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 논설고문

복지부가 정신보건법 전부개정 법률안을 졸속 추진하면서 정신관련 당사자와 가족, 단체, 정신의료기관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4월 29일 국회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결된 정신보건법 전부개정 법률안은 행정절차법상의 공청회와 의견수렴과정 등이 생략된 채 졸속입법으로 추진되고 있어 전국의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 정신장애인 관련 단체, 정신의료기관 등이 그 졸속 추진의 부당성과 부작용에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19대 국회 임기 말에 슬그머니 처리하려는 이른바 꼼수를 피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적으로 정신분야의 엄청난 파장이 우려되며 명칭까지 바꿔버리는 전부개정 법률안을 당사자들이나 관련 분야 단체나 관계자들조차도 전혀 모르는 가운데 추진하는 것은 독재시대에나 있을 법한 행각으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에 정신장애인과 가족들 만 2천 여 명과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정신장애인 인권침해감시 차별철폐국민운동본부는 정신질환자들의 치료를 받을 권리를 신장하고 입원환자들의 정상적인 치료를 호소하는 차별철폐 탄원서를 국회와 청와대, 국무총리실 등에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정신보건법 전부개정 법률안의 폐기를 강력히 주장하고 나섰다. 그 골자는 환자나 가족, 관련 유관단체들의 의견 수렴과정을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가 2014년에 거친 의견수렴과정의 주요쟁점은 당초 입원환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최초 입원 3개월 후 계속 입원치료심사 내용이었다. 그러나 지난 4월 29일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전부 개정안의 쟁점은 지난 2월 25일 발표된 정신건강종합대책에 근거하여 당초 안에 없었던 전혀 새로운 법조항임에도 불구하고 공청회와 의견수렴과정 등을 생략한 채 졸속 물타기식으로 법안에 끼워 넣어 19대 국회 임기 말에 처리를 강행하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추진 배경 뒤에는 국립병원의 특정 인사가 이를 주도하며 전횡을 일삼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 진위파악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를 뒷받침한 내용으로서 관련 당사자들은 정신병원의 예산추이를 들고 있다. 2011년도 연간 1조 6천억 원에서 연간 2조 8천억 원으로 엄청나게 증가한 가운데 그동안 국립병원에는 연간 3천억 원과 국립병원 직원 처우 개선비가 두 배로 올랐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제는 옥상옥 기관인 국립건강연구원이라는 것을 만들어 입원적정성 심사기관과 연구기관까지 독차지하려는 술수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지역 건강예산은 20년 동안에 수백억 원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여러 가지 의혹을 사고 있다. 유관기관 사이에는 실명까지 오가고 있다. 만일 이런 일이 사실이라면 이는 투명한 감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신분야의 정책과 법안을 특정 인사나 학연에 얽매여 공청회나 여론수렴과정도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였다면 복지부도 막중한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립병원이나 시립병원에는 공직자 출신들이 판을 치고 있다고 한다. 상기 예산증가추이에서 보듯이 민간병원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어 호화로운 조건에서 국민의 혈세인 예산이 펑펑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참으로 유구무언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정신질환 의료급여환자들은 정액수가라는 이름아래 엄청난 차별을 받고 있다. 8년 동안이나 의료수가가 동결되어 진료차별 속에 고통을 받고 있다. 복지부는 당사자 가족이나 관련 의료기관들의 호소를 외면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심지어는 작금에는 장기입원환자들을 내보내는 정책을 추진하며 외래비용만 지급하는 바람에 광주지역에서는 치료중인 알코올 환자가 강제 퇴원 후 살인사건과 자살사건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적자에 허덕이던 용인정신병원은 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이 장기 입원자 퇴원을 유도하며 압박을 하자 어쩔 수 없이 500명의 의료급여 환자와 150명의 직원 감축, 13명의 의사 감축 등을 골자로 한 자구책을 내놓자마자 엄청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른바 자충수를 복지부와 심평원이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정신의료기관들은 이러한 부당한 정책이 지속될 경우 그 피해자는 의료급여 정신질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하고 있다. 심지어 전국적으로 각 입원병원들이 60명 안팎의 의료급여 환자들을 퇴원시킬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공청회나 의견수렴과정을 단 한 번도 거치지 않은 입원환자에 대한 입원적정성 평가를 국립병원이 실시한다며 연간 178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낭비적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의료급여 정신질환자에 대한 정액수가가 예산부족으로 8년째 동결 중인 것을 감안하며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정신보건심판위원회 이외에 또 다른 옥상옥 기관을 조성하여 예산을 낭비하고자 하는 것은 반민주적인 악법 추진이라고 보고 있다. 당연히 복지부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심지어 전면적인 감사가 필요하다는 여론마저 비등해지고 있다. 더욱이 병식이 없는 정신질환자들이 스스로 병원에 가지 않아 계속 집에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가족들이 힘들게 설득하여 병원 한곳도 찾아 가기 힘든데도 서로 다른 의료기관 두 곳의 정신과 전문의 2명의 입원진단을 받게 하는 것은 치료의 기회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입원과정에서 엄청난 혼란마저 우려되고 있다. 특히 의료기관이 많지 않은 지방의 경우는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어 치료는커녕 만성화의 우려가 커진다는 것이다.
장애인복지법 제 4조 1항에는 “장애인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으며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는다”라고 되어 있다. 2항에는 “장애인은 장애인관련 정책결정과정에 우선적으로 참여할 권리가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제 5조 장애인 및 보호자 등에 대한 의견수렴과 참여의 조항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정책의 결정과 그 실시에 있어서 장애인 및 장애인의 부모, 배우자, 그밖에 장애인을 보호하는 자의 의견을 수렴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 경우 당사자의 의견 수렴을 위한 참여를 보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복지부는 이런 민주적인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을 강행처리하려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 졸속으로 추진되고 이 법안 처리는 당연히 무효화 또는 폐기되어야한다. 정상적인 투명한 절차에 따라 광범위한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모두가 공감하는 정신보건법 개정이 추진되어야 한다. 당사자나 가족, 관련 기관단체의 정당한 의견을 듣지 않는 법안 추진은 인권을 무시하며 관련법을 어긴 반민주적인 불법 행위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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