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이제 춘분도 지났고 본격적인 봄이 왔다. 코로나19로 잔뜩 움츠렸던 모든 만물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담장에는 봄의 전령사인 개나리와 벚꽃, 목련꽃들이 망울이 터트리고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어김없이 날아드는 중국의 황사소식도 변함없이 봄을 알린다. 봄이 되면서 인기스포츠인 프로야구도 지난 20일부터 시범경기가 시작되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시범경기가 치러지지 못했지만 올해는 오는 30일까지 치러진다. 올해 달라진 점은 국내 프로야구에서 4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명문구단 SK와이번스가 지난 5일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대신에 SK와이번스를 신세계그룹이 인수해 새로운 프로야구단 'SSG 랜더스'가 탄생했다. 이 구단에는 추신수선수가 합류하면서 올해 풍성한 볼거리를 예고하고 있다. 스타선수들의 활약과 새로운 스타탄생을 예고하는 프로야구는 오는 4월3일 시즌에 들어가 오는 10월8일까지 715경기가 편성되어 대장정에 돌입한다. 하지만 우천 등을 감안하면 각 팀 간 16차전, 팀당 144경기씩 총 720경기가 치러진다. 코로나19가 얼마나 진정되고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지만 ‘무관중’이 아닌 ‘유관중’ 경기의 모습을 프로야구팬들은 갈망하고 있다.
프로야구에 열광하는 이유가 있다. 그만큼이나 실력이 있는 인기선수들의 몸값이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의 경우 엄청나다. 미국만은 못하지만 우리나라도 몸값의 고공행진은 계속 이어져왔다. 이번에 신세계그룹 야구단에 입단한 추신수가 단숨에 프로야구 최고 연봉 기록을 새로 세우며 2021 프로야구 연봉 킹에 올랐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 4일 발표한 이번 시즌 연봉 자료를 보면 최고 연봉은 27억 원을 받는 추신수다. 지난 시즌 25억 원을 받았던 연봉 킹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는 연봉 8억 원으로 순위가 공동 10위로 밀려났다. 1982년생 황금세대들이 연봉 킹을 이어받고 있다. 2017년 이대호가 롯데와 4년 150억 원의 FA 계약을 맺으면서 연봉킹 자리가 차지했다. 이대호는 25억 원의 연봉을 받으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최고 연봉자였다. 하지만 추신수가 다시 이를 갱신했다. 신세계그룹 야구단은 추신수로 인해 팀 평균 연봉이 1억 7421만원으로 전년대비 20.3%나 올랐다. 10개 구단 중 최고액과 최고 인상률이다. 프로야구단 전체 연봉은 올해 고액 연봉 선수의 은퇴 및 구단들의 육성 기조와 맞물려 지난해 739억 7400만원에서 올해 652억 9000만원으로 86억 8000만원이 감소했다. 그래도 스타선수들의 연봉은 한마디로 고공행진이다. 몸값이 엄청나다.
한국 프로야구가 지난 1982년 3월 27일 첫 개막을 한 이래 39년 만에 이처럼 장족의 발전을 거듭했다. 물론 그 과정에는 우여곡절을 겪은 구단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도 했지만 꾸준한 인기를 누려왔다. 이런 인기를 누리는 원동력은 바로 정정당당함과 공정함이다. 그리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긍정의 기대로 최선을 다하는 신념을 안겨주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투 아웃 투 스트라이크’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기사회생하며 역전을 하는 것이 바로 야구이다. 과거 역전의 명수이던 군산상고가 이런 신화를 썼다. 짜릿한 홈런 한방이 경기를 완전히 뒤집고 팬들을 열광시킨다. 인생역전과 닮은꼴이다. 심판의 판정이 잘못되면 곧바로 비디오판독으로 즉시 오류를 잡아내고 시비를 정확히 가린다. 선수들은 승리를 향한 집념을 불태우며 기량을 높이기 위해 훈련과 체력을 꾸준히 단련하고 대비한다. 투수는 투수대로 타자는 타자대로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쏟으며 팀 승리를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선발투수에서부터 마무리 투수에 이르기까지 혼신을 다해 투구를 한다. 감독은 투수가 공략을 당한다고 생각하면 가차 없이 강판시키고 투수를 바꾼다. 슬럼프에 빠진 타자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가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때로는 방출도 된다. 어찌 보면 인생과 똑같은 것이 프로야구이다. 그래서 프로야구는 많은 교훈과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리나라 선거도 프로야구 경기만 같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선거철만 되면 무슨 잘못들을 그렇게 많이 했는지 각종 추잡한 폭로전이 난무한다. 내용대로라면 후보로 나서서는 안 되는 인물들이다. 그래도 마타도어, 비방으로 난장판을 방불케 한다.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서 당선되려고 온갖 꼼수와 술수가 총동원된다. 케케묵은 것들까지 총동원하여 이른바 ‘상대후보 때 묻히기’가 가히 목불인견이다. 청렴하고 도덕적인 인물들이 공천되는가 싶으면 나중에 보면 그것도 아니다. 정작 실력이 있고 덕망이 있는 인물들은 기득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선거판이자 정치판이다. 프로야구처럼 신진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우선 이기고 보자는 심보도 여전하다. 프로야구 감독과 같은 선관위도 공명정대하게 선거를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신도 매우 크다. 규칙이 있고 심판이 있는데도 그렇다. 비디오판독처럼 오류를 살펴보자고 문제를 제기해도 비디오판독관인 대법원은 법적 시한 6개월조차 넘기며 이의 판단조차 유보하고 있다. 법이 있으나 법대로 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 2014년부터 KBO에 도입된 비디오 판독을 통해 프로야구도 3분의 제한시간을 주고 있다. 올해는 3번까지 확대해 오심을 줄이고 판정의 정확성과 공정한 경기진행을 위해 비디오판독규정 변화까지 단행했다. 우리나라 선거도 프로야구만 같았으면 벌써 선진정치로 들어섰다.
2년마다 돌아오는 선거가 국민들의 분열과 반목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의원선거가 끝나면 지방자치선거, 그리고 중간 중간에 재·보궐선거에 이르기까지 온통 선거판이다. 여기에 대선까지 이어지면서 벌써부터 진흙탕이다. 마치 이전투구를 준비하는 형국이다. 지난 해 21대 국회의원 4.15선거의 후유증도 여전하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뽑는 2021년 재 ·보궐 선거 날짜는 4월 7일로 얼마 남지 않았다. 후보단일화과정도 요란하다. 내년에는 3월9일 20대 대통령 선거, 6월1일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이 두 선거를 동시에 치르자는 논의도 시작되고 있다. 새로운 대통령의 임기 시작은 19대 대통령의 퇴임일의 다음 날인 2022년 5월10일부터 시작된다. 대선을 앞두고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인물들이 물밑에서 조직을 구축하고 슬슬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 재·보궐선거가 끝나면 본격적인 모습들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아름다운 말이 있지만 이는 교과적인 수사에 그치고 있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온갖 꼼수가 난무하는 정치판, 선거판을 볼라치면 마치 매화타령처럼 들린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국민적 불신이 매우 크다. 국민을 위한 선거, 국민이 주인 되는 선거,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을 바로 새기는 성숙한 민주주의 의식이 절실한 시점이다. 만약 이것도 어렵게 생각한다면 프로야구에서 배워봄이 어떨까 싶다. 관중과 국민은 멋진 플레이를 하는 선수, 믿음직한 후보들에게 열광의 박수를 보내고 아낌없는 지지를 표명할 것이다. 선거게임을 프로야구경기처럼 공정하고 멋지게 치러보자. 당당한 승리야말로 값진 것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런 멋진 선거를 기대하는 것은 국민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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