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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명상(瞑想)김헌태 논설고문
김태선  |  ktshm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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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09  13: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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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를 알리는 가을 들녘이 마냥 평화로운 요즘이다. 차장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전형적인 가을이다. 울긋불긋 단풍도 물들어가면서 가을의 전령사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눈부시게 높푸른 하늘도 여느 가을처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길 것처럼 보였던 추석연휴 열흘도 금방 지나가 버렸다. 모든 이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간에도 가을을 흘러가고 있다. 4계절 중에서 가을은 유독 상념의 나래를 펼치게 하는 계절인 것 같다. 격동의 대한민국의 한해를 아는지 모르는지 가을은 깊어가고 있다.
가을이 한해의 결실을 거두는 수확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농부의 마음은 늘 기쁨만 넘치는 것이 아니다. 풍년이 들수록 쌀값 하락,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수매물량 등으로 매년 이맘때는 근심걱정이 마늘 날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마치 졸업을 앞둔 젊은이들이 취업을 걱정하는 것과 같은 심경이다. 열심히 공부한 결과가 실업이라고 한다면 그 자괴감이나 상실감이 얼마나 클 것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청년체감실업률은 22.5%로 청년실업자가 114만 3천명에 달한다. 청년 4명 중 한명이 그야말로 백수라는 통계이다. 이른바 7급과 9급 공무원을 준비하는 ‘공시생’들만 지난해보다 11만 명이 증가했다. 이러다 보니 젊은이들의 가을은 아무런 감흥이 없어졌다. 서민들의 생활도 퍅퍅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다 보니 하루하루가 힘겹고 근심걱정이 마늘 날이 없다. 서민경제고통지수도 크게 증가한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긴 추석연휴가 자영업자들에게는 고통이었다.
가을이 평화와 풍요를 상징하건만 이번 가을은 살벌함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대통령이 쏟아내는 발언 때문이다. 이른바 ‘폭풍 속의 고요’란 묘한 표현으로 한반도의 전쟁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북핵과 미사일 해법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하는 우리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에 국민들은 불안을 넘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다만 표현을 자제하고 동요하지 않을 뿐이다. 오히려 외국에서 이런 국민들의 모습을 의아해하고 있을 정도이다. 물론 북한이 보여주고 있는 험악한 군사행동의 모습들과 언행들이 일촉즉발의 순간순간들이기도 하다. 전쟁이 나면 서울을 초토화할 듯한 발언에서는 섬뜩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결국 5000만 명의 우리 국민들이 북한의 포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는 결과이다. 심지어 핵미사일을 남한을 향해 쏘아댄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상을 초월하는 비극이 초래될 수 있다. 전쟁은 안 되지만 미국과 북한의 오가는 말은 점입가경이다. 그 사이에서 우리 국민들만 이 가을 불안한 관전만 하고 있는 격이다. 가을이 가을 같지 않음은 바로 이런 연유에서 그렇다.
한술 더 떠 마치 동맹국인 우리 대한민국을 위하여 한미동맹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처럼 화려한 언어를 구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한미FTA 전면 폐기를 운운하면서 재협상을 관철하고 있는 트럼프대통령의 이중성이 참으로 얄밉고 가증스럽기까지만 하다. 심지어 국제 무기 판매상 같은 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점도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대한민국을 우습게 아는 것은 아닌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럭비공 행각에 우리 국민들은 헷갈리고 있다. 여기에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한국산 태양광 제품을 대상으로 무역장벽의 하나인 긴급수입제한 조치인 세이프가드 발동을 검토하고 나섰다는 점도 껄끄럽다. 자국 이익을 위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그 실체를 드러내는 형국이다. 안보에서는 불안감을, 경제에서는 배타성을 서슴지 않는 모습이 어딘지 정감이 떨어진다는 평가이다. 그래서 이를 두고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이라는 극단적인 용어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품격이 떨어지는 막가파식 전략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 가을 우리 정부의 대처행보가 애처롭게까지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재협상 발표를 기다렸다는 듯이 비판하는 정당과 재협상은 없다던 말을 번복하는 궁색한 변명 모두가 국민의 시선이 그다지 곱지 않다.
안보와 국내외 경제를 떠나 구석구석에서 노정되는 이익집단들의 주장들이 난무하는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우리는 냉철히 생각해 볼 때이다. 정치는 여야로 나뉘어 시도 때도 없이 극단적인 용어를 써 대가며 죽일 듯이 말싸움질이나 일삼고 있는 모습에서 국민들의 실망감을 증폭시킨다. 정당정치의 여전한 후진성을 보게 된다. 추석연휴가 지나면 화병이 급증한다고 하는데 이 또한 한 원인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설상가상으로 저출산·고령화로 사회적 기반마저 위기 상황이다. 복지도 의료분야와 노인요양분야, 정신분야, 저소득 취약계층 등 구석구석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고 집단 민원을 사고 있다. 바람 잘 날 없는 대한민국에서 지혜로운 해결사는 없고 늘 트러블 메이커들만 난무하니 실타래가 너무나 헝클어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종편 방송을 보면서 우리나라는 똑똑한 인물들이 참으로 넘치고 많은데도 이들의 말들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의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하다는 반증이다. 풍요로운 가을에 인생을 되돌아보고 좀 더 성숙한 삶의 의미를 되찾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바로 우리네 심경이다. 무언가 우리를 부정으로 이끄는 안톤 슈냑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주변에서 많은 탓은 아닌 지 치부(置簿)해 본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우리는 나름대로 가을이 던져주는 ‘가을명상’에 몰입하며 다시금 “나”를 돌아보는 억지 여유라도 가져 보는 것도 정신건강을 위해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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