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천송도 확정 … 허태정 대전시장, 매번 국책사업 실패

대전시가 제안하고 유치에 사활을 건 'K-바이오랩허브' 구축 후보지로 인천 송도가 최종 선정되면서 대전시민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 2019년, 중기부의 스타트업파크 공모사업 때도 인천에 밀린데 이어 또 체면을 구기면서 지역 정치력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또한,공모 과정에서 여당 대표가 인천을 두둔하는 발언을 해 구설에 오르는가 하면, 중기부가 대기업 위주의 평가를 했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대표 바이오 창업기업 육성을 위한 ‘K-바이오 랩허브’ 구축 후보지로 인천 송도를 선정했다.

‘K-바이오 랩허브’는 ‘모더나’를 배출한 것으로 유명한 미국 보스턴의 바이오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랩센트럴’을 벤치마킹한 모델이다.

지난 5월 진행된 ‘K-바이오 랩허브’ 모집공고에는 총 11개 지방자치단체가 참여 신청을 했다. 중기부는 서류·현장평가를 거쳐 발표평가 대상으로 경남·대전·인천·전남·충북 등 5개 지역을 선정했으며 이날 발표평가를 통해 최종 후보지로 ‘인천 송도’를 최종 확정했다.

후보지로 선정된 인천 송도 지역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국내 대표적인 바이오 앵커기업과 함께 송도 세브란스 병원 등 병원, 연구소 등이 집약돼 있어 산·학·연·병 협력 네트워크가 중요한 ‘K-바이오 랩허브’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지 무상제공, 높은 재정 지원계획 등 사업계획도 높은 점수를 얻었다.

선정평가위원회 위원장인 김희찬 서울대병원 교수는 “미국의 랩센트럴처럼 성공할 수 있는 곳, 바이오 창업기업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대학·병원·바이오기업 등 협력 생태계 구축에 적합한 곳을 찾는데 중점을 뒀으며, 평가결과 인천 송도가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K-바이오 랩허브’는 올해 하반기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하고 사업계획이 통과될 경우 2023~2024년 조성공사를 거쳐 2025년부터 본격 운영될 예정이다.

대전시는 자생적으로 성장한 바이오 벤처기업 6백여 곳을 바탕으로 대전형 바이오랩허브를 자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 대해 대전시는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으로 향후 이와는 별개로 ‘대전형 바이오 랩허브’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12월 수립한 ‘2030 대전 바이오헬스 혁신성장 마스터플랜’에 따라 차근차근 추진할 계획이다.

‘대전형 바이오 랩허브’ 육성 계획은 중소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자생적으로 성장해온 바이오클러스터 인프라와 바이오메디컬 규제자유특구의 충남대병원 시설(BL-3) 활용해 추진된다.

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출연연의 연구개발능력, KAIST(한국과학기술원 지역의 우수한 연구인력을 활용해 대전만의 바이오 특화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대전은 세계수준의 융복합이 가능한 팁테크 기술력과 이를 빠르게 실현할 고급인력이 풍부하다는 건 최고의 장점이다.

특히 대전시는 그동안의 공모 준비과정에서 총력을 다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랩허브 유치를 위해 허태정 시장을 비롯해 대전시 공직자들은 청와대와 국회, 중앙부처 등을 수차례 방문하는 등 동분서주했다. 이날 대전시 프리젠테이션 발표자로 허태정 시장이 나서는 등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애초 이 사업은 대전시가 정부에 제안하면서 추진됐다. 하지만 중기부는 전국 자치단체 공모사업으로 결정키로 방향을 선회했다. 자치단체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대전시는 지역 내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해 이 사업 유치를 총동원해왔다. 유치위원회와 실무추진단을 구성해 당위성을 설파해왔다. 유치의향서를 내기 이전 충남도와 세종시의 전격 지원을 받기도 했다. 22만 명의 시민들도 서명운동에 동참해 염원을 보여줬다.

이날 랩허브 선정지역 발표 이후 허태정 시장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정부의 발표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다만 우리의 역량과 준비한 부분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면서 “정부 공모사업과는 별개로 대전형 바이오 랩허브 추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허태정 시장은 지역 공모 사업이 가진 구조적 한계와 국가 공모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허태정 시장은 “바이오분야 중소벤처기업의 창업지원이라는 이번 사업의 본래 목적을 간과한 후보지 선정에 대전뿐 아니라 탈락한 다른 자치단체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향후 공모사업 평가 배점에 ‘지역균형발전 가점’이나 사업 아이템 제안한 자치단체에 대한 인센티브 등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허태정 시장은 “랩허브 대전유치를 위해 많은 관심과 응원을 아끼지 않으신 시민여러분께 송구하다”며 “대전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살려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 당당히 나설 수 있는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은 이날 K-바이오 랩허브 입지가 인천으로 결정되자 논평을 통해“지역 균형발전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150만 대전시민의 염원이 물거품이 돼 유감”이라며 “공정을 내세워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만 유발하고 수도권 편중만 심화시키는 국책사업 공모 방식은 이번 일을 계기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이날 논평에서 “대전이 가진 바이오 관련 인프라와 대전시 실력이 부족해 송도에 사업을 넘겨준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면서 “7석 전석을 차지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해 온 대전 여당 국회의원들은 또 꿀 먹은 벙어리 행세를 할 참인가보다”라며 “그동안 여당 국회의원들이 큰 소리만 치고 번번이 정부여당에서 외면당한 일이 한 두 번도 아니지만 실망스럽고 허탈한 것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시당은 또 “이제까지 실패 경험을 토대로 정치력에 밀리는 일이 없어야한다는 지적에 대전 정치권은 어떤 대처를 해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공정한 경쟁에서 벗어난 여당 당대표 지원에 대해 정치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대전 정치력만 한탄해야 할 일인지 삶은 고구마 먹고 물 못 먹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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