 일선에서 싸워온 재야운동가이다. 민주화운동, 노동운동으로 9년을 교도소에서 지냈다. 12년의 수배생활을 보냈다. 공적으로 보면 참으로 훌륭하고 존경받는 분이다. 민주화 유공자 신청을 하지 않았고 배상금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국민의 도리, 지식인의 도리로서 할 일을 한 것일 뿐이고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정리된 입장도 전해진다. 이런 분도 선택을 받지 못해 왔다.
민주주의 선거는 참여를 원칙으로 한다. 정정당당한 규칙에 의하여 선택을 받는다. 그리고 선거는 축제이어야 한다. 지방선거의 주인공이 마치 후보자들인 것처럼 알지만 사실 주인공은 유권자인 주민들이다. 왜냐하면 내가 부려먹을 수 있는 참된 일꾼을 뽑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좋은 일꾼, 좋은 말을 고르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바로 주인인 유권자다. 일꾼이 주인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주인인 유권자들이 나의 일꾼을 고르는 선거라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일꾼이 주인을 고르겠다고 주인을 앞에 놓고 싸움질이나 한다면 주인의 심경은 어떨지 불문가지다. 젊은 인물이든 나이든 인물이든 모든 선택은 주인인 유권자들의 몫이다. 서로가 내가 참된 일꾼이라고 나서서 나를 뽑아달라고 내가 적임자라고 아우성이지만 결과는 오는 6월 1일이면 어김없이 나오게 된다. 지금이라도 각 정당들은 그동안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선거절차는 없었는지 잘 살펴야 한다. 중앙의 논리로 지방을 재단하려는 교만함도 버려야 한다.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으로 명실상부한 주민자치를 실현하는 중차대한 지방선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지방선거는 선택의 장이다. 지방선거에 나서는 출마자들은 자신이 세대교체나 인물중심의 적임자라고 한다면 그만한 그릇을 보여주어야 한다. 정정당당하고 멋진 모습으로 다가서야 한다. 꼬질꼬질한 추한 모습이나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까칠한 자세로는 큰 인물, 큰 그릇이 될 수 없다. 지방정치에도 중앙정치 못지않은 꼼수와 술수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이 숨길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는 새로운 주민자치시대의 모습이 아니다. 이번 선거는 주민자치를 올바르게 정착시키느냐 아니면 토착세력들의 기득권에 안주하느냐 하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지방선거가 지역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만 하면 된다는 식의 후보군들이 난립하게 된다면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하는 타락선거로 전락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식상하지 않은 올바른 일꾼들을 찾기 위해 도덕적 흠결과 자질을 잘 검증해 내세워야 한다. 대선이후 전개되는 이번 선거를 바라보는 지역 유권자들의 반응은 그래서 냉담하다. 봄꽃이 만개하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이 계절에 걸맞지 않은 우거지상으로 유권자를 마주하는 출마자들을 본다면 그것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출마자들이나 각 정당들은 다시금 옷깃을 여미고 유권자인 주인에게 진정어린 마음으로 다가서길 당부한다. 이번 지방선거는 꿈과 희망이 넘치고 화합과 상생의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풀뿌리민주주의가 봄과 함께 만개하며 멋진 축제의 장이 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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