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한국해외문화교류회 사무국장
각 기관이나 학교 구내식당에 가면 자주 볼 수 있는 용어가 '배식구' '퇴식구' 이다. 이런 안내문을 보면 무슨 뜻인지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지만, 문장의 어법상에는 적절하지 않다. '배식구(配食口)' 대신에 우리말로 '밥 타는 곳', '퇴식구(退食口)'는 '식기 반납하는 곳'으로 순화용어를 사용하면 좋을 터인데, 이 역시 사대주의 팽창에 따른 어리숙한 편승이다. 얼마 전 외국을 가기 위해서 비행기를 탔다. 기내 좌석에는 국. 학문 혼용 안내문구가 붙어 있었다. '구명동의(救命胴衣)는 좌석(座席)밑에 있음' 이었다. 이 말을 이해하겠냐고 일행에게 물었다? 그러자 반신반의. 이러한 문구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항공사의 한글 이해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승객의 생명과 직결되는 안내 문구가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로 쓰여져 있다는 얘기이다. 이 말을 ‘비상용 의류 자리 밑에 있습니다.’하면 좋을 것을. 약국에서 파는 의약품 설명서를 보라. 잘못 사용하면 치명적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의약품안내문에 '경구 투여 금지' 라고 적혀 있다. 이를 '먹으면 안 된다' 는 말로 쉽게 적어 놓으면 좋을 것을 말이다. 근래 정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국어책임관제’를 지정 운영하고 있다. 일본식 한자어나 어려운 외래어로 된 행정, 법률용어를 바른 국어로 순화사용하자는 운동이다. 다 함께 이 운동에 동참하여 나라사랑 바른 나라말을 가꾸어가자. 식당에서 흔히 하는 말이 ‘하꼬비’ 와 ‘짬빱’ 이다. 하꼬비는 일본말로 물건을 나르는 사람을 자칭하는 것이다. 우리말은 나름이, 나르는 이, 운송원이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말 중에도 ‘잔빵, 짬빱’ 이 있다. 잔빵은 일본말 잔반을 우리말처럼 사용하면서 된소리를 낸 것인데 우리말로는 대궁밥, 남은밥, 밥찌게이다. 극장 영화관 공연장 따위 문간에서 입장권 초대권 같은 것을 받는 사람을 아직도 ‘기도’ 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 기도는 일본말로 한자 목호(木戶)를 사용한다. 우리말은 문지기, 집표원, 수표원 이다. 가요계에서는 아직도 ‘노래취입’ 이라는 말을 씁니다. 일본말 후레이레 를 그대로 쓰는 것인데 우리말은 노래녹음 이다. ‘깡소주’는 가벼운 주머니에 깡다구(깡)를 안주삼아 쓸쓸히 마시는 소주이다. 어떤 이는 비싼 안주 대신 ‘새우깡’을 놓고 마시는 소주가 깡소주라고 한다. ‘깡소주’는 ‘강소주’가 강하게 표현된 말이다. 그냥 안주 없이 마시는 술이 ‘강술’이고, 안주없이 마시는 소주가 ‘강소주’다. 국과 찬이 없이 맨밥으로 먹는 밥이 ‘강밥’이듯 말이다. 접두사 ‘강-’은 강추위, 강더위 등에서 ‘호된, 심한’의 뜻으로 사용. 강울음, 강호령 등에서는 ‘억지스러운’ 뜻으로 쓰인다. 강기침, 강서리 등에서는 ‘마른, 물기가 없는’의 뜻으로 쓰인다. 시중에 판매되는 ‘새우깡’ ‘감자깡’ ‘고구마깡’ 등의 ‘-깡’은 처음 나온 제품명을 따라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 특별한 의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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