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광역시는 4명, 대전만 24학급 이하 초등학교에 3명 배치

#병설유치원 교사 A씨의 일과는 가히 살인적이다. 아침 7시 40분에 출근해 ‘아침 돌봄’을 수행하고,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꼬박 5시간 동안 수업한다. 이후에는 유아학비 정산, 교육공무직 인건비 성립전예산 수립, 위탁급식업체 선정, 놀이시설 관리 등 각종 행정업무를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수업 준비는 퇴근 후로 미룰 수밖에 없다.

유치원 교사들은 “내가 교사인지 행정실 직원인지 헷갈릴 정도”라며 교육청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병설유치원 교사들의 과중한 행정업무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병설유치원에는 단설유치원과는 달리, 별도의 행정직원이 배치돼 있지 않아 초등학교 행정실에서 행정업무를 겸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대전 공립유치원 교사들이 참다못해 행동에 나섰다. 전교조대전지부 유치원위원회는 오늘부터 무기한 교육청 앞에서 ‘유치원 업무 정상화’ 1인시위와 규탄 행동 등을 이어갈 예정이다.

전교조 대전지부가 <교육감 소속 지방공무원 정원 배치기준>을 분석한 결과, 대전은 24학급 이하 초등학교에 3명(11학급 이하는 2~3명)의 지방공무원을 배치하고 있다. 대전을 제외한 광역시는 모두 4명이다(서울은 5명). 초등학교 행정실 인력이 1명 적으면 행정실 공무원, 초등학교 교사, 병설유치원 교사 모두 과중한 업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치원 교사들은 대전시교육청이 말로만 ‘교육 전념 여건 조성’을 외칠 것이 아니라, ‘대전광역시교육감 소속 지방공무원 정원조례’ 시행규칙을 개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는게 전교조의 설명이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초등학교 행정실 인력이 증원되지 않으면 병설유치원 교사들은 행정업무에 치여 도무지 교육에 전념할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유치원 교사들은 좀 편하게 일해 보려고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다. 행정업무에 치여 본연의 업무인 교육활동에 소홀해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컴퓨터 모니터 말고 아이들 눈빛을 더 오래 마주하고 싶다!”는 절절한 외침에 교육청이 응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혜영 유치원위원장은 “날마다 오후 5시부터 1시간 동안 교육청 앞에서 릴레이 손펼침막 시위를 벌일 것이다. 유치원 선생님들이 너무 바빠 못 나오시면 혼자라도 마이크 잡고 대전시교육청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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