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표 대전‧충남재향군인회 안보부장

직장인을 위시한 일반 시민들은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 김정은의 특사로 친서를 갖고 방문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답방 형식 차 3월5일과 6일 평양을 방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우리측 대북 특사단을 대한 김정은의 파격적 행보에 어리둥절하다.

2011년 12월17일 아버지 김정일의 급서(急逝)로 세습 권력을 이어받은 김정은은 실권자이던 고모부 장성택을 2013년 12월12일 ‘천하의 만고역적’ ‘반당 반혁명적 종파’로 몰고 처형 직전에는 ‘국가전복 음모’까지 덧씌워 즉결 처형을 필두로 당‧군‧정의 눈 밖에 난 권력 상층부 핵심인사들을 고사총까지 동원해 흔적도 남기지 않게 공개처형, 숙청했다.

더하여 살기 위해 북한을 탈출하는 주민들의 등 뒤를 향해서까지 무차별 총격을 가하며 잔인함의 극치를 보이던 공포통치의 최고 독재자와는 전혀 딴판의 자세로 남측 특사단을 맞아 극진한 환대를 베풀었다.

특사단에게 4월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서울 - 평양 정상 간 Hot-Line 설치,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정 보장 시 핵 보유 이유가 없다며 한반도 비핵화 의지와 남한을 향해 핵과 재래식 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담았다. [김정은 = 공포통치 = 핵 · 미사일 도발] 등식을 허물어뜨린 상상과 예상을 박차버린 대변혁 메시지를 전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진행되고 있는 순간(2.23)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최 고강도 대북제재를 발표했다. “전 세계에서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돕고 있는 기관 27곳, 28개 선박, 개인 1명 등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며 “이번 조치가 북한에 대한 ‘최대의 경제 압박 정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또 이를 뒷받침했다. 사실상 봉쇄 수준으로 막히게 된 것이다.

3월6일까지의 그런 상황의 북한이었다. 그러나 그 이전 김정은은 기고만장했다. 가만히 있지 않았다.

2010년 3월26일 서해북방한계선(NLL)을 불법 침투한 북한 잠수정으로 천안함을 폭침시켜 46명의 해군 장병의 생명을 앗아갔다. 11월26일엔 휴전이후 우리 영토 연평도에 무차별 포격을 가해 해병대 장병과 민간인까지 살상케 했다. 2015년 8월에는 비무장지대 아군초소에 목함지뢰를 설치하고 민간지역까지 포격을 자행했다. 우리 장병이 중상을 입고 전쟁 일보직전상황까지 몰고 갔다. 도발의 처음과 끝에는 김정은이 위치해 있다.

지난해 12월22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수입 정유제품을 현재보다 90% 수준으로 줄이는 고강도 대북제재결의(2397호)를 만장일치로 통과시키자 김정은은 다음날인 23일 제5차 노동당세포위원장대회 폐회사에서 “더 대담하고 통 큰 작전을 과감하게 전개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귀추가 모아졌다. 그리고 신년사에 담길 내용에 관심이 집중됐다. 무대는 평창 동계올림픽 장이었다. 대한민국과 IOC가 화답하고 미국이 이해했다. 이를 기화로 평화의 사절들이 대거 왕래했다. 경색될 대로 경색되고 단절됐던 남북 간 대화무드가 조성된 것이다.

2월9일로부터 3월5일 현재까지 한반도 상황이 숨 가쁘게 돌아갔다.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지만 현 상황에서 김정은이 언급한 ‘대담하고 통 큰 작전’은 지난해 9월5일의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17회에 걸친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과 같은 무력 행위의 지속화가 아닌 대북 특사를 통한(한국을 지렛대로 이용)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제의)으로 더 이상 ‘독안에 든 쥐’꼴과 막다른 골목으로부터의 모면과 탈피를 위한 돌출적 행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가 생각게 한다.

그러나 일단 마주보고 달리던 기차와 같은 미국과 북한의 위기 국면은 평창 올림픽이 계기 된 대북 특사를 통해 돌파구가 마련된 것은 대전환점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지난시기 김일성과 김정일이, 김정은과 그 추종세력들이 어떻게 대한민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를 겁박하고 철판을 깐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도살자 노릇을 해왔는지, 그리고 이번엔 얼마나 진정성과 진실성을 갖고 임해오는지를 새겨야 한다.

우리에게 있어 한반도 평화는 대한민국 주도의 자유통일과 더불어 절대적 명제이자 사활적인 과제이다. 전쟁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일 수밖에 없다. 특히 ‘핵무력 완성’이라는 핵 보유 불량집단과의 관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외신에 의하면 “단기적으로 한반도 전쟁위기 줄었다”고 평가도 한다. 당장의 평양발 훈풍이 남북한을 휘감고 태평양 건너 미국까지 직항로로 부는 것 같다. 그러나 잊지 않아야 할 게 있다. 2000년 6월 평양에서 김정일과 만나 1차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서울에 도착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제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고 선언했지만, 김정일은 그때부터 핵전쟁을 준비했다. 1999년과 2002년 서해 NLL을 침범 1ㆍ2차 서해교전이 벌어졌다.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2009년 4월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5월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겉으로는 만면 가득 미소를 띠면서 안으로는 대한민국 적화를 위한 거대한 음모의 획책을 멈추지 않은 것이다. 그 사기극을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의 바람이 다가올 통일시대의 봄소식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호전광(好戰狂)들이 꺼낼 변하지 않는 카드 보따리에 맞장 뜰 치밀하고 농밀한 완숙도가 관건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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