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한국해외문화교류회 사무국장
텔레비전에서 넌센스 퀴즈중에 아나운서가 출연자에게 묻는다. “무우김치는 무우로 담고, 배추김치는 배추로 담는데, 총각김치는 무얼로 담나요?” “총각김치는 총각으로 담아요!” “예엣 ……?” 가을철 식탁에 오르는 맛있는 김치중에 하나가 총각김치이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있다. 다른 김치는 재료에 따라 적절한 이름이 붙는데 유독 총각김치에는 왜 ‘총각’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그럼 평등하게 처녀김치도 있어야 하지 않는가? 총각김치는 손가락 굵기만 한 어린 무를 잎과 줄기째 양념에 버무려 담는다. 이때의 어린무를 ‘총각(總角)무’ 또는 ‘알무’ ‘알타리무’ 라고 한다. 1988년에 개정된 표준어 규정은 ‘알무’ ‘알타리무’를 폐기 ‘총각무’로 사용하도록 개정했다. 옛날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머리를 양쪽으로 갈라 뿔 모양으로 동여맨 것을 ‘총각(總角)’이라 했다. 이런 머리를 한 사람을 ‘총각’이라 불렀다. 총(總)은 ‘모두’라는 뜻으로 많이 사용. 과거엔 ‘꿰맬 총’ ‘상투 짤 총’이며, 각(角)은 뿔이다. 한 줌 크기로 모아 잡아맨 미역을 ‘꼭지미역’ 또는 ‘총각미역’이라 하는 걸 보면 이렇게 동여맨 머리를 ‘총각’이라고 한 것 같다. 어린무가 ‘총각’의 머리 모양을 닮아 ‘총각무’이고, ‘총각김치’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어린무 모양이 남성의 머리와 닮았다고 총각무라고 하는 건 어색하다. 여인들이 ‘총각김치’를 담그며 그런 이름을 주고 받거나, 여인들이 김치를 담갔기에 ‘총각김치’만 있고 ‘처녀김치’가 없다는 말도 있다. 전북 부안의 새만금간척사업 물막이 공사가 마무리 되었다. 대한민국의 지도를 바꿔놓을만한 새만금 대단위 물막이 공사로 인하여 그간 환경단체와 지역주민, 종교단체 등이 환경을 살려야 한다며 반대를 했고, 정부는 강행으로 맞서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 물막이 공사의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른 핵심이 바로 개펄(갯벌)이다. ‘개’와 ‘포’의 단어는 거의 홀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개펄’ 은 바닷가가나 강가의 개흙이나 땅을 말하며, 갯가의 개흙과 그 벌판을 통칭한다. ‘갯벌’은 바닷물이 드나드는 모래톱을 말하며, 갯가의 개흙과 그 벌판을 말한다. 개펄은 ◁갯가의 개흙(우리말 큰사전) ◁개흙이 깔린 번번한 벌(조선말 대사전) ◁갯가의 개흙이 깔린 벌판(표준어국어대사전, 한국어사전)이라고 설명한다. 갯벌은 ◁갯가의 넓은 땅(우리말큰사전)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모래톱(한글어사전)◁바닷물이 드나드는 모래톱 또는 그 주변의 넓은 땅(표준국어대사전)이다. 이를 볼 때 갯가의 검고 고운 개흙으로 된 땅은 갯벌보다 ‘개펄’이 더 적합하다. ‘펄’은 ‘개펄’의 준말이다. 개펄은 진흙이나 벌의 거센말이나 결국 ‘개펄’ 은 흙도 되고, 개흙이 깔린 넓은 벌도 되는 셈이다. ‘진펄’(습지)도 이와 비슷한 말이다. 개펄 에 말뚝을 박다, 개펄에서 조개를 캐고 낙지를 잡다, 개펄이 죽어간다, 개펄 에서 뒹굴다, 개펄 살리기, 개펄에 사는 것, 드넓은 개펄에 갯물이 든다. 등의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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