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규 대전대학교 둔산한방병원 동서암센터 교수

병원을 찾은 젊은 남자인 A씨는 피로하고 무기력함을 일상적으로 느끼며 살아왔다. 아침에 일어나면 푹 잤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고 최근에는 점차 기억력, 집중력 및 의욕도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여러 번에 걸쳐서 병원에서 다양한 검사를 하였으나 별다른 이상은 없었으며, 특별히 남보다 많은 일을 하거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도 아니다. 몸은 여기 저기 아프면서 최근에는 서서히 우울감이 생기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최근에 점차 늘고 있다. 많은 경우가 만성피로증후군이라는 질환일 수가 있는데, 언제부턴가 늘 피곤하면서 아침에 상쾌하지 않은 수면, 작은 육체적 정신적 노동으로 가중되는 피로감 및 뇌기능의 감소를 특징으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다음의 8가지 증상 (① 육체적 혹은 정신적 활동 후 피로감이 24시간 이상 지속되고, ② 아침 기상 후에도 상쾌해지지 않는 수면, ③ 단기 기억력 또는 집중력의 장애, ④ 근육통, ⑤ 붓거나 발적이 없는 관절통증, ⑥ 예전과는 다른 양상의 두통, ⑦ 목이나 겨드랑이의 딱딱하지 않게 커진 림프절, ⑧ 자주 반복되는 인후부 통증) 중에서 4가지를 가지고 있으면 이 질환으로 진단된다.

대부분의 질병의 발생은 나이가 들면서 증가하는 것이 특징인데, 만성피로증후군은 젊은 청장년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가장 빈발하는 연령은 35-55세 사이의 왕성한 생산연령이라는 것이 특징이고 여성이 남성보다는 약 1.5배 많다. 단순한 ‘만성피로’와는 전혀 다른 심각한 질환임에도 “피로”라는 단어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인식되는 경우가 많아서, 최근 미국에서는 “복합적인 다계통 신경병증 (Complex multi-system neurological condition)”으로 부르도록 권고하고 있다. 임상에서 일부의 환자들은 우울감을 호소하여 항우울제를 처방받기도 하는데, 여러 연구에서 비타민이나 면역조절제 혹은 항우울제의 효과가 미미하고 아직 표준약물 치료법이 없는 실정이다.

우선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위와 같이 본인을 괴롭히는 질환이 만성피로증후군이라는 질병임을 빨리 진단받는 일이다. 그럼으로써 반복되는 검사와 주변 사람들의 이해부족으로 생기는 갈등 및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고,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필자가 10년 전부터 만성피로증후군관련 연구와 진료를 하면서 느낀 점이며, 몸의 전체를 보고 근본적인 치료를 추구하는 한방치료가 효과적이다. 신체의 필수요소인 기혈(氣血)의 균형이론과 실험적 연구를 통하여 황기 및 단삼의 유효성분을 추출하여 만든 미엘로필은 가장 대표적인 한방처방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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