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주 대전지방보훈청 보상과 주무관

내가 공무원이 되고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신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청렴 교육을 받으러 갔을 때 강사분이 가장 강조한 것은 ‘그 동안 이렇게 해왔으니까’, ‘나 말고 다른 사람도 하니까’ 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청렴한 공직문화는 깨지는 것이니 민원인에게 공감하면서도 법령을 준수하는 공무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민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보면 부당한 요구들을 본 적이 있다. 새내기 공무원으로서 놀라는 경우도 많았지만 선배 공무원들이 민원인에게 법적・도덕적으로 원리원칙에 어긋난다며 차분하게 설명하는 것을 보며, ‘몰라서’ 혹은 ‘예전에는 가능했으니까’라는 생각으로 왔던 민원인들도 차분한 설명에 납득하고 돌아가곤 하는 모습을 보며 배운 것이 많다.

최근 내가 민원접수를 받은 민원인분은 연거푸 고맙다며, 그 동안 대전지방보훈청에서 받은 혜택이 많은데 본인은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며 음료수를 권유하셨고, 내가 계속해서 마음만 받겠다며 거절하자 많이 서운해하셨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생각나게 하는 그 분을 보며 순간 마음이 약해져 ‘작은 음료수인데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으나, 내 사소한 행동 하나가 공무원 조직 전체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어 민원인께 정중하게 사과를 드린 후 어르신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고 투명한 공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아주 작은 부분부터 바꾸어 가는 것이라고, 마음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고 받을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니, 민원인께서는 오히려 고맙다고 하시며 웃으면서 돌아가셨다.

이렇게 민원 해결에 대한 고마움에 음료수를 들고 온 민원인에게 사정을 설명하며 돌려보낼 때, 거절을 당했다는 불쾌감이 아닌 사소한 부분부터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감을 나타내는 것이 선배 공무원들이 만들어 놓은 청렴한 공직문화를 이어갈 수 있고, 나부터 언제든 부정・청탁의 유혹에서 벗어나 법과 원칙을 지키는 청렴한 공무원이 되는 것이라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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