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국어사전에 보면 정치(政治)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즉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라고 되어 있다. 매우 긍정적인 활동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정치(政治) 속에는 바르게 다스리는 ‘正治’나 깨끗하게 다스리는 ‘淨治’의 뜻이 함축되어 있다고 본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정치는 국민들과 불가분의 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 대의민주주의를 통하여 나라의 경영을 맡기고 국민들의 행복한 삶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정치는 현대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우리 헌법 제1조 1항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2항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 정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국회의원의 경우 4년마다 한 번씩 선거를 통해 선출한다. 이번 21대 국회의 경우 여대야소의 구조로 그야말로 여당이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선거결과를 보면 전체 300석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당이 전체 180석, 열린민주당 3석을 포함하면 범여권이 183석이고 국민의 힘은 103석, 정의당 6석, 무소속 5석, 기타 6석의 의석분포로 출발했다. 여당이 과반수인 150석을 훨씬 넘어 마음만 먹으면 독자적으로 모든 법안을 통과시키며 독주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과시할 수 있다. 반면에 야당은 절반이하로 추락하여 나약하기 그지없다. 이런 구조는 역대 처음이 아닐까 싶다. 과거에 여소야대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여대야소의 구조로 모든 힘이 여당에 쏠리고 있다. 이런 21대 국회의 모습은 선거를 통하여 국민들이 만들어준 것이다. 일당 독주의 폐해를 지적하고 있지만 엄연히 국민들이 선택한 정치판이자 국회구성이다. 과거처럼 힘겨루기로 법안을 처리하던 시대가 아니다. 여당 단독으로 개헌을 제외하고 모든 것의 처리가 가능한 정치가 바로 21대 국회이다.
실제 이런 처리는 가시화되고 있다. 인력구성에 난항을 겪던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도 처리됐다. 지난해 12월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은 재석 의원 287명 가운데 찬성 187명, 반대 99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여당은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의결 정족수를 7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에서 7명 중 ‘3분의 2이상 찬성’으로 바꾼 개정안을 마련했다. 기존 공수처법은 야당 측 위원 2명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후보 추천이 불가능하도록 ‘야당의 비토권’을 보장했지만 개정안에서 이를 무력화한 것이다.
또한 논란 끝에 대북전단(삐라) 살포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넘어섰다. 앞으로 접경지역에서 북측을 향한 전단 살포 행위는 불법으로 간주되어 처벌을 받는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14일 본회의를 열고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일명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가결시켰다. 개정안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살포 행위 등 남북합의서 위반행위를 하는 경우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역시 여당의 의지대로 처리됐다. 국제인권단체와 미 의회까지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에 대한 비난 대열에 합류하고 있어 향후 논란은 예상되고 있지만 174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 성향의 정당이 참여해 재석 187명 중 찬성 187표로 가결됐다.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서울고법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도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지난 2월 4일 본회의를 열고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161명이 공동발의한 탄핵소추안을 재석 288명 중 찬성 179명 반대 102명, 기권 3명, 무효4명으로 가결했다. 국민의 힘이 모두 반대를 해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탄핵과 관련 여러 가지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 역시 여당이 마음먹은 대로 처리한 것이다. 과반수 찬성이면 가능하기 때문에 공동발의자만 가지고도 충분히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임대차 3법 중 하나로 전월세신고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재석 188명 중 찬성 186명 기권 2명으로 지난해 7월4일 통과됐다. 한마디로 야당이 맥을 못 추는 형국이다. 그러니 무슨 견제가 가능하겠는가 싶기도 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국민고통의 시대를 살고 있다. 여기에다 늘 갈등과 반복 대립의 연속선상에서 정치가 혼돈을 겪고 있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국민들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건만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 펜데믹 시대에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는 국민들을 위한 정치가 절실한데도 사안마다 제 각각이다. 법무부와 검찰의 대립은 식상할 정도로 지속되고 있다. 서울과 부산의 4월 선거를 앞두고도 막말정치가 판을 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물밑경쟁도 치열하다. 정치를 통하여 권력을 잡고 이를 유지 관리하는 힘을 갖게 되지만 권력욕에 대한 집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지금의 여대야소의 국회의 경우만 보더라도 왜 그런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잇다. 마음만 먹으면 입법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무소불위의 힘이다.
정치가 권력지향형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우리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주권이 국민에게 있으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민을 위한 정치, 국민을 위한 권력행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정치인들의 애국애민정신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국가를 다스리는 정치가 바른 길을 걷고 깨끗한 정치의 길을 향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국회가 여대야소이건 여소야대이건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국민을 위한 진정한 토론의 장이자 협치의 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당은 일방독주의 교만함을 벗어야 하고 야당은 무조건 반대의 목소리만을 높일 일이 아니다. 국민을 위한 올바른 정치가 되기 위해서는 나라의 안위와 미래세대의 행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나라안팎이 너무 혼란스런 작금의 상황에서 정치지도자들 모두가 정치의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되새겨보는 나름대로의 성찰의 시간을 가져봄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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