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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不眠)충남 서천교육지원청 교육과장 신경희
이정복  |  conq-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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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6.25  1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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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불면의 밤이 시작됐다. 딱히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느닷없이 잠이 오질 않는 밤과 씨름하고 출근하는 날엔 모든 것이 혼미하고 내 소우주는 종일 허청거렸다. 세상에 괴로운 것 중 하나가 불면증이란 걸 듣긴 했다. 그런데 실제로 겪어 보니 실감이 난다. 그런 날이면 잠이란 게 얼마나 소중한 건지 절감하게 된다. 누군가는 갱년기 증상일 수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주기도 했다. 더불어 묻는다. 얼굴에 열감이 나면서 쉽게 짜증이 나느냐. 기분은 자주 우울하지 않느냐는 둥. 그럴 때면 나이는 분명 그 지점 맞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고 얼버무리곤 했다.

잠을 못 이룬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다. 단 한번이라도 불면으로 고생해 본 사람은 그 고통스러움을 다 알 것이다. 가끔씩 찾아드는 불면의 밤 때문에 생활습관을 바꾸기도 했다. 오후 세시 넘어서는 카페인이 들어있는 커피와 차를 절제한다. 웬만하면 일찍 잠을 청한다. 그래도 느닷없이 불면의 밤은 찾아왔다. 요즘은 불면증도 하나의 질환으로 보고 체계적인 치료를 받는다고 하는 걸 보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불면은 대체 왜 찾아오는 건지. 거기에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다양한 원인들이 작용한다고 한다. 잠 못들 때면 곰곰이 하루를 되짚어 봐도 그럴만한 이유를 찾기란 힘들다. 뭐든지 거슬러 오래 기억하는 버릇이 병이라면 병이라 할 수 있을까. 잠 못 이루는 밤이면, 불에 타버린 집이 불 냄새를 기억하듯이 목덜미를 훑고 간 불길이며 등 뒤에서 타오르는 빛들까지도 다 들추어낸다. 초침소리는 또 무섭게 가깝다. 눈을 감고 있어도 지붕 위에서 고양이들이 달을 삼키는 소리까지 들려온다. 누군가 깊은 밤 생선을 굽고 있는 비릿한 냄새가 코끝으로 어른거리기도 한다. 어느 생이 타는 독한 냄새가 날 때도 있다.


그러고 보니 잠을 청할 수 있는 웬만한 짓은 해 본 것 같다. 잠자기 전,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다거나 물을 마신다. 숫자를 100부터 거꾸로 세어 내려온다. 양을 수없이 세 본다. 그러면 스르륵 잠이 든다고 그 누가 뻥을 친 건가. 잠이 오기는커녕 말똥말똥 더 또렷해지는 정신 앞에 눈알은 모래 섞인 듯 뻑뻑하기만 하더라. 거기다 머릿속은 또 어떻고. 꼬리에 꼬리를 물은 생각들이 끝없이 엉키다가 그렇게 창은 환해졌다.

몇 년 전에 우연히‘불면’이라는 연극을 접했다. 썩 재밌지는 않았지만, 사회에서 스스로 고립된 남자가 불면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벌이는 게임으로 구성된 작품이었다. 끊임없이 성과를 요구하는 사회 속에서 피곤한 노동으로 잠 못 이루는 사람들과 불면증에 시달리며 남자가 밤마다 숫자로 소환해내는 양들의 이야기다. 남자의 꿈속에 소환된 양들은 피곤한 노동 속에서 집단적 최면의 상태로 계속해서 성과를 내기 위해 몸부림쳤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 때문에 단 한 순간도 쉴 수 없는 자신들의 숙명의 굴레를 끊어달라고 절규하는 양들이 이채로웠다. 그동안 불면의 밤에 내가 불러냈던 양들도 아마 그들 중의 하나였는지 모르겠다.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은 복이다. 일정기간 동안 잠들지 못하면 생체리듬과 균형이 깨져 이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여파가 자신은 물론, 본의 아니게 몸담고 있는 조직에까지 불똥으로 튈 수 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내 자신이 건강해야 모든 것이 원활하고 행복해진다. 사는 것이 마냥 구름처럼 바람처럼 자유롭고 막힘이 없이 흐를 수야 없는 거겠지만, 그래도 그랬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도 나는 절대로 양들은 불러내지 않겠다고 결심한 채, 일찍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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