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가정의 달인 5월이 시작됐다. 5월이 갖는 의미는 신록의 아름다움이다. 늘 푸근하고 평화로운 계절의 상징으로 우리를 매료시키지만 올해는 예년과 조금 다르게 5월을 맞는 것 같다. 코로나 시국에 첫날부터 5월을 시샘하는 눈이 내렸다. 강원도 산간지역에 함박눈이 내려 설국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한겨울로 되돌아간 듯 대설주의보까지 내려졌다. 5월에 이런 대설특보가 내려진 것은 22년만의 일이라고 한다. 여기에다 전국이 흐리고 곳곳에 비가 내렸다. 아침최저기온마저 10도 이하로 뚝 떨어져 쌀쌀함까지 더했다. 겨울옷을 다시 찾아 입을 정도였다. 강풍까지 불어댔다. 야구장의 선수들조차 덕 아웃에서 두툼한 파커를 입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을씨년스럽기도 하려니와 왠지 우중충한 분위기마저 자아내는 날씨 탓에 5월의 시작이 맑지만 않은 것 같다. 단지 곳곳에 날아든 송홧가루를 씻어준 것만은 그래도 위안이 된다. 긍정과 부정 양면이 여기에도 존재하는 듯싶다.
그래도 5월은 우리가 가장 기다리는 달이기도 하다. 5월의 일정 중에 가장 뜻깊은 날은 단연 5일 어린이날과 8일 어버이날이다. 이날만큼은 그래도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들을 위한 알뜰한 배려와 애정이 넘치는 날이고 부모님과 어르신들에 대한 경로효친 사상인 효심이 고양되는 날이다. 그래서 5월은 평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5월에 듣는 어린이날 노래는 언제나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순수함과 희망, 꿈, 설렘이 모두 담겨있다. 윤석영 작사, 윤극영 작곡이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우리가 자라면 나라의 일꾼 손잡고 나가자 서로 정답게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이 얼마나 아름다운 글이며 노래인가. 가슴 뭉클하게 다가서는 5월의 노래이다. 기성세대가 어린이들을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런 어린이를 낳아서 길러주시는 어버이의 은혜는 더할 나위가 없다. 어린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에 온 세상이 희망차고 마냥 평화로움에 젖다보면 3일이 지난 8일은 어버이날이다. 카네이션을 달고 자식들의 따뜻한 마음에 흐뭇해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곳곳을 장식하는 날이다. 카네이션은 석죽목 석죽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카네이션은 미국의 한 여성에 의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상징하는 꽃이 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어머니가 가장 좋아했던 꽃이었기 때문이었다. 유래가 어떻게 됐던 부모님 은혜에 대한 공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는 카네이션은 자식들의 효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고래로 사자성어인 ‘불효부모사후회(不孝父母死後悔)’가 회자되어 왔다.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후에 후회하게 된다”는 것이다. 부모님이 먼저 가신 자식들은 이날 이런 회한의 마음을 더 갖게 되기도 한다.
어버이날 노래는 두 가지가 있다.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높은 게 또 하나 있지 낳으시고 기르시는 어머님 은혜 푸른 하늘 그 보다도 높은 것 같애. 넓고 넓은 바다라고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넓은 게 또 하나 있지 사람되라 이르시는 어머님 은혜 푸른 바다 그 보다도 넓은 것 같애.’ 또 다른 어버이날 노래는 양주동 작사 이홍렬 작곡이다. 낳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요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없어라. 어려선 안고 업고 얼려주시고 자라선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맘 앓을 사 그릇될 사 자식 생각에 고우시던 이마 위엔 주름이 가득 땅 위에 그 무엇이 높다 하리오 어머니의 정성은 지극하여라.” 부모님의 모든 것들이 함축되어 있는 노랫말이다. 가슴 뭉클한 내용으로 심금을 울린다. 아마도 올해 어버이날도 이 노래를 부르며 눈물짓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비록 눈이 오고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며 5월 봄의 시작을 시샘하고 있지만 어김없이 다가온 5월의 산하는 신록의 푸름이 더하고 있다. 벌써 아카시아 꽃도 만개하고 매혹적인 꽃향기를 풍기고 있다. 코로나가 물러가지 않고 국민들을 괴롭히고 있지만 백신도 접종이 시작되고 나름대로 안간 힘을 다하고 있다. 백신이 부족하다고 다른 나라보다 접종이 늦다고 아우성이지만 5월은 우리 앞에 이미 서 있다. 신록을 더하는 산하의 눈부심이 아름답기만 하다. 어김없이 다가서는 자연의 섭리 앞에 머리가 숙여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불평과 불만, 부정과 불신이 넘실대고 눈비와 강풍이 몰아치며 시샘을 해도 5월의 아름다운 산하를 토해내는 자연의 장엄함과 순리 앞에서는 별도리가 없는 듯하다. 긍정의 힘이 부정을 이기고 있다는 느낌이다. 코로나19가 아무리 사악하게 다가서도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인류의 노력은 기필코 빛을 발할 것이라는 기대를 그래서 해보게 된다. 코로나로 잔뜩 움츠려 들긴 했지만 그래도 이 아름다운 5월의 푸른 산하와 평화로움, 그리고 5월의 값진 의미에 흠뻑 취해 봄이 어떨까 싶다. 진정한 봄의 향연은 지금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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