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국립한밭대학교 사무국 시설과 공업주사보

내 기상패턴에 맞추어 음악을 들으며 잠자리에서 눈을 뜬다. 로봇에게 청소를 맡기고 내 취향에 맞는 TV프로그램을 목소리로 선택한다. 모든 집안의 사물이 스마트폰과의 대화로만 제어가 가능하다.

어릴 적 흥미롭게 보았던 공상 과학(SF)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러한 일상은 이미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왔다.

최근 한 가전제품 회사에서는 전자제품에 탑재된 인공지능(AI)이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더 나은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가전제품은 4차 산업혁명의 급물살을 타고 AI, 사물인터넷(IoT)과 결합해 우리일상에 수혜를 줄 것이라 선전하고 있다.

‘자기 자신을 전자제품 중 무엇과 비유할 수 있을까요?’ 이는 필자가 처음 공직에 입사할 당시 면접현장에서 실제로 받았던 질문이다. 이 질문에 ‘최신식 TV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최신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에게 다양한 만족감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라는 허장성세(虛張聲勢)와 같은 대답을 했던 기억이 있다.

과연 그 당시 면접관의 질문 의도는 무엇이고 어떠한 전자제품이 공직에서 필요한 가치관을 대변할 수 있는 답변이었을까?

면접관이 생각하는 답변은 ‘냉장고’였다. 비록 냉장고는 다른 가전제품에 비해 많은 고객들이 흥미를 갖는 물건은 아니지만 묵묵하고 꾸준하게 모든 가정에 도움을 주는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존재라는 설명과 함께 직장생활에 대한 그만의 가치관을 알려주었다.

집 안에 있는 최신 가전제품은 대체로 흥미로운 관심을 끌어 구매한 반면 빠른 기술의 발전으로 쉽게 도태되고 자주 교체하거나 버려진다. 그러나 냉장고는 고유의 역할을 기반으로 모든 가정이 소유하고 있으며 오랫동안 사용하는 가전제품이다. 그리고 정량의 일을 일정 페이스를 유지하며 결코 멈추지 않고 끈기 있게 일을 한다.

이러한 가치관이 다소 ‘꼰대’스럽다고 느끼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반면 최근 주변에서는 신입사원이 조기 퇴사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다수의 언론은 최근 1년 이내 채용한 중소기업 신입사원의 10명 중 3명이 퇴사하고 있으며, 일부 공공기관의 퇴사비율은 두 자릿수를 웃돌아 큰 난항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엎친데 덮쳐 지난 해 부터 발생한 코로나19사태는 엄청난 고용 충격은 물론 연일 실업률을 높이고 있다. 반면 일선 기업에서는 사람을 채용하기 힘들뿐더러 입사한 직원들조차 얼마 지나지 않아 직장을 포기하는 상황이 증가하고 있다. 급격한 세태변화로 인한 지나친 개인주의숭배와 함께 ‘스펙’ 쌓기에만 전념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에는 사회적 문제가 조직 내 트러블로 이전되는 현상을 찾아보기 매우 힘들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유독 세대 간 갈등과 퇴사율 증가 등 각종 문제적 사회지표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현상은 고민해 볼 만 하다.

이견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융합을 위해 조직이 할 수 있는 배려가 ‘이해와 공감’이라면 조직에 대한 사회 초년생의 마음가짐은 ‘인내와 끈기’라고 생각한다.

신입사원들이 가질 수 있는 남다른 경쟁력은 자신의 역할을 묵묵하게 지켜나가는 가치관일 것이다. 사람만이 갖는 성품 중 으뜸이 바로 ‘인내와 끈기’라는 말이 있다. 이는 꾸준함과 성실함을 유지하는 능력은 높은 학력과 스펙만큼이나 중요한 가치관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나 자신의 특별함을 먼저 내세우기보다는 이타적인 생각으로 직장생활에 임한다면 인과응보(因果應報) 측면에서라도 자신에게 더욱 많은 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

꽃 축제를 예로 들어보자. 누가 봐도 특이한 꽃들은 관중들의 다양한 관심으로 인해 제일 먼저 손에 꺾이지만, 크게 눈에 뜨지 않는 꽃들은 오래도록 남아 공원을 지키며 축제의 주인공이 된다. 이와 같이 특별하지는 않아도 ‘인내와 끈기’를 지속할 수 있는 조직원들이 자신의 회사를 지키고 일상을 만들어 간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 순간 힘들게 취직을 한 후 섣부르게 퇴사를 고민하는 친구 또는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나 자신만의 특별함을 추구해 타인의 손에 꺾일 꽃이 될 것인지, 아니면 주변의 꽃들과 어울려 축제를 즐길 것인지를 선택해 보기 바란다. 사실 필자 역시 아직 20대로 꼰대소리를 들을 나이가 아닌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러나 너무도 안타까워 진심으로 드리는 고언(苦言)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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