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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人情)없는 사람
송병배  |  song424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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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2.09  17: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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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문엽 대전지방보훈청 보훈과 주무관

우리는 유대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삶이 크게 좌우되는 공동체적 생활에 익숙하다. 유대관계를 흔히 정(情)이라고 부른다. 우정, 애정 등의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정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며 정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이다.

정이란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나쁘게 보면 쓸데없는 오지랖이고 좋게 보자면 인간애라고 할 수 있다. ‘정들었다’거나, ‘미운 정’ 등의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정이란 서로 부대끼면서 형성되는 것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그래서 정은 학연, 혈연, 지연, 가족 이기주의에서 나온다. 반대로 정은 자신과 부대끼지 않은 대상에 대해서는 한없이 악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한때 ‘쿨(Cool)하다’는 단어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따뜻한 정(情)과 반대되는 개념으로서 내가 아는 사람에게만 선함을 유지하는 정(情)의 부정적 태도를 지양한다는 마음가짐을 의미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쿨’하다는 것은 이기주의로 변질되었고, 스스로를 ‘쿨’하다고 말하는 몇몇 사람은 조직 생활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으로 여겨지기 일쑤였다.

2016년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청탁금지법)’이 시행되었다. ‘정’과 ‘쿨함’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법이다. ‘정’은 사적이고 감성적이며, ‘쿨’은 이성적이고 개방적이다. 그리고 공공선은 단단한 이성에 기반 해야만 실현될 수 있다. 나와의 심정적 거리에 따라 판단하지 않고 적합성에 따라 판단하는 태도는 이성적인 태도이다.

‘청탁금지법’은 이런 태도를 우리에게 요구한다. 청탁을 금지하는 것은 청렴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고, 청렴이란 곧 이성적 판단에 입각해 사적인 윤리와 사회적 윤리를 구분하는 것이다. 사적인 윤리에는 관대하면서 사회적 윤리의 영역에서는 엄밀한 잣대를 적용하는 태도, 다시 말해 나에게 건방지게 구는 후배를 위해서도 내가 가진 기회를 나눠 줄 수 있는 태도를 이 사회는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우리의 태도가 얼마나 ‘쿨’한지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곧 다가온다. 설날이다. 한 해의 끝이자 시작인 설날에는 늘 선물과 함께 정(情)‘을 주고 받았다. 이번엔 아무것도 주고 받지 않는 인정(人情)없는 사람이 되어보자. 뇌물의 옛말은 인정(人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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