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몸가짐이란 몸의 움직임. 또는 몸을 거두는 일이다. 항상 삼가는 마음을 가지고 스스로를 살피면서 살아야 한다. 늘 거울을 보듯이 하루 일과에 대해 반성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세상살이인 것 같다.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이란 옛 속담이 있다.“ 오이 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자두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말이다. 이는 문선(文選) 악부고사(樂府古辭)의 군자행(君子行)에 나오는 말이다. ’군자방미연(君子防未然) 불처혐의간(不處嫌疑間)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이하부정관(李下不正冠)‘ ’군자는 미연에 방지하고 의심받을 곳에 있지 않으며 오이 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신지 않고, 자두나무 아래서는 갓을 고쳐 매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생각 없이 괜한 행동을 하여 상대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를 주지 않는지 항상 조심하여야 함을 일컫는다. 쉽게 말해 남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행동은 애초에 삼가 하라는 뜻이다. 즉 몸가짐을 바로 하라는 뜻으로 예로부터 삶의 귀감이 되는 명언으로 손꼽히고 있다.

여러 문헌에도 사군자(士君子) 즉 선비와 군자(君子)는 몸가짐을 경솔히 해서는 안 된다는 말들이 많다. 고문헌 ‘예기’에서 군자는 “많은 지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겸손하고, 선한 행동에 힘쓰면서 게으르지 않은 사람을 군자라고 한다.”고 하였으며, ‘논어(論語)’에는 “군자는 어떤 것이 옳은 일인지 잘 알고, 소인은 어떤 것이 이익인지 잘 안다. 군자는 어찌하면 훌륭한 덕을 갖출까 생각하고, 소인은 어찌하면 편히 살 것인가 생각한다.”는 말로 군자를 정의하였다. 몸가짐을 경솔하게 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공직자들이 필수적으로 읽어야할 책이 있다. 바로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牧民心書)이다. 백성을 다스리는 마음을 담은 책이다. 목민관은 현재의 공직자 역할을 수행한 관료로서 목민관이 지켜야할 사항이 서술된 목민심서는 오늘날 공직자가 지켜야할 사항이 기록된 지침서로 여겨진다. 공직자가 읽어야할 1순위 책이다. 청렴은 ‘수령의 본래의 직무로 모든 선의 원천이며 모든 덕의 근본이다. 청렴하지 않고서 수령 노릇을 잘할 수 있는 자는 없다’고 서술돼 있다. 한마디로 공직사회에서 공직자에게 청렴은 필수로 갖춰야할 마음가짐으로 지목되어 왔다. 정직한 마음가짐이다. 예나 지금이나 불변의 진리다. 목민심서는 공직자를 위한 주옥같은 지침서로 활용되고 있다. 성경에도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진리를 거슬러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요즘 대선전이 한창이다. 오는 3월 9일이 선거일이니까 대선열차도 본격적으로 달리고 있다. 여야 모두가 전국을 돌면서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각종 공약을 쏟아내 놓고 있다. 고대 그리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의 목적이 행복한 삶의 실현으로 보았다. 정치를 통해 사람들의 행복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생각한 듯하다. 오늘날도 변함이 없다. 지금은 권력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서 정치가 행해지는 것 같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 방식인 선거를 통해 이른바 권력을 위임할 사람을 선출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대통령선거이다. 한 나라를 책임질 지도자를 선출하는 막중한 행사다. 진보니 보수니 하면서 이념색깔도 나눠진다. 혹자는 좌파니 우파니 하면서 정당들을 분류하기도 한다. 선거철이면 진영논리가 더욱 짙어진다는 느낌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밝히는 공약이다. 이번 선거에도 공약은 쏟아지지만 국민들은 사실 냉담하다. 늘 공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거짓말로 둔갑해 버렸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불신의 벽이 높아진 듯하다. 그래도 보다 나은 삶을 그리는 국민들의 바람은 그 어느 대선 때보다 큰 것 같다. 부동산 문제, 경제난, 코로나퇴치 등 산적한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특이한 점은 후보자 부인들의 지난 행각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연일 폭로전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전화녹음 폭로전에서부터 공직자 법인카드 불법사용에 이르기 까지 부인들의 행각이 언론의 주요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번 대선처럼 부인들의 행각으로 혼탁한 선거를 치룬 선거는 없었던 듯하다. 여기에서 다시금 짚어볼 것은 몸가짐과 마음가짐이다. 물론 부인들이 후보자 자신은 아니지만 이른바 도덕성과 청렴성이 마찬가지로 요구되고 있다. 언론이 멈추질 않고 문제점을 들춰내고 보도하는 것을 보면 대통령후보 부인들의 올바른 몸가짐과 마음가짐도 후보자와 비견되는 덕목으로 보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한다면 지도자의 길을 걷는 인물의 부인으로서 평소 처신을 올바르게 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마치 재수가 없어 잘못이 들켰다는 식이 된다면 이는 표리부동하고 이중적인 인격자에 다름이 아니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오이 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자두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교훈을 잊은 것이다. 나아가 사리사욕을 취했다면 이는 청렴하지 못한 것이다. 국민들은 금방 알아차린다.

3월9일이면 제 20대 대통령이 선출된다. 나라의 운명을 짊어질 새로운 지도자의 탄생이다. 역대 볼 수 없었던 혼탁한 선거전이지만 국민의 선택은 분명 한 사람이다. 이제 후보등록이 시작됨에 따라 본격적인 선거전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불행히도 오미크론이 창궐해 국민들의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투표율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나라의 명운을 가를 중차대한 선거에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매우 중요하다. 주권자인 국민들이 냉철한 이성과 판단으로 후보자들과 공약을 점검하고 선택해야 한다. 앞서 지적한 올바른 몸가짐과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선결되어야 한다. 이는 기본덕목이 아닐 수 없다. 거짓 공약이나 남발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는 국민심판의 대상이다. 정치가 국민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면 국민들의 고통과 눈물의 단초가 되는 후보가 있다면 이는 과감히 척결해야 한다. 다시금 이번 대선을 앞두고 헌법 제1조 제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참뜻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대통령의 모든 행위에 대한 정의로도 볼 수 있다.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한정적으로 행사하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주는 것이다. 국민위에 군림하는 자가 아니라 공복으로서 국민을 위해 정직하고 청렴하게 권한을 행사할 인물을 선택하는 대통령 선거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바로 여기에 공인의 올바른 몸가짐과 마음가짐도 모두 함축하고 있음을 후보자들은 깊이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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