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낙운 논설위원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강 유역의 열대우림 못지않게 우리나라는 국토의 70%를 점유한 산림이 5천만 국민의 허파 기능을 한다. 장마 홍수기에는 연중 강우량의 대부분을 쏟아 부어도 사방림이 방제 역할을 하여 2차, 3차 피해를 줄이며 국토보존 기능도 한다. 관광과 휴양 역할은 물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치유와 힐링도 제공한다.
한편 잘 자란 산림은 목조건축물의 재료이며 펄프와 종이로도 가공되어 문화를 보존하고 창달시키는 도서가 되기도 한다. 산림의 공익적 가치와 다원적 기능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만도하다. 만약 국토의 70%가 산림이 아닌 황무지나 사막이라면 오천만은 고사하고 5백만도 살기 힘든 나라였을 것이다.

농업 또한 국가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식량안보의 중추적 역할을 하면서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홍수와 가뭄조절 기능도 한다. 인구절벽 시대에 도농복합도시로서 국토의 균형발전 기능도 충실히 해왔다. 그러나 농가소득이 도시민과 대등했던 60년대 산업화 시점을 지나면서 2018년에는 56.8%까지 추락하였다.
당연히 젊은이들은 농업에 희망을 버렸고 고령화되어 왔다. 2019년 통계청 ‘농림어업조사’에 따르면 100만7천 가구에 이르는 농가경영주의 평균 연령은 68.2세이다. 50대는 16.9% 40대 이하는 5.2%에 불과하다. 이들이 생산하는 곡물자급률은 21.7%이고 식량 자급률은(쌀 자급률 104%에 힘입어) 46.7%에 이른다.

더 우울한 통계는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노동정보원에 따르면 30년 후 기초단체의 30%에 해당하는 80여개 시·군이 사라지는데 충남은 천안. 아산. 서산. 당진. 계룡을 제외하고는 소멸한다는 것이다. 식량안보나 국토균형발전은 고사하고 국토의 2/3가 황무지처럼 버려진다는 것이다.
위기의 농업을 살리는 길만이 나라를 구하는 일이라면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가치와 다원적 기능을 인정하여 기본소득을 보장함으로써 농촌에도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더구나 수백만이 사는 도시국가도 아니고 5천만이 사는 나라가 식량산업을 포기하고 부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발상은 허구일 뿐이다.

그러나 국민의 일반적인 시각은 ‘농민이 농사짓는 거야 당연한 일이고 잘 지으면 부자로 사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가난하게 사는 것 아니겠나?’ ‘정부가 취약산업을 보조할 수는 있지만 소득까지 보전해준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결국 농정당국은 큰 틀에서 농업을 평가하여 국민과 호흡하는데 그만큼 소홀히 해왔다.
나라의 한 축인 농업과 농촌이 뿌리째 흔들림에도 불구하고 2006년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67조 원으로 발표하였는데 2018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27조 원으로 평가 절하하였다. 추세로 보아 10여 년 후에는 공익적 가치가 제로(0) 수준일 텐데 거기에 농민수당이 필요한 이유가 설명이 되는가!

반면에 산림청은 국립산림과학원에서 2019년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221조원으로 발표하였다. 이는 2014년 평가액 125조8000억 원보다 76%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산림청은 1987년부터 꾸준히 평가 요소와 개념을 보완하며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화폐로 환산한 결과를 발표해오고 있다. 반면에 농진청은 위기의 농업을 살리는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종자개량만 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라고 다를 바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 농정은 신뢰를 잃은 지 오래 되었다. 산업화·도시화 이후 농민소득이 점차 감소하여 도시민 평균소득의 56%에 이르도록 농업의 장래에 어떤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농업선진국에 대한 그림이나 청사진으로 농정을 대신하는 ‘청사진 농정’, ‘조감도 농정’을 해온 것이다.

정부는 농민수당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서 5월부터 이미 공익형 직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농민들은 기존 직불금 수준의 보조를 공익형이라 명명하였느냐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더 나아가 농업인 단체들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와 다원적 기능을 헌법에 담고자 이미 청원을 마친 상태다.
이글을 정리하면서 지구상에 선진국치고 농업후진국은 없었다. 선진국으로 도약하면서 국내 타 업종이나 주변국 농업과 비교하여 취약산업이나 종사자들을 우대하여 골고루 잘사는 사회를 이미 만들었기 때문이다. 농정당국의 노력을 촉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도 선진국으로 진입을 포기할 수 없다면 농업을 끌어안고 가야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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