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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호 논산소방서 방호담당

소.통을 해야만이 우리가 함께 살 수 있다. 지금에 온 나라 안팎에 온통 소통부재로 난리 속이다. 전쟁 속 만이 난리가 아니다. 그러나 가진 자와 쥔 자는 보호 틀 속에서 눈 하나 꿈쩍 않는다.

온 나라 안이 임금과 백성 사이, 조직과 조직 사이, 진보와 보수 사이, 고위직과 하위직 사이, 무능한 상사와 유능한 부하 사이, 무능한 직원과 유능한 직원 사이,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도 소통 부재로 가히 목불인견이다. 비단, 소통 부재가 이것 뿐 만 이겠는가.

대한민국의 길목에는 소방통로가 막혀 있다. 법이, 정부가, 국민 스스로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소방통로를 막고 있다. 온갖 도로에, 고층 빌딩 진입로에, 학교 진입로에, 달동네 진입로에, 골목길에도 소방통로가 막혀있다. 국민들의 승용차로 꽉 막혀 있다. 그곳을 막고 있는 자는 바로 국민들 자신이다.

심지어는 노인 요양시설, 정신지체자 시설, 치매환자 요양시설 등이 쇠창살로, 통유리로, 계단으로 막혀있다. 이곳 역시 사람이 막았다. 평범하게 죽을 기회를 박탈당했다고도 할 수 있다.

멀쩡한 일반인들의 소방통로는 뚫려 있다. 그러나 우리들의 어머니와 아버지들인 치매환자, 형제자매인 정신지체자 등의 생명통로인 소방통로는 막혀 있다. 각종 복지마을도 생명통로인 소방통로가 막혀있다. 차단 당한 셈이다.

나 자신도 늙어서 혼자되면 노인 복지마을에 신세를 져야 된다. 노인들의 꿈의 시설인 노인요양시설에 일반인들을 위한 소방통로는 있어도 치매노인들을 위한 생명통로인 피난통로는 없다. 새로이 건축된 노인요양시설 등은 온통 벽과 통유리와 계단으로 설치되어 있고, 치매환자들의 이동 수단은 관계자들에 의해 이동되는 엘리베이터와 휠체어, 이동용 침대가 있다.

또한 실내에 설치된 목재계단 역시 일반인도 착시현상을 일으킬 정도의 같은 무늬목으로 되어 있어 위험에 노출되어있다. 노인병원도 마찬가지다.각 층은 치매환자들의 입원실로 되어있다. 화재시 치매환자들을 태운 휠체어가 빠져 나갈 수 있는 생명통로인 소방통로가 없다. 온통 통유리와 계단 속에 갇혀있는 꼴이다. 누구를 위한 시설인 지를 마지막에 빠뜨렸다.

젊은 시절 생활고에 갇혀 한 많은 세월을 사신 분들이며 자식이란 굴레에서 갇혀 호의호식도 못한 체 살아 오신 분들이다.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복지마을이 생겨 말년을 편히 보내게 생겼다. 그런데 말년에 또 갇혀 버렸다.

불행하게도 우려했던 일들이 일어났다. 작년에 포항 인덕요양원에서 화재로 소중한 부모님들의 목숨을 억울하게 잃었다. 화재시 연기로 인한 질식사는 불 보듯 뻔 한 참상이다. 법정 시설 등은 합법적이다.

지나친 표현이겠지만 일본군이 조선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을 상대로 생체 실험하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 통유리 안의 참상은 가히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방법이야 어떠하든 그분들의 피난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치매라는 이유로, 정신지체자라는 이유로 쇠창살 안에서 요양되며 보호되고 있다.

가정불화, 사회적 불균형, 조직내부의 불합리, 조직 간의 갈등, 중앙과 지방의 부조화 등 모든 것이 막히고 있다. 고층에서 화마에 막혀 뛰어 내린다. 뛰어 내리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있는 데도 국민들은 도무지 들으려 하지 않는다. 재난으로부터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도대체 자기들 일이 아닌 양 외면한다. 국민들 스스로가 생명통로를 막아 놓고도 모른다. 사람과 사람이 통하는 통로인 우리들의 가슴도 막혀 있다. 사람과 사람이 소?통을 해야 만이 함께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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