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만0~2세 전면 무상보육’ 포기를 선언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3월부터 현행 ‘0~2세 유아에 대한 전면 무상보육’ 정책을 폐기하고 대신 소득하위 70% 가정에 월 10만~20만원의 양육보조금을 지급키로 했다. 막대한 재정 부담과 불필요한 시설보육 수요 증가 등의 부작용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재원대책 없는 묻지마식 복지확충이 빚어 낸 결과로 정책 시행 7개월 여만이다. 복지를 핑계로 선심정책을 남발한 정치권과 균형감각을 상실한 오락가락 추진으로 정책실패를 자초한 정부의 합작품이기도 하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고도 효과는 커녕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까지 잃게 된 격이다. 균형잡힌 복지정책 수립·추진을 위한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보건복지부가 24일 밝힌 보육지원체계 개편방향에 따르면 0~2세 영유아를 둔 소득 하위 70% 가구(올해의 경우 4인가족 기준 약 524만원 이하)에는 보육시설 이용 여부에 관계없이 모두 월 10만~20만원의 양육보조금이 현금으로 지원되고, 소득 상위 30% 가구는 보육비 전액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전업주부 가구도 보육비 지원을 현재의 절반수준만 받게 된다. 현행 소득에 관계없는 전면 무상보육 원칙을 고수할 경우 7000억원에 이르는 추가 재원확보가 관건인데,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을 인정한 결과다. 더불어 그동안 지적돼 왔던 소득 재분배 기능약화, 재정 부담 가중, 근로 유인 저해, 시설공급 부족 등의 측면을 고려한 측면도 적지 않아 보인다.

올해 모든 가정에 0~2세 보육료를 지원하고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차상위 계층에만 양육수당을 주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재원 부족을 이유로 하반기 들어 속속 포기를 선언한 바 있다. 이달 초 중앙정부가 지방 보육료 부족분 6639억원 가운데 66%에 이르는 4351억원을 대신 부담하기로 지자체와 약속하면서 가까스로 고비를 넘긴 상황이지만 보편적 지원확대는 재정에 무리한 부담일뿐 아니라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지원의 한계효용이 떨어져 소득 분배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복지선진국인 스웨덴이나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에서도 소득·근로유무, 자녀수 등에 따라 지원이 차등적으로 이뤄지거나 보편적 지원이라도 저소득층에 대한 별도의 지원이 있다. 내년부터 전면 무상보육 대신 보육 바우처(아이사랑 카드)를 통한 보육비 차등 지원이 이뤄지는 정부의 대책도 이같은 근거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업주부 가구에는 하루 6시간 안팎의 반일반 바우처가, 맞벌이 부부·장애인 등 취약계층 가구에는 하루 12시간 내외의 종일반 바우처가 제공되며, 바우처는 양육보조금에 해당하는 10만~20만원을 빼고 지급된다. 이는 양육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소득 상위 30% 가정도 마찬가지로 소득 상위계층은 보육료 일부를 자비로 내야 한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이번 대책으로 실질적인 보육지원이 줄어드는 소득 상위 30% 계층의 반발과 전업 주부 가구에 대한 차별논란을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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