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대전지부, 학교현장의 갑질 실태 설문조사 결과 … 고압적 말투·주말 출근 강요 등

[대전투데이 대전= 이정복 기자] 16일부터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는 가운데, 대전지역 초·중등학교장들의 갑질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 대전시교육청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전교조대전지부는 학교 현장의 갑질 실태를 파악하여 개선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대전시 교직원 전체를 대상(146개 학교 267명 대상)으로 ‘갑질 설문조사’를 벌였다.

“학교 관리자가 불필요한 사전 구두결재를 요구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33.3%(89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10명 중 3명(30%, 80명)은 외출, 조퇴, 병가 등 휴가를 사용할 때 관리자가 사유를 자세히 물어보아서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현행 법령상 교직원 휴가는 학교 운영에 지장이 없는 한 사유와 관계없이 승인해야 한다.

응답자의 23.6%는 인사(자문)위원회가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교장․교감 등 학교 관리자가 학교 예산을 구성원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집행한다는 의견도 13.5%에 달했다. 관리자가 특정 업체의 물품을 구입하라고 강요한다고 털어놓은 응답자도 7.9%에 이르렀다.

또한 회식, 교직원연찬회 등 친목회 행사 참여를 강요한다는 응답이 22.1%에 달했고, 학교 관리자가 반말 또는 고압적인 말투와 태도로 업무 지시를 한다고 말한 교직원도 22.5%나 됐다.

사적인 업무를 시키거나 개인적인 일에 교직원을 동원하는 경우가 8.2%였고, 방과후학교 및 돌봄교실 외부강사 채용 시 면접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특정인을 채용할 것을 강요하는 경우도 4.9%에 달했다. 학교 관리자가 학교물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다는 의견도 4.5%나 되었다.

이번 조사에서 실명을 밝힌 구체적인 갑질 제보도 있었다.

실제로 학교장이 운전을 못 한다는 이유로 귀가할 때 수시로 부장교사한테 태워 달라고 요구한다는 사례도 있었고, 기간제 교원이나 저경력 여교사에게 여러 차례 폭언을 하여 해당 교사가 울면서 교장실에서 나오는 일이 잦다는 제보도 있었다.

한 사립학교는 학교장이 법인 조경 사업 등을 이유로 교직원들에게 주말 출근을 강요 또는 종용하기도 했다.

한편 전교조대전지부는 갑질 제보가 접수된 초등학교 6곳과 고등학교 2곳 등 8개 학교에 대해 대전시교육청에 적극적인 행정지도를 요구할 예정이다.

한편 대전시교육청은 지난해 11월 대전교육 공직사회의 소통과 배려의 상호 존중문화를 정착시키고 ‘갑질행위’ 근절을 위한 제도를 개선하는 ‘대전교육 갑질 근절 계획’을 소속 기관 및 학교에 안내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번 조사결과로 이러한 시교육청의 갑질 근절대책이 전시행정에 그친 것 아냐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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