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율 국립대전현충원 관리과

국가 위기상황과 비상사태에 대비한 훈련인 ‘을지태극연습’이 오는 27일부터 30일까지 전국적으로 실시된다. 올해 을지태극훈련에는 시군구 이상의 행정기관과 공공기관 등 약 4,000여 기관에서 48만여 명이 참여한다. 지난해 한미 연합 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연습(UFG) 취소 방침에 따라 을지연습을 유예하면서 한국군 단독훈련인 ‘태극연습’과 연계해 을지태극연습으로 명칭이 변경되어 올해 처음으로 개최되는 것이다. 을지태극연습이란 무엇이며, 왜 해야하는 것일까?

을지태극연습의 사전적 의미를 먼저 살펴보자. 을지태극이란 ‘국가위기상황 및 전시‧사변 등 국가비상사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위기관리계획 및 비상대비계획을 검토‧보완하고, 국가위기상황 및 전시 업무 수행절차를 숙달하기 위해 연 1회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비상대비 훈련’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 이때의 국가위기상황이 기존 전시대비연습 뿐 아니라, 대형지진, 테러, 방사능유출 등 다양하고 예측불가능한 재난에 대비하고 대응하는 포괄안보개념으로 전환되었다는 점이 특이할 만하다.

그런데 이런 훈련이 꼭 필요하고, 해야만 한다는 점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만큼 공감하고 있을까? 아무런 위험이 감지되지 않는 상황에서 위험을 생각하고 대비한다는 것은 귀찮고 시간낭비, 노력낭비가 아닐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 국가안보에 대해 허술했던 과거의 우리나라가 치뤘던 경험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6.25 전쟁 당시 정부의 전쟁에 대한 준비 부족으로 우리는 엄청난 인적‧물적 피해와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국가 비상사태에 효율적 대처능력을 구비해 놓지 않으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그와 같은 상황에 놓일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국가비상사태와 같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정부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의 생명(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사전에 절차와 방법을 만들어 놓고, 정기적인 훈련을 통해 숙달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을지태극연습인 것이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아직 상존하는 가운데, 테러, 재난, 무역전쟁 등 포괄 안보시대를 맞이한 지금 평소의 대비는 그래서 더욱 필요하다.

민족의 성지, 「365일 열린현충원, 밝은 현충원」을 지향하는 국립대전현충원에서도 전시 안장지원, 재난대응훈련 등 다양한 행사를 계획하고, 여러매체를 통해 적극적인 을지태극연습 홍보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옛 성현의 말씀중에 ‘교토삼굴(狡免三窟) ’이 있다. 영리한 토끼는 굴을 세 개 판다는 말이다. 이 고사성어에는 평소에 마치 토끼가 굴을 세 개를 파 놓듯, 미리 대비하고 계획하여 실전 대처력을 키움으로써 가능하다는 지혜가 담겨있다. 국립대전현충원이 직원과 국민을 대상으로 펼치는 이번 을지태극연습이 바로 교토삼굴(狡免三窟)의 지혜를 빌린 것이다. 이번 을지태극연습에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바라며, 을지태극연습을 통한 재난, 전쟁대비 실제훈련이 결국 더욱 확고한 평화를 지켜 내는 수단이 되기를 또한 고대한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