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용 서산소방서장

▲ 사진/

요즘 들어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고 눈도 계속 내리고 있어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이 움츠려지는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었지만 기상청의 이번 겨울 날씨가 사람들이 우려하는 정도의 혹한은 없을 것이라는 장기 기상발표가 한 가닥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한국은 농업중심 국가에서 산업중심 국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압축성장을 통해 세계가 놀란 경이적인 경제발전을 할 수 있었으며 급속한 경제발전을 통하여 세계 속에서 한국의 위상은 높아졌고 국민의 생활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그러나 성수대교 및 삼풍백화점 붕괴, 화성 씨랜드 화재, 대구 지하철 화재 등 후진적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고와 화재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으며, 금년에도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를 시작으로 많은 국가적 대형 재난으로 꽃다운 학생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귀중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남아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막대한 사회적 손실과 OECD 회원국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국가의 위신을 실추시켰다.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성수대교 붕괴 사고 20년을 맞이해 지난 8월 전국 20세 이상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안전의식 수준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안전의식은 100점 만점에 17점에 그쳐 2007년 비슷한 조사에서 안전의식지수가 30.3점인 것과 비교해도 크게 후퇴한 수치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낮은 안전의식은 국민들이 안전관리에 대한 모든 책임과 의무를 정부에 의지하고 정부에서 모든 안전관리를 다 해주기를 바라면서 국민 개개인의 의무와 책임은 소홀히 하는데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자연 재난을 제외한 대부분의 재난은 인재라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와 국민들의 인식이며 인재는 정부와 사업주체의 책임이 크지만 국민들의 평소 안전에 대한 낮은 인식과 무관심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소방서에서 모든 특정소방대상물에 대하여 소방검사를 해주기를 원하지만 모든 대상물을 검사하는 것은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소방조직의 현실을 감안할 때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모든 국민에 대한 안전을 관리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행위주체인 대상물 관계자가 자율적으로 안전관리를 하고 정부에서는 올바른 방향제시와 표본검사를 통하여 안전관리 실태를 확인하고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처벌을 무겁게 함으로써 실질적인 안전관리의 강화를 꾀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면 국민들이 마음 편히 생활할 수 있도록 모든 사업주체와 국민들의 안전의식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첫째,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업주체와 공사주체가 자율적으로 안전관리를 하고 정부에서는 철저한 관리감독과 함께 무거운 처벌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확보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둘째,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교과과정에 안전과목을 편입시켜 반복적인 교육을 함으로써 어릴 때부터 안전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시키고 안전이 습관화하도록 하여 성인이 되어서도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도록 해야 한다.

셋째, 우리나라 국민들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는 사고나 재난이 발생할 때에는 잠시 안전에 관해 관심을 기울이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쉽게 잊어버리곤 하는데 똑같은 사고나 재난이 계속 반복되지 않도록 언론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들의 안전의식 향상과 안전과 관련된 행동양식을 지속적으로 홍보하여 국민들이 안전을 생활화하도록 해야 한다.

넷째, 작게는 직장 크게는 지역 단위로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예방교육을 확대하여 안전 사각지대에 존재 할 위험성을 인지시키고 사회적 안전기반 확립을 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이론상 주입식 안전교육이 아닌 지진, 화재 등 재난에 대한 가상체험을 통해 몸으로 익힐 수 있는 입체적 교육을 확대하여 긴박한 실제 재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행히 2015년 6월부터 우리지역인 천안에 안전체험관이 새롭게 설치·운영되면서 충청지역 주민들의 안전문화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나 하나쯤이야’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낮은 안전의식이 ‘나 부터 실천하자’ 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타날 때 재난으로 부터 귀중한 생명과 재산피해를 예방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고, 나부터 ‘설마’라는 안일한 생각을 과감히 버리는 것이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최우선 명제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며, 국민들의 안전 생활화야말로 행복 보장은 물론 선진국에 진입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 믿는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