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인양된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도착하는 날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31일 증거인멸 등의 우려가 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직 대통령이 구속된 것은 1995년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셋째로 우리 헌정사에 다시 한 번 오점을 남기게 됐다.
지난해 10월 불거진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가 급기야 박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귀결되면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은 참담하다. 박 전 대통령 개인의 불명예를 넘어 한 나라의 국격을 떨어뜨리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은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법치주의 대원칙에 대통령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 전 대통령의 신병이 확보된 만큼 이제 검찰은 최순실 게이트의 마무리 수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을 하루속히 풀어내는 것이 당면한 과제다. 지금까지 제기된 우 전 수석에 대한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족회사의 횡령·배임 등 개인비리뿐 아니라 세월호 수사팀에 대한 압력, 특별감찰관 직무수행 방해 등 어느 것 하나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지만 그동안 속 시원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박영수 특검팀도 수사를 매듭짓지 못했고, 특검의 수사 내용을 넘겨받은 검찰 특별수사본부도 한 달이 다 돼가도록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황제수사’ 논란에 이어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된 후 우 전 수석과 검찰 수뇌부가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봐주기식 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만이 국민의 불신을 씻고 검찰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다.
박 전 대통령 구속은 제왕적 리더십을 바꾸는 계기가 돼야 한다. 과거 사례에서 보듯이 현행 헌법과 시스템 아래서는 대통령이 되는 순간 제왕이 되고 실질적인 견제수단도 마땅치 않다. 정권마다 권력형 비리가 터졌고 그때마다 친인척 등 측근들은 쇠고랑을 찼다. 우리 정치사에 불행한 대통령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수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장미대선 이후 정치권의 화두가 될 개헌 논의는 지방분권과 함께 제왕적 대통령제 적폐청산이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대선 주자들도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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