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호 대전‧충남재향군인회 회장

19대 5․9 대통령 선거일을 앞두고 대선후보들의 각오가 남다르다. 적어도 TV 화면에서 보면 그렇다. 지난 그 어느 때보다 국가의 안위가 코앞의 현실로 다가온 대선 시점에서 핵실험과 미사일시험발사를 놓고 겨루기를 하고 있는 북한집단의 속성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두렵지 않을 수 없다할 것이다.

이복형마저 백주에 암살하는 김정은 집단이다. 공포통치로 핵심계층과 주민을 한 손아귀로 옥죄고 있다. 가중되는 위협 앞에서 한․미․일․중은 서로의 셈법을 헤아리지만 제대로 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미로 속에서 당면한 위협 돌파를 저울질하는 중이다. 대권 후보자들도 저마다의 해법을 공약과 정책으로, 유세현장에서, TV토론장에서 유권자들의 관심을 촉발코자 하고 있다.

지금 북한 김정은의 위협은 결코 망상이나 허상이 아니다. 실제적이고 절박한 현실이다. ‘4월 위기설’이나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자국민 철수론이 도(度)를 넘는 정치군사적 의도나 목적이 있다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실로 엄중하고 중차대한 사안을 미국이나 중국에 맡기고 떠넘기듯 우리 국민의 자세는 아직도 북핵이나 미사일에 대한 국민적 체감도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이 아무리 북핵의 위험성을 꼬집고, 나날이 다르게 기술적 진전을 보이고 있는 미사일 위협을 경고해도 무신경이다. “먹고 살기가 위중한데” “청년일자리가 더 급한데”가 우선이다. 유엔 제재가 해결해 주겠거니, 미국의 칼빈슨 항모전단이 억제하고 중국이 미국과 합의해서 북한을 옭아매겠거니 하는 태평스런 모습이다.

우리사회가 라면이나 생필품 등 사재기와 같은 혼란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만도 국민적 성숙도라고 지레 자부하는 것만 같다.

언제까지, 또 몇 번을 얼마나 당해야 바뀔 수 있다는 걸까?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가?

1950년 6월25일 북한 김일성의 불법 남침으로 인한 6․25전쟁으로 3백만 명의 군과 민간인이 죽거나 부상, 실종 또는 포로가 됐다. 유사 이래 대 참사이자 현대사 최대 비극이다. 그러나 이 비극은 정전(停戰) 64년이 되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1964년 10월9일 도쿄 올림픽 당시 일본 도쿄 조선회관에서 남북분단 최초 이산가족 만남이 이뤄졌다. 1951년 1.4후퇴 당시 단신 월남한 아버지 신문준씨와 12살 때 헤어져 후일 세계적인 육상선수가 된 북한 육상대표 딸 신금단이었다. 그러나 고작 7분간의 만남 후 “금단아” “아바이”를 절절하게 외치며 헤어진 이들의 부녀상봉은 그게 마지막이었다. 지구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분단민족만이 겪어야 하는 단장(斷腸)의 아픔이었다. 동족 간 전쟁으로 인한 이산(離散) 1세대는 지금도 단장의 한을 품은 채 세상을 떠나고 있다.

이 비극적 참상, 전쟁을 바란 이가 누구였으며, 설령이라 할지라도 몇이나 되겠는가? 희대의 살인광(殺人狂)이요 광인(狂人)이라 할지라도 전쟁을 통해 자신의 과대망상을 실현코자 하는 이가 그 얼마이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지구상에서 끊이지 않고 벌어지는 게 인류 파괴의 역사, 전장 흔적이고 전쟁광들의 면모이다. 그 중심에 막강 권력과 실권을 쥔 최고 악행의 독재자 폭군들이 있음을 보게 된다. 아프가니스탄에 근거지를 둔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인 IS(이슬람국가)의 무차별 테러에서도 확인된다. 최근엔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어린이를 포함한 화학무기 공격 학살에서 독재자들의 권력독점과 향유를 위해 인명 경시가 어디까지 가고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어찌 보면 해외 거주 750만 재외동포를 포함해 남북한 8천2백만 국민의 생명을 담보삼아 전 세계를 상대로 겁 없는 웃음을 흘리며 1세대 전쟁광(戰爭狂) 김일성의 풍모를 흉내 내며 핵실험과 다종의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를 긴장시키는 김정은을 능가할 독재자가 당장은 없어 보인다.

2011년 12월19일 아버지 김정일의 급서(急逝)로 스물여덟에 3대 세습 정권을 거머쥔 김정은은 미국과 서방사회, 유엔의 고강도 제재와 압박, 혈맹이라는 중국의 ‘더 이상 봐줄 수 없다’는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되레 ‘선제타격’에 불을 지피며 미국에 맞장타령을 해대고 있다. 지금 김정은은 거침이 없다. 그보다 더한 정신병자도 미친XX도 없어 보인다.

그 곁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시중들고 부추기며 떠받드는 충성꾼(?)들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가슴 철렁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기에 모골이 송연해짐도 어쩔 수 없다. 백수(百獸)의 왕 호랑이 앞에서 개폼 잡는 ‘하룻강아지’로 비쳐지지 않는 다는데서 한반도 위기감이 팽배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15일 105번째 김일성생일을 맞은 열병식에서 최룡해(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는 ‘전쟁’을 입에 담으며 “미국이 무모한 도발을 걸어온다면 전면전쟁에는 전면전쟁으로, 핵전쟁에는 우리(북한) 식의 핵 타격전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일종의 결사항전, 전쟁 으름장이다.

지난 25일은 소위 북한군 창건 85주년이다. 6차 핵실험 여부로 우리 군 당국과 미․중․일 등 국제사회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 북한은 한반도 주변 해역 진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에 대해 연일 ‘수장(水葬)’을 거론하고 있다. 선제타격론까지 꺼내 든 북한은 24일 대남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에 ‘거대한 파철더미가 되어 수장되게 될 것이다’라는 제목 논평에서도 “우리 군대는 결코 항공모함 따위에 놀라지 않으며 침략자들이 전쟁의 불을 지른다면 (중략) 원흉들을 바다에 처박아버릴 담대한 배짱을 갖고 있다”고 겁박했다.

지난 25일 밤 열린 대선후보 TV토론에서 5명의 후보들은 대북정책을 논함에 있어서도 지난 정권에서의 대북 및 안보정책이 잘못됐다 꼬집으며 새로운 공약과 정책을 제시해, 유권자들을 끌어안고자 안간 힘을 다했다. ‘힘’ 우위의 국가주도와 ‘평화’중심으로의 북한을 이끌겠다는 상호 대립되는 안(安)도 이어졌다. 미국과 중국의 역할론도 비등했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뚜렷한 전략과 비전 제시가 부족하다는 느낌은 공통된 현상이었다. ‘주적’에 대해 모호성으로 일관하거나, 사드배치반대 입장에 변함없는 후보, 제재보다 대화가 우선이거나 상황이 상황인데도 ‘한반도비핵화’만을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주장하는 현실인식 앞에서는 이해와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희대의 독재자들이나 3대 세습 북한 호전광(好戰狂)들이 아닌 이상 전쟁을 바라는 이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사회는 때만 되면 ‘전쟁이냐, 평화냐’를 선택하라며 윽박지르는 이들이 없지 않다. 그러나 전쟁을 원치 않기 때문에, 다시는 이 땅에 1천만 이산가족이나 ‘신금단 부녀’와 같은 비극의 역사가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기에 결사항전의 의지로 전쟁에 대비해야만 하는 것이다.

국가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수호할 책무를 짊어지는 국군통수권자 대통령 후보자부터 확고한 국가관과 안보관으로 핵심 가치인 대한민국 수호의지를 내보일 때 국민은 안심하고 선뜻 그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선택의 시간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