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 논설고문

호국보훈의 달 6월이다. 이달은 6·6 현충일에 이어서 6·25 한국 전쟁, 6·29 제 2 연평해전을 기리는 행사가 이어진다. 현충일은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순국선열과 전몰장병의 숭고한 호국 정신과 위훈을 추모하는 기념일이다. 우리나라는 1948년 8월 정부수립 후 2년도 채 못 되어 6·25동란을 맞았고, 40만 명 이상의 국군이 사망하였다. 현충일은 6.25동란을 맞으면서 나라를 지키다 희생당하신 전몰장병들과 제 2 연평해전에서 산화하신 장병들, 그리고 참전용사들의 넋을 기리는 날이다. 6월은 순국선열의 뜻을 함께 생각하는 달로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며, 애국정신을 함께 되새겨보는 추모와 감사, 화합과 단결의 달이기도 하다.

우리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으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되새기고 있다. 순국선열(殉國先烈)이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먼저 죽은 열사, 즉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해 싸우시다가 돌아가신 분들을 일컫는 말로 독립투사를 생각할 수 있다. 호국영령(護國英靈)이란 국가를 위하여 나라를 지키다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높이 부르는 말로 목숨을 아끼지 않고 조국을 수호하다 장렬히 전사하신 국군 용사 분들이다. 특수임무전사자와 월남 파병용사들도 마찬가지로 함축의미가 동일하며 호국보훈의 달인 6월에 역시 합동위령제를 갖는다. 모두가 조국을 위해 목숨을 초개와 같이 바쳐 정의롭게 산화하신 고귀한 분들이다. 이 분들의 값지고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바로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6월은 우리 모두에게 무한한 깨우침과 성찰의 시간을 던져주고 있다. 선열들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대한민국의 소중한 가치를 가슴깊이 새기는 달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젊은 세대들이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의 역사조차 잊고 산다고 한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모모 인기연예인들이 안중근 의사를 몰라 여론의 뭇매를 맞고 대한민국 홍보대사도 그만두어야 했다. 역사를 잊어서는 미래가 없다는 조선상고사를 집필한 단채 신채호 선생의 말씀이 작금에 더 따갑게 들리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는 기성세대가 올바른 역사와 국가관을 전수하지 못한 잘못이 더 크다고 본다. 권력과 돈, 명예욕에 탐닉하는 한국적 사회구조가 만연되다 보니 눈앞의 이익에만 혈안이 되어 무엇이 중요한 지를 잊고 사는 사회가 되었다. 일제 36년 강점기를 잊어서도 안 되는 이유는 바로 지금까지 그 연장선상에서 일본으로부터 아직도 끝나지 않는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나라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위하여 희생하신 숭고한 분들의 애국애족의 정신을 한시라도 잊어버려서는 결코 안 된다. 그 값지고 고귀한 희생의 과거를 딛고서 오늘이 있고 우리 모두가 내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시금 심기일전하여 역사관을 재정립하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마음이 6월에 차고 넘쳐야 한다. 그동안 몰랐다면 안중근 의사의 역사를 다시금 배우고 도산 안창호, 손병희, 백범 김구, 매헌 윤봉길, 유관순열사, 김좌진, 이봉창, 단재 신채호, 월남 이상재 선생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분들의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 선열의 위훈을 기리는 독립 운동의 역사를 되새겨보는 6월이 되어야 한다. 대전현충원과 서울현충원도 찾아 숭고한 뜻을 기리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어 보는 것도 뜻이 깊을 것이다. 권력자들만이 찾는 곳이 현충원이 아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간직해야 하는 역사의 현장이자 우리나라 역사를 함축하고 있는 국민교육의 현장이다. 지난 역사를 통하여 피땀으로 이루어 놓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고 나라를 지키다 산화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희생정신을 잊고서는 발전적인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대한민국은 국회를 거치지 않으면 국정이 돌아가질 않는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는데 바로 그런 막강한 곳이 바로 국회가 되었다. 애국애민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의정사상 최악의 국회라는 19대 국회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20대 국회가 개원했지만 아직도 원 구성조차 되지 않고 여야의 기 싸움이 극심하다. 시작부터 반목과 대립이니 여소야대의 국회가 가는 길이 그다지 순탄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세론이다. 하지만 말로만 국민이 아니라 진정 이 시대 국민들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직시하고 애국심을 바로 가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인지 북한의 국회의원인지 모르는 좌우 이념논쟁에서 벗어나 6.25한국전쟁의 참화를 상기해야 한다. 과거 독립투사와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고 국회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모름지기 위정자나 국회의원들은 사심이나 당리당략을 떠나 성직자와 같은 마음과 투철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몸가짐을 겸손하게 바로 하고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올곧은 정신과 애국심이 누구보다 충만해야 한다. 6월을 맞아 이런 성찰을 통하여 자세를 다시 가다듬기를 바란다. 이것이 바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뜻이자 넋을 기리는 6월의 정신이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애국애족애민의 정신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되새겨보고 그 정체성을 확인하는 경건한 달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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