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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군수사령관 윤우 소장

해마다 광복절이면 생각나는 분들이 있다. 바로 조국의 국권 회복을 누구보다 갈망했으면서도 광복의 기쁨을 누리지 못한 채 돌아가신 분들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1936년 2월 21일 차가운 여순 감옥에서 56세의 나이로 옥사하셨다. 그는 수재였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청원군 낭성면에는 13세 때 사서삼경을 독파해 할아버지가 기념으로 심은 모과나무가 지금도 잘 자라고 있다. 19세에 성균관에 입교한 단재는 다방면에 걸쳐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고 1904년부터 항일 활동을 펼치다가 1910년 경술국치를 앞둔 시기에 고국을 떠나 러시아와 중국을 떠돌았다.

‘독립이란 힘으로 쟁취하는 것’이라는 신념에 따라 그의 독립운동 방식이 지나치게 투쟁 일변도였다는 점에는 아쉬움이 있으나, 그 와중에도 사대주의와 식민사관이 민족혼을 빼앗고 있는 현실을 통감하여 민족사의 기초를 닦아놓은 업적은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는 암울했던 시기에 ‘역사만이 유일한 희망이다’라는 명제를 가슴에 안고 대륙을 지배했던 한민족의 웅혼한 기상과 빛나는 역사를 재조명하기 위해 무일푼으로 만주 벌판을 다니며 자료수집과 고증을 거쳐 ‘조선상고사’를 집필했다. 군인의 입장에서 볼 때 그의 역사인식은 매우 의미가 있다. 진정한 애국심은 올바른 역사관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어떤 민족보다도 두뇌가 명석하고 용맹스러우며 문화를 사랑하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는 군인이라면 그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목숨도 바칠 수 있지 않겠는가?

단재 선생은 수준 높은 문학작품도 많이 남겼다. 그중 그가 나라 잃은 좌절과 분노, 외로움과 굶주림 속에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조국을 생각하며 노래한 ‘너의 것’이란 짧은 시가 있다. 너의 눈은 해가 되어 여기저기 비치우고 지고 님 나라 밝아지게 / 너의 피는 꽃이 되어 여기저기 피고 지고 님 나라 고와지게 / 너의 숨은 바람 되어 여기저기 불고 지고 님 나라 깨끗하게 / 너의 말은 불이 되어 여기저기 타고 지고 님 나라 더워지게 / 살은 썩어 흙이 되고 뼈는 굳어 돌 되어라 님 나라 보태지게 조국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가진 어떤 소중한 것이라도 아낌없이 바치고 싶은 절절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슬픈 옥중 시다. 목숨 바쳐 사랑할 수 있는 조국이 있는 오늘날의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

나라를 위해 순국하신 선열들의 토양 위에서 우리 후손들은 마음껏 재능을 발휘해 인류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템포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K-POP의 열기가 육대주를 평정하고 풍요로움 속에 평화를 누릴지라도 우리는 우리 민족이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당당하게 일제에 맞서 조금도 굴하지 않고 한민족의 기상을 떨치고 역사를 바로 세웠던 분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신채호 선생이 갈망하던 대로 우리 국민들이 조국의 위대한 역사를 알고 위대한 국민으로 살아가기를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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