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요즘 대한민국은 오미크론 확산으로 초비상이다. 확산공포가 현실이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의 최대 위기 상황으로 지금까지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사적모임 제한, 백신패스가 무색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처했다. K-방역의 실패이자 포기에 다름 아니다. 지난 2020년 1월 20일 우한폐렴이란 이름으로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첫 확진환자가 나온 지 2년을 넘기며 사투를 벌여온 성적표다. 해외유입자들의 입국을 막지 않고 빗장을 풀어 제친 만용과 허세가 부른 결과물이다. 전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초기에는 신천지의 슈퍼 전파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대구· 경북지역은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비상사태에 돌입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의 발표이후 식당·카페·호텔·백화점, 재래시장과 상가 등 모든 유통가에는 시민들의 감염공포로 손님이 끊겨 사실상 ‘올 스톱’ 상태로 비상 국면을 맞았었다. 특히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도 손님의 발길이 거의 끊어져 도시는 공황상태까지 돌입했었다. 이후 전국적으로 코로나19는 확산되었고 이른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지나오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방역당국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마련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강제하기 시작했다. 단계별로 방역수칙을 마련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기 시작했고 사적모임도 제한했다. 코로나 비상시국이 선언되던 지난 2020년 3월 전 세계 170개국 이상이 한국발 입국을 금지하는 수모까지 당했다. 전 세계가 빗장을 걸어 잠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료전문가들의 충정어린 권고를 무시한 채 만용을 부리며 빗장을 열어 젖혔다. 코로나19 발생 40일도 채 되지 않아 세계가 ‘코리아포비아’로 한국인을 기피했다. 부끄러운 ‘코리아포비아’는 빗장을 풀어 제키며 해외유입자들을 끊임없이 받아들인 정부가 스스로가 자초했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허세로 그 결과는 혹독했다. 마스크 쓰기가 생활화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일상화되었지만 초기에는 확진자 한명이라도 다녀가면 그 식당은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초토화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진과 공무원, 자원봉사자들이 극한적인 어려움을 딛고 폭증하는 환자들과 사투를 벌여 왔다. 초기에 대구·경북의 거리와 상가는 텅텅 비고 그야말로 적막의 유령도시, 전쟁터의 도시였다.
지난 해 11월 단계적 일상회복, 다시 말해 ’위드(with)코로나‘로 방역체계가 바뀌고 방역수칙도 완화되었다. 코로나와의 공존을 선언했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이제 ’위드코로나‘란 말이 쏙 들어갔다. 올 3월부터 청소년들에게도 방역패스를 적용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물 건너갔다. 무엇보다 오미크론의 확산 공포를 막지 못했다. 그토록 노래하던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패스 적용, 3차 백신접종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확산세가 멈추지 않고 방역시스템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았다. 돌이켜보면 백신접종이나 방역패스가 없던 지난 해 1월 3일 0시 기준으로, 국내 발생 신규확진자는 641명, 총 누적확진자 수는 6만3,244명이었다. 하지만 3차 백신접종까지 진행된 올 들어 지난 1월 23일 상황은 신규확진자 7,630명에 누적확진자가 73만3,902명에 달해 신규확진자를 놓고 볼 때 무려 12배가량 폭증했다. 3월 들어 신규확진자가 불과 1개월 여 만에 무려 62만 명을 돌파해 세계 최악의 상황을 빚었다. 27일 0시 현재 누적확진자 11,81만5,841명, 누적사망자 1만4,899명, 신규확진자 31만8,130명, 재택치료자 196만3,839명이다. 두 달여 만에 하루 30만∼40만대의 신규확진자 발생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오미크론 돌파감염 앞에 백신접종도 무력해지고 말았다.
벌써 1,000만 명이 훨씬 넘어가는 코로나 누적확진자 나라가 되었다. 우리 국민 5명 중 1명이 감염되는 참으로 황당한 상황을 맞았다. 사실은 그 이상이다. 8명이 모이면 절반 이상이 나오기도 한다. 지난 2년 동안 6,000명 수준이었던 사망자도 지난 두 달 동안 6,000명 이상이나 폭증했다. 자화자찬하던 K-방역은 쏙들어가고 K-방역실패, K-방역포기의 굴욕적이자 비극적 상황에 처했다. 재택치료자만도 하루에 214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작금에 보건의료현장은 그야말로 아수장이 되어버렸다. 선별진료소에 이어 동네병의원마다 코로나 검사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약국들은 해열진통제가 동이 날 정도다. 방역포기선언과 같은 검사와 치료체계 전환이라는 방역정책이 또 다른 혼란을 부추겼다. 그동안의 방역 결과가 과연 무엇이냐를 놓고 볼 때 재택치료, 각자도생의 방역으로 귀결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한 K-방역이 아닐 수 없다. 부끄러운 K-방역의 자화상이다. 2년여에 걸쳐 사투를 벌인 의료진들의 노력이 허망할 정도이니 어처구니가 없다. 그렇게 집회를 열지 못하게 하고 사적 모임을 제한하고 업종마다 출입을 통제하고 영업시간을 규제한 결과가 이럴 진데 허탈하지 않을 수 없다. 자영업자들을 초토화시키면서 해외유입자들에게 빗장을 풀며 만용을 부린 참담한 결과다. 정치방역이 아니냐는 비난도 거세다.
왜 국민들이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처럼 집집마다 재택치료로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말이 재택치료이지 집집마다 온가족이 난리가 아니다. 코로나방역의 실패에 대한 규명을 철저히 해야 한다. 3차까지 백신을 맞고도 돌파감염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국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고 백신을 맞고 방역패스로 불편을 겪으면서 방역수칙을 지켜 왔다. 왜 국민들이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이제 방역당국과 정부는 답해야 한다. 자영업자들을 초토화시키고 일상을 규제한 결과가 왜 이런지를 설명해야 한다. 재택치료란 이름으로 신규확진자들을 내팽겨 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식당을 가보라. 사적모임 8명까지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말이다. 약국에 약이 동이 나고 영안실이 넘쳐나고 동네의원마다 검사자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이 모습이 무엇을 말하는지 답해야 한다. 일주일 안보이면 코로나 감염자들이다. 국민들도 아예 포기하고 방역당국도 속수무책이다. 복불복이다. 이런 고통 속에 처한 국민들의 눈물과 아우성을 호의호식하는 위정자들은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거짓과 위선으로 국민을 기망하는 모든 추잡한 작태를 멈추어야 한다. 이를 두고 ’똥 싸고 매화타령 한다‘고 일컬어왔다. 왜 우리 국민들이 이런 고통을 겪고 살아야 하는지 참으로 불쌍할 뿐이다. 이런 어두운 터널을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정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절감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국민고통의 교훈이자 산물이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