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코로나19를 퇴치하기 위한 백신접종이 지난 2월 26일부터 드디어 시작됐다. 지난 해 1월 20일 대한민국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침투된 지 1년 1개월여 만이다. 분명 이날은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을 포함하여 전 세계는 코로나19로 악몽의 세월을 보냈다. 우리 국민은 전 세계에서 104번째로 백신접종을 시작했다. 세계경제 10위권의 나라치고는 초라하고 늦어도 너무 늦었다. 세계에서 2억2,000만 명 정도가 접종하고 나서야 이제야 백신을 접종하게 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맞지만 늦은 것은 늦은 것이다. 하루가 급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지난해 12월 8일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보다는 석 달 정도, 12월 중·하순 시작한 주요국들에 비해도 두 달이나 늦은 셈이다. 경제개발기구 OECD국가 37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게다가 한국에선 다른 OECD 회원국과는 달리 첫 접종 집단이 고령층이 아니다. 65세 미만의 요양병원 입원환자와 요양시설 입소자, 그들을 돌보는 종사자가 대상이다. 코백스를 통해 들여온 화이자 백신도 2월 27일 코로나바이러스 치료현장 의료진들에게 먼저 접종되기 시작했다. 고령자에 대한 효과가 의심스러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접종은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접종을 유보하고 있다. 효능과 안전성 면에서 우수함이 입증된 화이자·모더나 백신 구매가 늦어져 당장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K방역이란 허상을 쫒으며 백신확보경쟁에서 뒤쳐진 결과물이다. 뒤늦게 허겁지겁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백신접종에서 그 의미를 찾고 있는 모습들이다. 하지만 다소 맥 풀리고 큰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은 정부가 그만큼 현명하고 신속하게 대처를 하지 못한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백신확보와 관련 정부발표가 오락가락하면서 국민 불신을 자초했다. 단계별 접종계획을 발표하고 백신접종이 시작됐는데도 일반 국민들은 내 차례가 언제 올 지 그저 막연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취약계층인 65세 이상 고령층의 불안감은 매우 크다.
여기서 백신확보 내용을 살펴보면 비교적 안전성과 효과가 높다는 화이자 백신은 다국가 백신공급연합체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공급받는 것이다. 5만 5천명분이 들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치료 현장 의료진들에게 먼저 접종을 시작한 것이다. 이 백신을 공급하는 코백스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감염병혁신연합(CEPI) 등이 이끄는 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이다. 올해 안에 20억 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각국에 보급한다고 한다. 선진국들이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른바 배분 역할을 맡은 기구이다. 그곳을 통해 들여오는 것이다. 전 세계에 배분되는 방식이지 노력해서 구입한 백신이 아니다. 이런 백신을 들여오는 정부가 오는 11월까지 국민 70% 이상이 접종 후 체내 중화항체를 갖는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달성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은 미지수이다. 막말로 뒤늦게 호들갑을 떨고 있다.
물론 일부 고소득 선진 국가들의 백신 선주문으로 인한 백신 공급 문제가 지적됐다. 인구와 의료 자원, 정치적 의지 등에 따라 접종완료가 더 빨라질 수 있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집단면역이 늦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꼽은 변수는 백신 수급과 국민 접종 참여율, 변이 바이러스 등 3가지로 보고 있다. 정부가 세운 백신 수급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그리고 국민들의 접종 참여율이 저조할수록 집단면역 형성 시기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또 변이 바이러스의 유입 정도도 중요 변수이다. 일단 정부는 당초 백신 수급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차단하고자 SK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국내 생산 체계를 구축해 어느 정도 대비를 해왔다. 정부가 확보한 백신 7,900만 명분 중 3,000만 명분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안동 백신공장에서 생산된다. 전 국민 대비 57.9% 규모로 적지 않은 물량이다. 이 가운데 1,000만 명분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고, 2,000만 명분은 노바백스 백신이다. 물론 화이자 백신과 얀센, 모더나 백신 등은 해외 공급 상황에 따라 국내 수급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백신접종에 주목되는 나라는 바로 이스라엘이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백신 접종을 시작한 해외 국가 가운데서도 이스라엘의 백신 접종률은 세계 1위이다. 세계에서 가장 접종 진행 상황이 빠른 곳이다. 전 세계에서 5번째로 백신 접종을 시작해서 인구 약 900만 명 중 벌써 50%가 넘는 사람들이 백신을 맞았다. 이스라엘은 오는 4월까지 완전한 일상으로 복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차원에서 2차 백신 접종을 마친 시민에게는 이른바 '그린패스'를 발급해 헬스장, 공연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한다. 지난 달 9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9일 텔아비브 시바 메디컬센터에서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2차를 맞는 모습이 전 세계 뉴스로 타전되기도 했다. 부럽기 짝이 없다. 백신1호 접종을 두고도 논란을 벌이는 우리나라와는 너무나 대조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다른 나라들이 백신 접종을 본격화하면서 신규 확진자 감소세가 확연하다는 사실이 주목되는 점이다. 이는 일상을 되찾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우리나라도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그나마 안도감마저 든다.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감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문가들의 검토를 끝낸 백신이다. 국민들에게 선택권은 주어지지 않지만 그래도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은 면역형성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분명한 것은 늦었지만 백신접종은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굿뉴스’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이 시대 우리 인류가 겪고 있는 황당한 상황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악몽같은 코로나19로부터 하루빨리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백신접종률을 높여 집단면역을 하루빨리 형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백신이 이 땅에 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감사해야 한다. 아직도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고 300∽400명을 오르내리는 확진자 소식을 접하면서 백신접종의 시작은 희망의 등불이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의 올 한해는 백신접종이 꾸준히 이어지게 된다. 국민모두가 백신접종의 긍정적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노심초사하면서 접종을 기피하지 말고 주어진 일정대로 백신을 맞아 코로나19로부터 하루빨리 해방되어 모든 일상을 되찾는 희망과 기쁨의 날을 학수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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