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 논설고문

강남역 묻지마 살인의 사회적 충격이 너무 크다. 여성혐오에 의한 범행이라고 하던 이 사건의 범행동기가 그게 아니라고 경찰이 밝혔다. 우려했던 대로 피의자가 심각한 수준의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고 정신질환으로 4차례나 입원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해 입원해 올해 1월초 퇴원 당시 주치의로부터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재발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3월말 가출이후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것으로 경찰은 밝히고 있다. 물론 정확한 범행 동기는 추후 밝혀질 것으로 보이지만 전 국민을 충격에 몰아넣은 이번 사건은 정신질환에 의한 범행으로 경찰은 보고 있고 설득력이 매우 크다. 서울 한복판에서 흉악무도한 묻지마 살인으로 아무 죄없는 젊은 여성의 생명을 앗아간 황당한 피의자가 정신분열증 환자임이 더욱 충격이다. 안이한 자세로 일관하는 정신분야 정책에 대한 엄청난 경고의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올 들어 광주 전주에서 발생한 살인사건과 자살사건 등에 정신질환자들의 강제퇴원 유도정책이 불러온 비극이라 점을 강조해 왔다. 실제 지난 4월에도 이에 대한 칼럼으로 경각심을 일깨워 줬다. 또 5월에도 졸속으로 추진되는 법률개정에 대해 경고해왔다. 복지부의 장밋빛 정신건강 정책 뒤에 가려진 허상이 노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입원치료 도중 강제퇴원정책이 얼마나 위험천만한지 경고했다.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정책과 행정행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복지부가 지난 2월 25일 정신건강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 전국 곳곳에서 우려할 만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월경부터 심평원은 정신질환 장기 입원환자들에 대해 문제를 삼으며 심지어 알코올 장기입원 환자에 대해 진료비 삭감과 퇴원 권유까지 이어졌다. 광주 지역의 심평원 지원에서는 작년 하반기부터 알코올환자들의 입원비를 아예 삭감한 채 하루 2,770원 외래수가를 적용하는 바람에 모 정신병원의 경우 30명 환자를 퇴원시켜야 했다. 그것도 치료도중에 말이다.

역시 전북의 모 병원에서도 이러한 수가적용 때문에 원장이 알코올 환자를 부득이 퇴원을 시켰다가 환자가 퇴원하자마자 술을 마시고 살인을 저질러 주치의사가 심한 가책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광주와 전주에서 빚어진 두건의 살인 사건이 바로 치료 도중 퇴원권유로 강제 퇴원시켜버린 경우라고 한다. 이 경우 죽은 사람과 가족이 피해자이긴 한데 누가 피의자인지 참으로 애매하다. 그러나 잘못된 정책을 추진하는 복지부와 심평원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와 심평원은 아픈 사람을 보호하고 치료하는 정신병원들이 치료가 다된 의료급여환자들을 장기간 잡아두고 돈벌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정신질환자의 탈원화 즉 병원과 시설을 포함하여 탈수용화를 표방하고 있는 복지부가 생활시설을 늘려가겠다며 급기야 법까지 고쳤다. 복지부와 국회보건복지위원회, 법사위원회, 본회의의 합작품이다. 졸속으로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시행 이전인 지금도 묻지마 살인으로 사회적 충격과 고통에 빠졌는데 말이다. 법 개정으로 생활시설을 대폭 늘린다고 하니까 엄청난 인원이 치료도중에 퇴원하여 병원과 시설에서 사회로 쏟아져 나올 것이 뻔하다. 그것도 치료도중에 6개월 이상 장기입원 의료급여 환자들이 주로 대상이고 의료급여환자들이다. 우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이 불합리하며 의료급여환자의 진료차별을 철폐할 것과 합리적인 정책추진을 강조해 왔다. 인권이란 이름으로 포장하여 부모들과 가족들의 입원사례조차도 강제입원의 오명을 뒤집어씌우고 있다. 여기에다 6개월 이상이 되면 장기입원이라며 강제퇴원을 유도하고 있으니 치료도 안 된 환자들이 대책도 없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다. 말로는 탈원화와 탈수용화를 표방한다고 하지만 정신질환의 특수성을 외면한 한심한 행정이다.

이번 강남의 묻지마 살인 사건에서 보듯이 정신질환의 충동범죄는 상상을 초월한다. 가득이나 정신질환 범죄와 자살이 해마다 늘어 사회적 심각성을 더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실제 경찰청은 정신장애를 앓던 중 폭력과 살인 등을 저지른 범죄자가 2012년 5298명, 2013년 5858명, 2014년 6265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신질환이 자살로 이어지는 것도 심각하다. 2014년 한국인구 10만 명 당 자살률은 27.3명으로 평균 12명인 경제협력기구 OECD 회원국의 2배가 넘고 있다. 특히 자살 사망자 10명 중 9명은 우울장애 등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던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실제 광주와 전주 등지에서 강제퇴원이후 벌어진 정신질환 충동범죄는 치료 중인 환자들을 무조건 퇴원시키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과연 누가 이들을 치료 도중에 왜 강제로 퇴원시키려는 것인지와 이런 의학적 판단을 어떤 근거에서 하는 것인지를 복지부와 심평원에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어떤 법을 만들어 내놓아도 정당화할 수 없다. 오히려 인권과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강제입원의 인권을 주장하는 복지부가 치료중인 환자들을 강제로 내보내는 것은 인권침해가 아닌 것으로 안다면 자가당착이다. 병원의료진들은 의료상 진료권 권고에 따른 진료권 상실에 의한 고소 및 살인에 의한 죄책감 등 박탈감에 따른 무료감 고소, 그리고 가족들은 미필적 살인교사로 해당 기관을 상대로 고소하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상급 감독기관이라는 이유로 심평원은 전문가인 진료진의 진료권을 무시하면서까지 어떠한 의료근거 의해 이런 행위를 일삼는지 누구의 지시인지 그 책임소재를 밝혀야 한다.

지난 2월 25일 정부는 정신건강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올해부터 2020년까지 적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정신질환자를 위한 사회복귀시설도 단계적으로 확충하여 퇴원 후 지역사회에서 충분한 재활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하고 생활시설과 재활시설 등 317개소를 통하여 회복과 재활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특히 만성 환자의 삶의 질을 제고하겠다며 강제입원문제와 부적절한 입원으로부터 인권을 보호한다고 한다. 일견 그럴 듯하게 보이지만 이는 복지부가 수가체감제를 강화하겠다는 속셈으로 장기입원환자를 강제 퇴원시키려는 의도가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회복, 재활이라는 이름으로 치료도중에 퇴원하여 이후 발생하는 사태에 대한 책임소재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장기치료를 요하는 것이 정신질환이다. 여기에다 의료급여 환자는 진료차별로 인해 양질의 약을 먹지 못해 치료가 더딘데도 말이다. 사실 판정도 어렵고 장기간에 걸쳐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강남 묻지마 살인 사건에서 보듯이 약을 중단하면 질병이 급격히 악화되는 질환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독 복지부나 심평원은 무슨 이유인지 다른 것 같다. 치료 도중이라도 내보내는 질환정도로 간주하고 있는 듯하다. 이것이 인권을 보호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치료도중에 있는 환자를 장기입원이라는 이유로 길거리로 내몰려는 이런 정책은 과연 어디서부터 출발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무엇보다도 의료급여 수가체계에서부터 차별을 철폐하고 쾌적한 재활환경을 먼저 갖추고 정신건강을 논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향후 위험천만한 정신질환 강제퇴원정책으로 빚어지는 사회적 문제는 그 1차적 책임이 복지부와 심평원에 있음을 경고하고자 한다. 정신질환환자들이 치료도중 강제 퇴원으로 모두가 우수수 쏟아져 나올 경우 강남 묻지마 살인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다. 그 심각성은 강남 묻지마 살인 사건과 강제퇴원으로 빚어진 각종 살인사건, 자살사건이 말해준다.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으로 인해 정신장애인과 환우들이 겪게 되는 고통과 앞으로 강남의 묻지마 살인, 광주와 전주의 살인 사건, 자살사건처럼 얼마나 많은 사회적 고통을 낳게 될지 우려된다. 그 책임은 정신보건법 전부개정 졸속법률을 만든 복지부와 역대 최악의 국회로 비난받는 19대 국회 보건복지위와 법사위 등 해당 국회의원들이 져야 하는 역사를 만들었다. 장밋빛 허상만을 보지 말고 강남 묻지마 살인사건이 주는 현실적인 뼈아픈 교훈과 경고를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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