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 논설고문

국회는 나라의 법을 만들고 예산을 심의 의결하며 행정과 사법부를 감시하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은 곳이다. 여당과 야당의 국회의원들이 선거를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아 입성해서 그 구성원으로 대의민주주의를 실행하는 광장으로 나랏일에 관한한 그 중요도는 참으로 막중하다. 그래서 이곳에서 일하는 국회의원들은 사심을 버리고 국민과 국익을 위하여 투철한 봉사정신으로 그 책무를 다해야 하는 사명감을 부여받고 있다.

하지만 작금의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볼라치면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다 생각이 든다. 그렇게 국민들의 지탄을 받으면서도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작태로 자행하는 부정부패와 도덕불감증이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급기야는 돈을 받아먹고 구속되는 국회의원이 생기는가하면 성폭행으로 망신을 당하는 국회의원까지 생겼다. 직무유기의 한계를 넘어 국회의원의 본분을 망각한 이들이 19대 국회를 장식하며 국민들을 우롱했다. 비위와 부정부패혐의자가 한 두 명이 아니다.

노동개혁으로 청년실업을 해결해야할 사람들이 숨어서 직위를 이용해 자기 자식들의 취업청탁으로 ‘갑‘질을 해대는 참으로 목불인견의 행태도 벌어졌다. 일일이 이름조차 거명하기 싫을 정도이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마찬가지이다. “받아먹었느니 안받아먹었느니” 참으로 추하다. 어떤 이는 구속되고 어떤 이는 법적 진행형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국민을 들먹이며 국민의 혈세를 받아가며 국정을 농락한 것이다.

혹자는 지금이야말로 국회를 해산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하고 있다. 국민 불신이 하늘을 찌른다. 국민들이 힘들고 고통스러워해도 해외연수다 뭐다해서 돈을 펑펑 쓰고 있다. 절약과 절제의 모습은커녕 예산이 남으니 다 써야 한다는 식이다. 단 하루만 해도 전직 국회의원이 65세 이후에는 매달 120만원씩 연금을 죽을 때까지 평생 받아먹는 특권 법안도 자기들이 만들었다. 당장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누가보아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 정치적 꼼수와 국민들을 떠보는 식의 잔머리가 보통이 아니다.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제안에 국민들의 분노가 충천하자 슬그머니 기존 숫자인 300명으로 하자는 담합의 합의안을 내놓고 마치 대안을 내놓은 양 하고 있다.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개혁은 안중에도 없고 내년도 총선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또 달고자 하는 셈법에만 열중하고 있다. 뭘 하나를 내놓아도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한다. 혹자는 국회의원수를 100명으로 대폭 줄여도 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줄일 수 있다면 줄여야 한다. 과거 작은 정부처럼 작은 국회에서도 지금같이 의정행태라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실이 중요하다. 일례로 참으로 검소한 독일의 국회의원들을 배워보라.

지금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삶이 참으로 고달프다. 겉으로 볼 때는 그럴 듯하지만 골병을 들고 있다. 중국 등 글로벌 경제 쓰나미가 직격탄을 쏘고 있으니 가득이나 없는 살림에 근심걱정이 마를 날이 없다. 세월호에 이은 메르스 사태까지 겹친 올해 장사가 안 된다고 아우성이고 지금도 어려운데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소식만 전해지니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치는 국민을 위해서 존재한다. 지금의 국회로는 이런 난국을 헤쳐 나가고 국민적 총의를 모우는 일이 쉽지 않다. 국회개혁만이 살길이다. 언제든지 국회가 잘못하면 해산도 하고 국회의원의 국민소추도 손쉽게 해야 한다. 의원정수도 대폭 줄여서 기득권에 안주하며 국민위에 군림하려는 자들을 속아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완전국민경선제나 20% 현역물갈이 보다도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추한 꼴을 보여준 19대 국회의원들도 이른바 공천심사라는 검증절차를 거쳐 국회에 입성한 자들로서 함량 미달자들이 과대포장이 되었다는 사실을 국민이 알았기 때문이다. 국회의 과감한 개혁만이 대한민국의 살길이고 그 시점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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