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김민선기자


지난번 타이중에 위치한 국립대만미술관에서 보았던 치메이박물관(奇美博物館)은 마치 이탈리아의 한 박물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이국적이었다. 대만에 저런 박물관이 있다는 걸 알고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타이난(台南)에 위치한 박물관이었다. 2010년도에 타이난을 여행한 적이 있지만 당시 타이난의 뜨거운 날씨 때문에 다시 타이난을 다시 방문한다는 건 엄두도 못 내던 일이었다. 하지만 치메이박물관을 가보고 싶어 다시 한 번 타이난을 방문할 계획을 세웠다. 남쪽으로 내려가는 김에 가오슝의 안 가본 곳도 가보고 가장 가보고 던 르웨탄(日月潭)도 가보고 싶어 2박 3일 여행을 결정하였다. 대만의 대도시를 이동하는 방법 중 가장 쾌적한 방법은 고속철도(THSR)일 것이다. 이번에도 도시간의 이동은 고속철도를 이용하기로 하였고 외국인은 3일동안 고속철도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THSR PASS 3Days’를 구입할 수 있다. 자유석 뿐만 아니라 지정석도 미리 패스에 기재하면 앉을 수 있다.
타이베이에서 가오슝까지는 고속철도로 약 1시간 40분이 걸린다. 가오슝의 고속철도역은 줘잉역(左營)이다. 타이베이의 11월은 그래도 선선하다면 가오슝의 11월은 아직도 여름이었다. 뜨거운 햇살을 뚫고 용호탑(龍虎塔)으로 먼저 향했다. 용호탑은 줘잉역 근처의 롄츠탄풍경구(蓮池潭風景區)에 위치하고 있다. 두 개의 쌍둥이 탑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용탑이고 하나는 호랑이탑이다. 중국의 속담에 의하면 용의 입으로 들어가서 호랑이의 입으로 나오면 큰 행운이 오고 화를 피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입구를 헷갈리지 말고 용의 입으로 들어가 구경하고 호랑이 입으로 나와야한다. 탑 위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다보면 어느새 롄츠탄 주변 줘잉지역의 경관이 한 눈에 담긴다.
용호탑을 구경하고 다시 줘잉역으로가 MRT를 타고 보얼예술특구(駁二藝術特區)로 향했다. 보얼예술특구는 항구의 창고를 예술공간으로 바꿔놓은 곳으로 타이베이의 화산1914나 송산문창원구랑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낡은 공간을 예술공간으로 바꿔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지역주민들에게는 휴식공간을 준다. 많은 사람들이 오다보니 지역경제도 자연히 발전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이런 시도들은 부족한 것으로 보여 대만의 예를 참고하여 정책을 펴면 좋은 것이다. 탁 트인 넓은 잔디밭에서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비눗방울을 날리고 낡은 건물들 앞에서 느낌있는 사진을 남기는 사람들이 가득하였다. 창고였던 건물들에서는 각종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고 그 중 철도전시회의 입장권을 사 구경하였다. 가오슝역부터 타이베이역까지 과거의 모습을 미니어쳐를 통해 나타냈는데 구성이 좋았다.
가장 더운 오후 2시를 지나 드디어 타이난의 치메이박물관으로 향했다. 타이난의 더위는 가오슝사람도 느끼기에 더워서 아침 일찍 또는 오후 3, 4시 이후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가오슝역으로 가 바오안(保安)역으로 향하는 일반기차에 몸을 실었다. 치메이박물관을 바오안역에 근처에 있기 때문에 바오안역으로 바로 가는 것이 좋다. 1시간 정도를 달려 정말 옛날 간이역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바오안역에 도착하였다. 도보로 약 15분 걸리지만 택시를 타고 5분도 안 걸려 치메이박물관에 도착하였다. 넓은 평지 위에 마치 유럽의 박물관을 옮겨놓은 것 같은 모습의 치메이박물관이 눈앞에 있었다. 마치 로마에 와있는 것 같았다.
주 박물관은 길이가 150m, 높이가 42m이며 13억대만달러를 들여 만들었다. CHIMEI라는 대만의 전자제품을 만드는 회사의 창업주인 쉬원룽(許文龍) 선생이 개인적으로 소장하던 미술품, 악기, 무기, 동물표본 등을 "내 박물관의 유일한 목적은 대중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라는 신념아래 설립하게 되었다. 내부에는 예술관, 로랭 전시관, 동물관, 악기관, 조각전시홀, 병기관이 상설로 전시되고 있고 특별전시관에서는 ‘일상의 미 : 헹크 헬만텔’의 전시가 한창이었다. 둘러보다보면 개인이 수집한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전시품이 상당하다. 하지만 전시하고 있는 것은 소장품의 1/3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박물관을 천천히 둘러보고 박물관을 나서니 조명을 밝힌 치메이박물관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한쪽에서는 학생들이 치메이박물관을 배경으로 졸업사진을 찍는데 열중하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박물관 앞쪽 잔디밭에서 피크닉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틈에서 아름다운 치메이박물관을 배경으로 나도 사진 한 장을 기념으로 찍고 치메이박물관과 작별인사를 하였다. 치메이박물관 앞에는 택시들이 쭉 늘어서 있어서 택시를 타고 타이난 시내로 진입할 수 있다. 택시비는 약 200~250대만달러를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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