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작가

옛 소련 쿠데타의 주도 세력은 KGB와 군부 지도부, 야나예프 부통령과 파블로프 총리였다.

쿠데타는 3일 천하로 끝났지만 실패의 원인이 당시 부통령과 총리가 술에 만취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긴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비몽사몽간에 우왕좌왕 했기 때문이라는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의 주장이었다.

보리스엘친은 사자후와 같은 열변으로 개방과 민주화를 갈구하는 소련 국민들을 열광시켰다. 급기야는 러시아 공화국 대통령이 된 보리스 옐친도 외신에 의하면 대단한 주당이다. 기자회견이나 외국 국민과의 면담 스케줄 등이 이따금씩 뒤바뀌는 이유가 바로 이 같은 옐친의 술 편력 때문이라고 한다.

그의 비서관들은 옐친으로부터 술병을 뺏는 게 하루 일과 중 하나라고 전해질 정도다. 한때 옛 소련 공산당 출신의 한의원은 “옐친이 핵무기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한 우리는 그가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지, 늘 상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정식 건강진단을 요구하고 나서 눈길을 끈 바 있다.

외신을 통하여 알려진 그의 주벽은 이렇다. 옐친은 지난 1월 일본 와타나베 와상과의 회담과 중동 평화 회담 연설을 별 다른 이유 없이 돌연 취소한 적이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술에 만취되어 행동거지가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또 같은 달 옐친은 가격 자유화 이후 지방을 돌던 중에 그 지방의 시민들이 연일 폭등하는 물가에 대해서 소란스럽게 항의를 하자 이렇게 말했다.

“차라리 내 살을 썰어 먹어라!”

취중 망언을 하여 수행자들을 경악시킨 적도 있었다. 지난 89년 보수파의 강경책으로 옐친이 모스크바 시장 직에서 해임되었을 때였다. 그날 옐친은 보드카에 만취, 모스크바의 강가에서 실족을 했다.

그러나 강에서 나와 모스크바 경찰서로 가선, 술 냄새 폭폭 풍기며 말했다.

“여러 명의 괴한이 나를 납치해 강에 던졌다.”

하고 신고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틀 후엔 이 같은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마치 자신이 괴한들로부터 테러를 당한 것처럼 떠벌린 촌극을 수습하느라 진땀을 흘렸던 이 일화는 지금도 두고두고 씹히고 있다.

그러나 옐친의 보드카는 결정적인 순간에 위기를 벗어나게도 했다. 보수파의 쿠데타 당시 탱크 위에 올라가 우람한 체격으로 전 국민을 향해 외쳤던 그 기염이 사실은 보드카를 마신 술기운 덕분이었다는 주장도 있으니 말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도 인간이므로 술을 즐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비록 사석일지라도 국민의 열린 귀와 눈이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하고 신중하고 책임 있는 언행을 해야 하지 않을까?

더구나 옐친은 지난 러시아 공화국 대통령으로서 핵 통제권을 지닌 위치에 있었다. 그런 그가 술독에 빠져 있다면 걱정이 아닐 수 없었단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취중행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어느 날 술에 취한 채 핵 단추를 눌러 버린다면 지상의 모든 것들이 파멸됨은 둘째이고, 저 술 단지마저 날아간다면.

“아아! 이 일을 우이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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