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용철 벧엘의집 담당목사

지난 1월 29일 문재인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한 예타면제사업을 확정하여 발표하였다. 그런데 발표를 보는 순간 이건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도권을 제외한 광역자치단체별로 1-2개의 예타면제 사업을 선정했는데 대부분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 SOC 사업뿐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의 발표대로 수도권을 제외한 지자체들의 숙원사업들을 선정함으로 지방균형발전이라는 명분과 대규모 투자를 통한 경제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는 잡을 수 있는지 모르지만 문재인정부가 국민과 약속했던 SOC사업은 최소화하겠다던 약속은 깨뜨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대단했다. 나도 마찬가지로 문재인대통령만큼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문재인대통령도 취임사에서 국민이 행복한 나라,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하며 성공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칙과 소신을 지키며 국민을 위한, 국민만을 바라보는 대통령이 되어 적폐청산과 보편적 복지실현 등을 통해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가 가야 했다. 그 중 하나가 SOC를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대통령 자신도 집권 기간동안 SOC 투자를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랬던 문재인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지방자치단체의 대단위 토목 건설 사업을 경제성 검토도 없이 무더기로 허가해 준 것이다. 이 중 새만금국제공항은 대단위 토목공사의 백미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는 이미 국제공항이 8곳, 국내공항이 7곳으로 모두 15개나 된다. 그중 상당수가 적자에 시달리거나 폐쇄된 공항도 있다. 고추 말리는 공항으로 유명한 무안공항은 활주로에 비행기 대신 가을에 인근 주민들이 고추를 말리는 곳으로 이용한다고 하는데도 다시 지역에서 요구한다는 이유로 국제공항 건설을 예타면제 사업으로 승인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김창엽교수는 ‘토건 왕국 대신 삶의 질 공화국으로’라는 한겨레 칼럼을 통해 삶의 기반인 주거, 의료, 돌봄, 교육 등에 투자하는 것이 이 시기 사회간접자본의 핵심 영역이 아닐까? 라고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공항이 더 중요한가, 지역 사정에 맞는 돌봄 서비스 체계가 더 중요한가. 주민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면서 경제효과도 분명한, 공공주택, 국공립 유치원, 돌봄과 커뮤니티 케어, 공공병원과 요양시설을 사회간접자본이란 말이 아니면 무엇으로 부를까?”라고 말한다. 그의 논리에 의하면 공공의료 기관을 확대하는 것,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투자하는 것 또한 SOC사업이라는 것이다.

대전의 경우를 한 번 보자. 대전은 도시철도 2호선인 트램사업이 예타면제사업으로 선정되었다. 대전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사업은 1996년부터 23년여간 지연돼 대전시로선 꼭 해결해야 할 숙원사업이었다. 그러기에 이번 예타면제 선정에 대해 대전시민 대다수가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대전시가 예타면제사업으로 신청했지만 선정되지 않은 사업도 도로공사라고 하니 그동안 민선6기에서 트램 만큼이나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대전의료원 설립은 어떻게 된 것인가? 다행히 4월이면 예타심사 결과가 나온다고 하니 그때까지 기다려보자는 것인가? 대전시의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 지난 연말 대전시의회 채계순의원과 대전시립병원설립 시민운동본부가 주관한 대전의료원 설립 방안 모색 정책 토론회에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강대욱 의료서비스혁신단장은 현재 정부가 분석하는 방식으로 편익을 분석했을 때 대전의료원은 비용의 현재가치가 126,657백만원, 편익의 현재가치가 132,652백만원으로 B/C 값이 1.05로 비용대비 경제적 편익이 높게 나와 타당성이 충분히 있다고 했다. 여기에다 기재부의 편익계산 방식이 그동안은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에 사회적 편익에 대한 계량화에 많은 부분이 제외되고 있었기에 사회적 편익에 대한 계량화를 통해 B/C값을 산정한다면 더 높게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KDI의 예타심사 결과도 당연히 경제적편익이 높은 것으로 나올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단히 아쉬운 점은 문재인정부가 추진했던 예타면제 사업이 김창엽교수의 주장대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주거, 의료, 돌봄, 교육 등 보편적 복지실현을 위한 사업이었으면 어떠했을까? 마찬가지로 대전시도 비록 예타심사 중이라고 하지만 트램과 함께 대전의 숙원사업인 대전의료원 건립을 예타심사 면제사업으로 신청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다시 한번 대전시에 강력히 요청한다. 대전의료원 설립은 정치적 판단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대전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대전시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중요한 정책수단이기에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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