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4천만원· 사무실 제공” … 기존 洞 조직과 중복

[대전투데이 대전= 이정복 기자] 대전시가 올해 초부터 시행중인 ‘자치지원관’ 운영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자치지원관’에게 적잖은 혈세가 투입되고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예산낭비 논란과 함께 이 제도 자체가 향후 선거조직으로 변질된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시는 올 초 풀뿌리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사업에 참여한 8개 동(洞)이 주민자치 위원 모집을 통해 본격 사업 추진에 나섰다.

현재 가양2동(동구), 갈마1동(서구), 진잠동·원신흥동·온천1동(유성구), 송촌동·중리동·덕암동(대덕구) 등 대전 8개 동에 지원관을 채용했다. 이들 8개 동은 올해 대전시의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대상 지역이다. 시는 자칭지원관 운영 예산에 약 12억원을 투입했다.

내년에는 연간 40억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해 80여개 동으로 늘리다는 방침도 세워 놓고 있다.

지원관의 역할은 각 동에서 운영되는 주민자치회가 원활히 운영되고 정착하도록 지원해주는 역할이다.

대전시는 2년간 인건비와 사업비·운영비 명목으로 동별 2억 6200만원을 지원하며 이후 전 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문제는 자치지원관 운영에 소요되는 예산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전국에서도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대전시가 지원관제도 운영에 수십억원의 예산을 굳이 사용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대전시는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을 위해 올해 12억4800만원을 마련했다. 이 예산은 지원관 등 인건비, 운영비, 홍보비 등이다. 지원관은 연봉 4000만원을 받는다. 지원관의 신분은 기간제 근로자로 매일 출근해야 한다.

이들은 일당 10만과 주휴·연차 수당을 받는다. 이 정도의 급여는 일부 구의원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행정복지센터(구 동 주민센터)에서는 지원관에게 별도의 사무실을 제공해야 하고, 주민자치회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간사 1명도 근무한다. 간사는 주민자치위원으로 연간 1200만원을 받는다.

자치지원관의 선출방식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자치지원관을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는 것이 아니고 공고를 통해 임명하기 때문에 지원관 제도의 본래의 취지에 역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초 선발된 자치지원관 채용을 놓고 일각에서는 적잖은 잡음과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에서는 지난 지방선거운동에 참여했던 모 인사의 자녀가 자치지원관으로 채용됐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치지원관과 동장의 역할이 중복된 점도 문제다. 자치지원관의 역할이 이미 동장이나 통장 등에게 나눠져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자치지원관을 폐지하고, 동장들의 재량사업비를 확대해 주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전 자치구에서 유일하게 중구는 자치지원관을 채용하지 않고 있다. 재정도 열악하고 기존의 주민자치회와 동장이 있는데 굳이 수천만원의 연봉을 주면서 지원관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박용갑 중구청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자치지원관 제도 취지는 좋으나 재정이 열악해 시급한 현안 해결 사업도 못하는 상황에서 대전시가 수 십억원을 들여 지원관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관내 어려운 주민들을 위한 복지예산을 책정하기도 바쁜데 이런 제도를 꼭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우리 구는 당분간 자치지원관을 채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전시의회 김소연(바른미래당) 의원은 “주민자치위원회, 통장협의회, 자원봉사협회, 새마을부녀회 등 동 단위마다 이미 많은 조직이 갖춰져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예산을 들여 또 다른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대전시 관계자는“주민자치위원회 등 기존 조직은 주민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데다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며 “주민자치회가 제대로 기능을 하려면 초기 단계에서는 동 자치지원관의 역할이 큰 만큼 이 제도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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