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문화시설디자인팀장

‘KBS 대하드라마 근초고왕(近肖古王)’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근초고왕 역으로 열연한 감우성 씨는 극 중에서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이제 돌방무덤으로 들어갈 때가 됐다”라는 말을 자주 했던 것이 기억난다. 돌방무덤은 백제시대 상류계급 사람들의 무덤 형식의 일종이다.

말 그대로 돌을 쌓아올려 방(실) 형태로 만든 무덤으로, 한자로는 석실분(石室墳)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현재 정부세종청사가 위치한 행복도시 일대는 475년 백제가 한성(漢城)에서 웅진(雄鎭)으로 천도한 이후 중요한 배후지역이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즉, 웅진 천도를 계기로 백제의 중심이 한강유역에서 금강유역으로 옮겨오게 됨에 따라 백제의 중앙세력이 금강유역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실제로 이러한 사실들을 뒷받침해 주듯 행복도시 일대에서 문화재 시·발굴조사를 통해 당대(當代) 역사유적의 흔적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그 중 2006년 8~2008년 12월까지 진행된 옛 연기군(燕岐君) 남면(南面) 송원리(松院里) 지역에 대한 문화재조사 과정에서 백제시대 상류층의 것으로 추정되는 돌무덤인 석실분과 석곽묘 등 다수의 고분(古墳)이 발견됐다. 바로 이 석실분이 극 중에서 근초고왕 역할의 감우성 씨가 이야기한 돌방무덤의 한 종류이다.


발견된 고분 중 2기의 석실분(석실분1호, 석실분2호)은 당시까지 우리나라에서 확인된 석실분 중 비교적 규모가 크고 잔존상태가 양호해 백제의 묘제(墓制)를 연구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미 도굴꾼들에 의해 대다수의 유물들이 도굴돼 묘주(墓主)가 누구인지, 또 어떠한 계급의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석실(石室)의 축조를 위해 돌을 한 단 한 단 쌓아 올린 방식에 표현된 백제의 영조기술(營造技術)은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역사적 흔적임이 분명했다.

사실 역사적 기록을 통해서 살펴볼 때 백제시대 장인(匠人)들의 영조기술은 그 어느 나라 장인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다. 오히려 당시 동아시아의 선진문화를 전파했던 집단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는 일본(日本) 나라(奈良)의 법륭사(法隆寺) 오중탑(五重塔)과 금당(金堂), 백제 사찰건축의 배치형태를 따르고 있는 오사카(大阪)의 사천왕사(四天王寺, 현재는 화재로 소실된 것을 새롭게 복원) 등은 백제시대 장인들에 의해 건축된 것으로 일본 학계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사실들이다.

이처럼 백제의 조영기술은 삼국을 넘어 주변 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아주 뛰어났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을 되새겨 백제 장인들의 뛰어난 조영기술을 단편적으로나마 보존, 계승발전하기 위해 백제시대 돌방무덤이 다수 발견된 송원리 유적에 대해 관계기관 및 관련 학계로부터 역사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본래의 위치에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이를 위해 유적이 발견된 일대를 역사적인 공간으로 보존하고 향후 지역의 문화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역사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돌이켜보면 역사공원 조성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논란에 휩싸여 적지 않은 진통을 겪어야만 했으며, 때로는 이해당사자 간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가 문화유산에 대한 뜨거운 애착심을 갖게 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역사공원 내에는 이번에 발견된 다수의 석실분, 석곽묘 등을 전시했는데 그 중 규모가 크고 보존상태가 양호한 석실분 2기는 발굴조사 이후 유적보호를 위해 흙으로 메운 것을 다시 파내고 유적을 과학적으로 보존처리한 후 보호각을 세워 관람객이 무덤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노출·전시했다.

아울러 나머지 유적들은 원래의 유적 위에 일정한 높이로 흙을 돋운 후 조사 중에 수습된 분묘 조성 당시의 석재를 사용, 평면을 재현했다.

앞으로도 역사공원 조성공사를 통해 그동안 진행해 온 행복도시의 문화재조사 성과를 국민들의 역사교육현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겠다. 나아가 행복도시를 과거 백제 건축기술 등 전통건축의 영광을 재현, 발전시켜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도시로 건설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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