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인찬 대전대학교 둔산한방병원 뇌신경센터 교수

한 할아버지가 아침에 일어나다가 갑자기 빙글 빙글 도는 심한 어지러움으로 중풍이 아닌가 걱정하며 급하게 진료실을 찾아오셨다. 증상을 물어보니 가만히 있으면 어지럽지 않다가 눕거나 일어나는 순간 또는 고개를 숙이면 다시 어지럼증이 발생 한다고 하였다. 검사를 해보니 어지럼증 외에 특이한 신경학적 증상은 없었고 우측 눈에 자발 안진이 관찰되었다. 그리고 후반고리에서 기인한 양성돌발성체위성 어지러움으로 진단되어 침 치료와 간단한 수기치료로 증상이 회복되어 집으로 돌아가셨다.

내원 환자 중 61세 여자분은 좌 안검하수 와 어지러움으로 내원하였는데 검사해보니 상방 주시 안진이 있고 우측으로 온각통각의 감각장애가 나타나 영상의학과에 의뢰해 MRI 촬영하였다. 그 결과 뇌간 부위에 경색이 확진 되어 입원치료 후 증상이 호전되어 현재 통원 치료 중이다.

어지러움은 65세 이상에서는 대략 30% 정도의 발병률을 가지고 있고 75세 이상에서는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 할 수 있는 흔한 질환이다. 어지러움을 느끼는 증상은 “어찔해요. 비틀거려요. 술 취한 것 같아요. 몸이 붕 뜬 것 같아요. 땅이 꺼지는 것 같아요. 멀미한 것처럼 속이 울렁거려요. 토할 것 같아요” 등 환자분들에 따라 다양하게 호소한다.

어지러움이 발생하면 몸의 중심잡기가 힘들어 정상적으로 걸을 수 없고 특히 속이 울렁거려 먹을 수 없는 것도 큰일이다. 어지러움을 심하게 겪고 난 환자들은 혹시 큰 병이나 중풍이 아닐까 걱정하여 병원을 방문하게 된다.

어지러움은 증상의 심각성에 비하면 의외로 단순한 말초성 전정기관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진료하는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질환이다. 초기에 잘못 된 판단은 환자를 평생 불구로 지내게 하거나 청력을 상실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지러움 환자를 접하는 의료인은 정확한 진단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초기에 어지러움을 심하게 느껴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를 진찰할 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환자의 어지러움이 중추성병변에 의한 것인지 말초성병변에 의한 것인지를 정확히 진단해 내야 한다. 의식저하 안구운동장애나 언어장애 사지마비증상이나 감각이상 운동실조 삼킴 장애 중 하나라도 확실하게 나타나면 뇌병변에 의한 중추성 어지러움의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정밀 검사를 통해 뇌졸중 여부 와 뇌의 혈류 상태를 파악해야 하며, 이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통해 뇌가 영구히 손상되거나 손상이 진행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말초성 현훈의 가장 흔한 원인질환인 양성돌발성체위성현훈은 이석정복술을 통해 임상에서 간단하게 치료될 수 있다. 말초성 현훈에 많이 사용되는 전정억제제나 진토제, 안정제는 발병 당시 단기간만 사용해야 하며, 약에 의존하여 오래 복용할수록 중추신경의 보상작용이 느려져 어지러움 회복을 지연시킨다는 사실을 환자분들께 잘 알려 드려야 한다. 따라서 환자 상태가 안정되는 대로 빨리 일상 활동으로 복귀시키는 것이 회복 기간을 단축시키는 방법이다.

또한 전정신경염처럼 이명 난청 등 와우증상 없이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구토 어지러움 증상 등은 길게는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완화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전정신경 재활운동이 중요하다. 전정기능의 재활운동은 어지러움을 일으키는 환경에 노출시킴으로써 전정보상작용을 강화시키는 운동으로 인터넷 등으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어지러움을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지나치지 말고, 생활에 지장이 되거나 반복되면 빠른 시일 내에 전문가를 찾아 상담하고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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