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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복지법 시행초기부터 ‘삐그덕’
김태선  |  ktshm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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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06  17:2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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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태논설고문



정신병원에 억울하게 강제 입원되는 것을 막아 정신질환자들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기존의 정신보건법을 전면 개정하여 만든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즉 약칭 정신건강복지법이 지난 달 30일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법 시행초기부터 혼선을 빚고 있어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한마디로 법 시행준비가 미흡한 가운데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동안에도 각계의 재개정 요구가 빗발치고 있었다. 아니라 다를까 시행초기 역시 혼란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앞으로 현장에서의 법 적용이 과연 순탄할지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당초 취지가 후퇴하면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무엇보다 한심한 것은 관련법의 시행규칙이 전면 시행 30일 당일에 발표되고 심지어 예외를 인정하는 시행방안조차 허겁지겁 발표해 복지부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전국 병의원들은 법제처, 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의 홈페이지를 뒤지며 도대체 서식은 어떻게 하며 입·퇴원 절차는 어떻게 할 것인지 큰 혼선을 빚었다. 시행초기부터 의료계가 그야말로 일대 혼란을 겪으면서 그야말로 멘붕을 일으켰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 보니 보건복지부가 법 시행 직전 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신설한 조항을 일부 완화한 게 드러났다. 물론 병의원들은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의 경우 2주 내에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 소속의 2명 이상의 정신과 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 2주 이상 입원이 가능하며 1인은 국․공립병원 또는 출장진단의료기관 소속이어야 한다는 핵심이 날아가 버렸다. 새로운 명문규정으로 파문을 일으키며 상당한 주목을 받았던 강제입원 차단 장치였기 때문에 혼란이 컸다. 국립정신건강센터를 비롯하여 전국 5개 국립정신병원을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설치기관으로 정해 관할 구역을 관장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다시 말해 국립정신병원이 주최가 되어 교차진단으로 강제입원에 따른 인권을 보호한다는 야무진 입원제도로서 복지부의 핵심적인 강조 법규이다. 복지부는 당위성과 합리성 표방하면서 세계보건기구(WHO)도 한국의 정신보건법 개정에 대한 지지 입장 표명해 왔다며 이에 따른 입원판정제도 강화에 따라 20년 만에 강제입원제도가 개편되는 것으로 현장에서는 부담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정신질환자의 인권보호제도가 한걸음 더 나아가도록 합심하여 노력할 때라고 강조해 왔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자 당초 복지부가 주장하던 법 시행 취지와는 전혀 다른 원점 행보이자 갈지자 행보를 벌인 것이다. 그 동안 교차진단을 준비한다며 민간 진단병원과 진단의를 찾아 전국 보건소를 통하여 얼마나 애걸복걸하며 교차 진단의를 만들어 왔는지는 웬만한 전국의 정신병의원이면 익히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가 법 시행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각 의료기관에 공지한 ‘추가 진단 전문의 예외 규정 시행방안’을 내놓고 추가 진단할 전문의가 부족할 경우 올 12월 31일까지 한시적이라는 조건을 달아 같은 병원 전문의 2명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다시 말해 국립정신병원의 입원적합성 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복지부가 강제입원의 강력한 규정을 자랑하며 전면 개정한 핵심이 시행초기부터 뒷걸음치는 형국이 된 것이다. 한마디로 준비부족을 말해 주고 있다. 일선 병의원들의 혼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심지어 주체가 되는 국립정신병원의 진단인력 조차도 과연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복지부가 새로운 입원제도 시행을 위해 입·퇴원 시스템을 개발하고 매뉴얼을 제작하고 입원판정제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국공립병원 전문의를 16명 증원과 지자체별 시행계획 수립, 입원 필요성을 독립적으로 심사하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시범사업을 이달부터 시행한다고 공표해놓고 있다. 예외 규정이 나오면서 사실상 진단의사 한명만 늘었지 달라진 것은 없다. 정신병원 강제입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켜 법 개정 분위기 조성에 기여한 영화감독을 초청하여 법 시행을 기념하는 수기공모 시상식을 개최하고 정신장애인편견을 해소한다는 동영상까지 만들어 방송 홍보전을 펼치고 있는 복지부이다. 그러나 정작 시행초기부터 핵심 사항이 사라졌다며 참으로 모순된 법 시행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관련법이 이른바 탈원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점을 당사자 가족들조차 우려하고 있다. 기존에 복지부는 법 시행 후 환자 중 일부가 퇴원할 수 있으나, 일각에서 제기하는 ‘입원환자의 절반에 달하는 4만 명이 퇴원한다.’는 의견은 근거가 없는 무리한 주장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퇴원 환자는 자택 혹은 시설에서 지속적인 통원치료와 재활훈련을 받게 될 예정이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정신관련 복지시설의 인프라가 매우 미흡한 현실에서 이는 지극히 감상적인 논리에 치우지고 있다는 당사자가족들의 비난이 거세다. 강제입원을 예방하여 정신질환자들의 인권을 보호한다면서도 정작 탈원화 이후 퇴원자들의 수용대책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칫 사회적 문제가 파생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19대 국회에서 졸속으로 추진되어온 전면 개정법이 시행초기부터 벽에 부딪히자 관련 유관 단체와 의료계, 당사자 가족들은 졸속 시행에 따른 문제점을 하루속히 개선할 수 있는 법 개정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사법입원에 대해서도 각종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어 법 시행초기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물론 복지부는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병원 및 시설의 강제입원 절차를 개선하여 정신질환자의 인권보호를 강화할 뿐 아니라 정신질환자에 대한 복지지원과 전체 국민의 정신건강증진사업의 근거를 마련한다는데 의의가 있다.“며 “개정법이 충실히 추진되도록 하여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복리, 사회 안전과 국민정신건강의 증진이라는 법률의 취지가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고는 있다. 특히 개정법률 상에서 인신보호법상의 구제청구를 통해 입원의 적합성에 대한 사법적 심사가 가능하며 헌법재판소의 지적과 같이 입원 시 동 청구권에 대한 고지 및 통지를 강화하여 환자의 사법적 청구권이 보장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전면 개정법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는 시행초기이다.
더욱이 부실투성이인 국립정신건강센터와 국립정신병원이 정신건강복지법의 핵심 주체기관이 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신건강복지법의 시행에 들어가면서 참으로 아이러니컬하게도 지난 해 국립정신병원들의 감사결과가 도마 위에 올랐다. 관련 감사는 지난 2012년 10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이뤄졌는데 한마디로 부실투성이자 엉망이어서 국립정신병원 이대로는 안 된다는 거센 비난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분야별 세부 지적내용과 조치할 사항에 지적된 내용을 살펴보면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한심한 행태를 보면 구 정신보건법 제24조의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조항에서 6개월마다 시장·군수·구청장에게 계속입원에 대한 심사를 청구하도록 하고 있는데도 국립병원에서는 전문의가 연가·병가 중인데도 '계속입원치료심사청구서'가 작성되고, 전공의가 이를 작성하다 적발되어 경고를 받았다. 더욱 가관인 것은 국립병원은 '계속입원치료심사 청구' 절차조차 거치지 않은 채, 동의입원 형태로 자의입원과 동의입원을 반복적으로 실시해 모 환자의 경우 556일, 또 다른 환자의 경우 553일 동안 입원한 사실까지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감사 기관에 이처럼 적발된 내용이 참으로 황당해 서울과 공주병원 등 당시 봉직 병원장들을 추적하여 적절한 법적 처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뜨겁다. 한마디로 국립정신병원이 개혁 대상이자 적폐청산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고양이 앞에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런 곳에다 새로운 법 시행으로 혈세를 또 쏟아 부어야 하니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차제에 짚어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국민이 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법이 존재 되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인권을 보호한다면서 아직도 정신질환 의료급여 환자들은 이른바 정액수가라는 것에 묶여 행위별 수가의 혜택을 받지 못한 지 오래이다. 일부 개선이 된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멀었다. 이른바 차별 진료가 여전하다. 이른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정부가 어기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의료급여 입원환자의 밥값은 그야말로 차별의 극치를 이룬다. 이런 차별은 먹는 밥값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입원료에 포함된 의료급여 환자 한 끼 식대 수가는 3390원, 건보 환자는 5310원이다. 이런 차별을 받고 있는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장기간에 걸쳐 차별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강제입원을 막아 인권을 보호한다며 요란 법석을 떨면서도 오랜 세월에 걸쳐 눈물짓는 가난한 환자들은 차별하는지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과연 무엇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법인지 아직도 모른다. 정신장애인과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오히려 정부 측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싶다면 다른 종별 장애인들과 비교해서 살펴보기를 권하고 싶다. 한 평생을 눈물과 한으로 살고 있는 당사자와 가족들의 모습이 새 법이 시행되면서 걱정과 불안으로 바뀌고 있는 모습이 오버랩이 된다. 이들의 하소연을 우리는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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