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헌 태 논설고문 ㏄

대통령 선거가 종반전으로 접어들면서 대한민국 사회가 양분화 되는 느낌이다. 이른바 국론분열 현상이다.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첨예한 이슈들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되면 꼭 양분된 의견들이 돌출되어 사회적 갈등을 촉발시키고 있다. 여과 없이 SNS를 타고 육탄전을 방불케 하는 저작운동(咀嚼運動)으로 전파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카톡 등 SNS의 논쟁은 가히 쌈판 수준이다. 어디서 자료들을 가져오는지 하염없이 포장되어 우리 사회의 암적인 존재처럼 대선후보들이 매도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논쟁과 쌈판을 조장하는 측면도 매우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수와 진보의 양날이 어김없이 등장하며 생각 차이가 조금만 나도 이념 잣대로 우리 사회를 양분화하고 있다. 매우 우려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탄핵찬반의 사회구조가 아직도 그대로 투영되는 양상이다.

대통령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자 국민들의 축제가 되어야 하는데 어찌 요즘 선거전을 보면 그야말로 상대방 흠집을 내기 위한 난타전이 지나치다. 물론 선거운동이 과열되면서 비롯되는 현상이긴 하다. 그러나 난타전을 보면 대통령될 인물이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력후보들의 흠결이 많아 보인다. 드러난 문제점을 액면 그대로 볼라치면 후보를 당장 사퇴하고 국민들에게 사죄해야 할 지경이다. 그런데도 후보들은 마이웨이이며 마이동풍이다. 오히려 지지 세력을 결집하여 세 불리기에 젖 먹던 힘까지 쓰고 있다. 토론회에서 제기되는 문제점을 보면 어떤 사안들은 단순하게 넘어갈 문제가 아닌 듯하지만 그냥 대충 넘겨 모면하는 화법으로 본질적인 접근이 이루지지 않다. 이것이 감정싸움으로 비화되고 책임을 전가하며 수준을 떨어트리니 토론을 통한 검증 방법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번 19대 대통령선거가 전직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이라는 대한민국의 고통의 역사를 배경으로 조기 대선으로 치러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는 않았는지 매우 궁금하다. 대한민국의 작금의 현실은 국내외적으로 내우외환의 중차대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이는 국내외적으로 무수한 난제들이 난마처럼 엉키어 국민들의 자존심을 짓밟고 안보에 대한 국민 불안을 증폭시키고 단초가 되고 있다. 안으로는 국내정치와 사회불안, 갈등을 치유해야 하고 밖으로는 한반도 위기 문제를 둘러싼 북한과 미국, 중국 등의 일방적인 움직임을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현안이 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참으로 혹독한 시련기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안위에 관련된 문제를 우리가 스스로 결정짓기 못하고 주변 열강들의 입김에 따라 좌우되는 부초(浮草) 같은 처지가 계속된다면 이는 그야말로 치욕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대한민국이 중심을 바로 잡고 새로운 추동력을 갖추어 나갈 수 있는 대선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선 후보들의 대한민국 통치철학은 매우 중차대한 가치이자 대한민국 미래의 바로미터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 이후에도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벌써 샤드배치를 둘러싸고 난타전이 전개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샤드배치에 대한 찬반의 대립적 개념으로 양분화 되는 국론을 보면서 참으로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 있다. 보수는 샤드배치를 찬성하고 진보는 반대하느냐는 논리인데 이렇게 단순한 이분법으로 보기에는 무엇인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북한에서는 핵·미사일 개발이 그 농도를 더해가고 있는데도 일언반구 이렇다 할 반대 입장 천명과 대안도 뚜렷이 제시하지 않고 샤드배치를 무조건 반대만 한다면 논리적 모순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북한이나 중국이 좋아하는 샤드배치 반대를 굳이 편드는 사람들과 세력들은 우리를 향한 북한의 핵·미사일개발, 그리고 무수한 대공포들이 아무렇지 않다는 것인지 먼저 답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는 이미 6.25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민족이자 나라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을 위한 반대인지 북한을 위한 반대인지, 대한민국을 위한 찬성인지 북한을 위한 찬성인지를 먼저 개념부터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 세간의 지적이다. 이른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중요성을 역사 속에서 이미 뼈저리게 느껴온 민족이 바로 우리 민족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안위를 위해 준비를 해서 나쁠 것이 없다. 준비를 하지 않고 앉아서 불행을 자초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이다. 물론 모든 것이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토대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이런 저런 점에서 대한민국의 갈등 구조를 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점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드러난 문제점을 다 노출시켜놓고 갈등 해법을 찾아가는 것도 바람직할 수도 있다. 곪아 터지지 않도록 모든 현안을 수면위에 다 내놓고 그 치유해법을 당당하게 찾아나가면서 최선이 아니더라도 차선책이라도 강구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단순히 증오와 혐오가 곁들인 국론분열이 아니라 건전한 비판과 발전적 대안을 찾는 논쟁으로 승화 발전된다면 이는 긍정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선거는 분열이 아니라 축제가 되어야 한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찾는 것이다. 이번 19대 대통령 선거가 공명정대하게 치러지고 난국에 처한 대한민국의 국론을 다시금 결집시키고 화합의 길을 찾는 역사적인 선거가 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당선되고도 ‘상처뿐인 영광’이 된다면 이는 곧 대한민국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도 정신을 바짝 차려 좌충우돌(左衝右突), 좌고우면(左顧右眄), 부화뇌동(附和雷同) 하지 말고 소신껏 올바른 인물을 뽑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 국민정신건강을 위해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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