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유족들 "법인카드 사용했으니 분명한 산재" …근로복지공단 “산재에 해당 안돼”

직장에 다니는 평범한 한 가장이 회사 회식 자리 과정에서 후배와의 말다툼으로 인한 폭행으로 사망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세간의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더욱이 피해자 유족들은 가해자로부터 사과는커녕 단 한 푼의 피해보상금도 받지 못했고, 회사에서 산재처리 결과 처분을 받았으나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산재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생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사실은 피해자의 배우자인 A씨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런 사실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내용에 따르면, 대전 대덕구의 D환경업체 소각로 운전원인 B씨는 지난 2019년 2월 20일 회사 간부 주최인 ‘사우회’ 저녁 회식에 참석해 이후 상사, 타 부서 인원과 함께 2차 술자리 중, 사소한 말다툼에 기인한 상대방의 일방적인 폭행으로 다시는 자식과 아내에게 돌아오지 못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는 또 이 글에서 “어둠의 통로 끝에 겨우 받은 판결문에는 ‘피해자는 처와 두 자식의 생계를 책임지던 가장이었고, 피해자의 유족들은 이 사건으로 인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면서 피고인에 대한 강한 처벌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정상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는 엄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다만, 피고인에게 음주운전으로 인하여 1회 벌금형을 받은 외에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과 범행을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한다’는 내용으로 피고인에게 5년이라는 형벌을 부과했다. 저도 인간이기에 피해자의 가족으로서 사형을 바랬지만 판결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참고로 저는 피의자를 비롯한 그의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단 1원의 피해보상금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본지가 이 사건을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고인이 된 B씨와 가해자인 C씨는 회사 동료 선후배 사이로 사건 당일 회사가 주관한 회식 1차를 마치고 2차로 동료 2명과 술을 마시던 중 팔씨름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C씨의 폭행으로 쓰러져 머리를 크게 다쳐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던 중 지난 2019년 2월 28일 사망했다.

이에 C씨는 상해치사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5년의 형을 선고 받고 현재 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그런데 문제는 B씨의 사망이 회사에서는 산재로 처분을 받았는데도, B씨의 유족들이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서가 근로복지공단 대전지역본부에서는 지급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근로복지공단 측이 A씨에게 보내온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서 처리결과에 따르면, 2차 행사는 1차 행사 종료 후 사우회 임원 3명만 주점으로 이동하여 술을 나신 것으로, 사업주가 주관한 행사가 아니고, 참여도 강제성이 없어 3명만이 사적으로 참석한 점, 사업운영 또는 노무관리상 필요한 행사로 판단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B씨가 동료와 팔씨름을 하다가 그 문제로 다투고 폭행으로까지 이어진 사항은 업무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사적인 행위로서 업무와의 상당인과 관계가 인정되기 어려워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부지급 결정하게 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A씨는 가해자인 B씨에게도 또 국가기관인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도 단 한 푼의 피해 보상금을 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한편, 산업재해보상법 제37조에 따르면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나 행사준비 중에 발생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사업주가 주관·지시하는 행사에 회식이 포함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대법원 역시 “근로자가 회사 밖의 행사나 모임에 참가하던 중 재해를 입은 경우에 그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인원과 그 강제성의 여부, 운영방법, 비용부담 등의 사정에 비추어 사회 통념상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고 근로자가 그 행사나 모임의 순리적인 경로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 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 2017.3.30. 선고 20167두31272)는 판례가 있다.

이에 대해 A씨는“두 자녀의 가장인 남편이 동료 후배의 무자비한 구타로 사망한 것도 억울한데 이를 엄하게 처벌해야 할 가해자의 형량도 너무 가볍고, 또 이러한 억울한 피해자를 보호하고 관리해야 할 국가기관마저 이해할 수 없는 근거를 대고 유족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는 통보를 해온 것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제2,제3의 고통을 던져주는 것”이라며 “오죽 억울하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이러한 사연을 올렸을까하는 비통한 심정을 근로복지공단에서는 헤아려주시기 바란다. 마지막까지 산재에 관한 보수적인 틀을 향해 저와 제 아이들을 위하여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대전지역본부 관계자는 “회사 측이 B씨의 사망사고에 대해 산재처리를 한 것은 단지 참고사항일 뿐 이 사건을 산재처리 할 것인지에 대한 것은 전적으로 공단의 법률적 판단에 있다”면서 “유가족들께는 죄송하지만 이 사건은 이미 지난 2020년 1월에 산재처리가 어렵다고 종결 처리된 사건이다. 유가족께서 억울하시다면 다시 재심 청구를 진행해 결과를 기다리는 방법이 있고, 여기서도 산재 부지급 판정을 받으면 법적 소송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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