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희 대전대학교 둔산한방병원 소아청소년센터 교수

여름을 들어서며 잠잠해지는 듯했던 미세먼지가 가을에 들어섬과 함께 다시 우리를 찾아오고 있다. 우리 건강과 미래를 위협하는 것으로 단연 미세먼지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한다. 세계 대기오염 실태를 감시하는 다국적 커뮤니티 ‘에어 비주얼’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 21일 오전 7시를 기준으로 세계 주요 도시 중 서울의 공기품질지수는 179를 기록, 인도 뉴델리(187)에 이어 두 번째로 대기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미세먼지는 탄소, 유기탄화수소, 황산염, 질산염, 유해금속 성분 등이 다량으로 함유된 입자로, 호흡기 및 피부질환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어 2013년 세계 보건기구(WHO) 산하 암 연구소가 1급 발암 물질로 규정하기도 했다.

미세먼지는 황사와 달리 눈에 보이지 않고, 입자가 아주 미세해 호흡하는 중에 들이마시면 우리 몸의 필터작용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어 폐포까지 침투하는 것은 물론, 혈관을 따라 온 몸을 돌아다니며, 심지어 뇌 기능에도 영향을 미쳐 치매 발병률을 높인다. 치매 발병률에 대한 사실은 최신 연구 자료에 의한 것으로, 미세먼지가 단지 폐 기능을 감소시키고 기관지염이나 인후염, 폐렴과 같은 호흡기질환을 유발하는 차원이 아닌, 삶의 질을 좌우할 만한 강력한 위협 요소임을 시사한다. 미세먼지에 대한 강력한 대책 없이 우리 아이들이 30년 후를 맞이하게 된다면? 어쩌면 30대에 60~70대의 폐를 장착한 채 잦은 질병에 시달리며 활력 없는 삶을 살아가게 될지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세먼지는 모든 연령대에서 문제가 되지만, 호흡기 면역력이 약한 아이에게는 더 치명적일 수 있어 주의와 관심이 더 필요할 것이다. 아이들의 기관지는 어른보다 좁은 구조로 되어 있다. 미세먼지가 기관지에 들어와 염증을 일으켜도 어른들은 기관지가 넓어 증상이 심하지 않지만 기관지가 좁은 아이들은 염증이 생기거나 가래가 조금만 껴도 어른보다 증상도 심하고 치료도 더디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점점 심해지는 미세먼지를 당장 억제할 수 없다면 한방치료로 우리 자녀들의 호흡기 면역력을 챙겨주는 게 필요할 것이다. 미세먼지주의보가 내렸을 때 같은 환경 속에서도 호흡기가 튼튼한 아이는 콧물, 기침이 덜하지만 호흡기가 약한 아이는 바로 콧물, 재채기, 기침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호흡기 점막의 상태에 따라서 같은 자극을 받아도 과민반응이나 염증반응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다.

미세먼지는 촉촉한 환경에 약하기 때문에 호흡기 점막을 촉촉하고 튼튼하게 해줄 수 있는 한약재를 처방하여 외부자극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차가운 냉기로 손상 받는 호흡기를 보호하기 위해 영향혈 등과 같은 혈자리를 자극하는 뜸치료가 호흡기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이미 미세먼지의 자극으로 호흡기 점막이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있을 경우는 기침, 콧물 등의 증상완화를 위한 한약재 처방 및 관련 아로마 오일 흡입 및 네불라이져 치료, 비강 레이져 등이 도움일 될 수 있다.

이러한 한방치료 뿐 아니라 미세먼지에 대한 생활관리 함께 해주면 더욱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아침마다 일기예보를 통해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고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라면 불필요한 외출은 자제하고 꼭 필요한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KF80, KF94, N95 등급의 마스크를 외출을 대비해 준비해 놓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외출 후 세수하기, 손 씻기, 양치질을 습관화하고 콧속도 세척하는 것이 좋은데 생리식염수 스프레이를 코 속에 뿌려주거나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라면 생리식염수 코 세척 전용용기를 사용해서 코 세척 연습을 하는 것도 좋다. 평상 시 수분섭취를 충분히 하여 몸 속 호흡기 점막이 촉촉하게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창문을 닫은 채 환기를 시키지 않으면 실내에 있는 포름할데히드, 곰팡이, 먼지 등으로 집안이 오염될 수 있으므로 실내를 환기시킬 때는 미세먼지가 지상에 깔리지 않는 오전 9시에서 오후 2시 사이가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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