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대출 등 매매·전세 주담대 수요 지속된 영향"

우리나라 가계빚이 3분기(7~9월) 36조7000억원이 늘었다. 지난 2분기와 비교해 오름폭은 다소 둔화됐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대출총량관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의 노력에도 가계빚 오름세는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말 가계신용 잔액은 1844조9000억원으로 전분기말(1808조2000억원)과 비교해 36조7000억원이 늘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부채)'을 말한다.

사상 최고 수준인 지난해 4분기(46조1000억원), 직전분기인 2분기(43조5000억원)와 비교해 3분기 오름폭은 다소 둔화됐으나,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인 지난 2018~2019년 분기별 평균 16조~21조5000억원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오름폭은 여전히 높다. 전년동기대비 증가율도 9.7%를 기록해 지난 2019년 4분기 이후 7분기 연속 이어진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로써 가계신용은 올해 3분기까지 116조9000억원이 늘어 총 1844조9000억원의 잔액을 기록했다. 앞서 가계신용은 △2018년 76조8000억원 △2019년 58조3000억원 △2020년 127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송재창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오름세가 줄어든 것은 금융당국 및 금융권의 대출총량관리 노력 및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효과 등이 반영된 결과"라면서도 "하지만 주택 관련 수요가 지속되면서 유의미한 감소세를 보였다기 보다, 오름폭이 다소 둔화된 정도로만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세부적으로는 가계대출에서 전분기말 대비 37조원이 늘어난 1744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가계대출도 직전분기(39조7000억원) 및 전년동기(41조원) 대비 오름폭은 줄었으나,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매매·전세 거래 관련 자금수요가 지속되고 집단대출 취급이 확대되면서 전분기와 비교해 확대됐다. 반면 기타대출 증가폭은 신용대출한도 축소 등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등으로 줄었다.

업권별로는 예금은행 증가폭이 전분기에 비해 확대됐으나,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및 기타금융기관 증가폭이 줄었다. 실제로 예금은행은 주담대 중심으로 증가폭이 확대된 데 반해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상호저축은행·상호금융 등에서 기타대출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축소됐다. 기타금융기관은 주택금융공사의 정책모기지 양수액 감소와 기타금융 중개회사 중심 주담대 증가폭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기타대출 증가폭도 여신전문회사를 중심으로 감소했다.

은행대출을 막으면서 규제한 영향이 예금은행 외 금융기관으로 풍선효과가 일 것이란 예상과는 반대로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송 팀장은 이에 대해 "예금은행은 주담대를 중심으로 증가했는데, 주담대는 2분기 기승인된 집단대출이 증가하는 등 매매·전세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모습을 보였다"며 "반면 기타대출의 경우 신용대출한도를 축소하는 등 금융기관들이 가계대출을 관리하면서 전체 업권에서 증가폭이 줄어드는 모습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을 나타내는 판매신용의 경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대면서비스 소비 부진 여파에 여신전문회사를 중심으로 2000억원이 줄었다. 지난 2분기 2조5000억원 증가, 지난해 3분기 4조9000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해 감소 전환했다. 이에 3분기 잔액으로는 100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3분기 가계신용 오름세가 눈에 띄는 감소 흐름을 보이지 않으면서 오는 2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인상한데 이어 이달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신호를 수차례 내비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발표는 한은의 금리 인상 당위성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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