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완 소방방재청 차장

2010년 11월 서울 강남 삼성동에서 방화로 인해 발생한 화재에서 자동화재탐지설비가 제 때 작동되지 않아 무려 28명의 (사망4, 부상24명)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우리 청이 지난해 실시한 소방시설 종합정밀점검에서 건물 10곳 중 4곳에서 소방시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최근 3년 평균 화재발생대상 1만2192개소 중 소방시설이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커진 사례는 2,403건(19.7%)이나 됐다.

건축물 등에 설치되는 소방시설은 화재 발생 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국민생활과 밀접한 안전시설이다.

그러나, 현재 소방시설공사는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 노하우에 대한 고려 없이 건설공사에 포함되어 일괄 발주되고 있다. 소방시설공사업의 법적 등록요건만을 갖춘 종합건설업체가 공사를 수주한 후 최저가의 금액으로 소방시설공사업체(5,766개)에 하도급을 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 3년간 1,264개 공공기관의 소방시설공사 발주금액은 1,111억 원이었으나, 실제 소방공사업체에 하도급 된 금액은 578억원(52%)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저가로 수주하여 시공함에 따라 저임금 기능공과 저급자재 사용이 불가피한 현실이다. 따라서, 소방시설의 품질저하와 부실시공으로 고장, 오작동을 일으켜 화재발생시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아 국민피해로 연결되고 있다.

소방시설공사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4호의 규정에 의해 전기공사, 정보통신공사 및 문화재수리공사와 함께 건설공사에 해당되지 않는 특수공종(工種)으로 분류되고 있다. 소방시설공사를 제외한 전기, 통신, 문화재수리 공사 등은 각 개별법에 의하여 분리 발주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소방시설공사는 소방시설공사법에 도급의 분리 조항을 개정하지 못해 분리발주의 법적근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8조(공사의 분할계약금지)에 물려 현재까지 건설공사에 포함시켜 통합 발주되고 있는 실정이다.

안전을 제일로 여기는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에는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제도를 도입하여 운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각주마다 중소기업 우선보호 원칙에 따른 별도 발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고 있고 기술독립성이 강한 독일뿐만 아니라, 일본은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하나로 분리 발주를 시행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소방시설공사의 분리발주에 대한 법률개정안 2건이 국회에서 대표 발의되어 계류 중에 있다. 하루빨리 발주자, 국민, 소방업체 모두가 상생(win-win)할 수 있는 분리발주제도가 법제화되길 바란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적정금액으로 공사를 수주하고 시공함으로써 국민안전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소방시설공사의 품질향상과 성실책임시공이 이뤄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괄 발주 시 나타나는 원도급자의 중간마진이 없어져 실 투입공사비가 증가되어 양질의 품질이 확보되는 선순환구조가 정착되고 하자 발생 시에도 발주자와 해당업체가 신속하면서도 직접 소통할 수 있어 책임소재 규명도 명확해 질 수 있다.

최근 건축물은 고층화, 지하화되어 내부에 설치된 소방시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건물을 처음 지을 때부터 성능과 품질이 좋은 제품을 사용하여 제대로 된 소방시설공사를 해야 한다. 그 초석이 바로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제도 도입이다.

무엇이 국민안전에 보탬이 되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크고 작은 기업들이 동반성장하기 위한 실천적 행동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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