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입춘이 지났다. '입춘대길'(立春大吉)과 '건양다경'(建陽多慶)을 기원하는 문구가 카톡 등 SNS를 어김없이 장식했다. 뜻을 살펴보면 참 좋은 말이자 덕담이 아닐 수 없다. 운이 매우 좋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라는 말이다. 새봄의 따사로운 기운을 담은 긍정적인 기원을 서로가 전하며 2021년 봄의 시작을 느꼈다. 24절기의 하나인 입춘은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들며 이때부터 봄이 시작된다고 한다, 영어로도 ‘the first day of spring’이라고 번역된다. 즉 봄의 첫날이다. 하지만 올 입춘은 대설주의보에 함박눈까지 내렸다. 봄이 오는 것을 시샘이라도 하듯이 산하를 하얗게 덮었다. 겨울이 다 끝나고 봄으로 훌쩍 넘어가나 했는데 겨울의 고집이 만만치 않다. 봄을 기다리는 것은 겨울이 삭막하고 강퍅하다는 것이다. 특히 올 겨울은 코로나까지 겹쳐 이중삼중으로 힘겨운 겨울이 되고 있다. 참으로 팍팍한 2월이다.
설 명절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설 대목 분위기는 찾아볼 수가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여전하다. 입춘이 지났는데도 곳곳이 꽁꽁 얼어붙어 있다. 자영업자, 중소기업인, 서민에 이르기까지 힘들다는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가게마다 붙어 있는 폐업과 임대, 임시휴업 문구가 상황의 심각함을 말하고 있다. 방역당국이 ‘사회적 거리 두기 조정 방안’을 발표했지만 현재 적용중인 거리 두기 단계인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를 2월 1일 0시부터 2월 14일 24시까지 2주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설 연휴로 인한 이동 증가 위험을 고려해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등 특별조치는 유행 양상과 무관하게 변동 없이 2주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수도권(2.5단계)은 종전대로 밤 9시까지, 비수도권(2단계)의 경우 지역 다중이용시설 영업제한을 오후 9시에서 10시까지 연장했다. 비수도권 지역의 다중이용시설인 식당·카페, 실내체육시설, 노래연습장, 방문판매업, 실내스탠딩공연장 ,파티룸의 운영시간 제한을 오후 9시에서 10시로 1시간 완화했다. 장기간 운영제한에 따른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고려한 것이라고 하지만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수도권 반발이 매우 거세다.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는 설 연휴까지 전국에 2주간 연장됐다. 설 연휴기간에도 이는 예외 없이 적용되며 직계 가족의 경우에도 거주지를 달리하는 경우 5인 이상 모임을 가질 수 없다. 귀성과 여행자제는 지난 추석과 동일하다. 거리 두기 장기화로 소상공인들의 생업이 점점 어려워지고 피로감에 국민 참여도도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니 구석구석이 아우성이 아닐 수 없다. 겨울보다 더 삭막한 생업현장에서 견뎌낼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벌써 연말연시 두 차례에 이어 또다시 연장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는 방역수칙을 넘어서 서민들의 생계를 초토화하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입춘의 훈풍은커녕 한 겨울의 삭풍이 몰아치고 있다. 서민들이 혹독한 생활환경에 지쳐가고 있다. 강화만이 능사가 아님을 반증한다.
졸업식도 취소되거나 비대면 온라인 방송으로 대체하고 있다. 대학의 학위증도 졸업생들에게 등기우편으로 발송하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확산 우려 때문이다. 한마디로 졸업식이 실종됐다. 입학식도 마찬가지이다. 대학가의 오리엔테이션도 사라질 전망이다. 모든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니 당연히 꽃다발 특수가 사라지고 있다. 화훼농가의 시름이 짙어지고 있다. 꽃집 상인들도 울상이다. 일부 지자체들이 화훼농가 꽃 사주기 운동도 전개하고 있을 정도이다. 초·중·고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졸업식과 입학식이 줄줄이 취소되고 비대면으로 전환하고 있으니 꽃 소비는 당연히 급감할 수밖에 없다. 값도 1/3수준이라고 한다. 이래저래 코로나19는 일상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앗아가고 있다.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모를 일이다. 우리 국민들이 왜 신종코로나의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서민경제가 초토화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고만 있어야 하는지 대책이 없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돕는다며 지원금을 주고 대출을 해준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되질 못하고 있다. 일부는 아예 이런 저런 이유로 그림의 떡이 되고 있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상대적 박탈감이 너무 크다. 견디다 못해 폐업하고 휴업하고 다른 길을 찾지만 이것마저 쉽지 않은 요즘이다.
하루빨리 코로나19로 벗어나는 길은 백신접종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지난 달 28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이달부터 시작되는 백신접종의 순서와 시기 등을 담았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늦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여기에다 아스테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신이 커져만 가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연령을 만 65세 이하로, 이탈리아와 벨기에는 만 55세 이하로 제한했다. 스위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승인 자체를 보류한 상태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많이 들여오기로 한 코로나 백신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스위스에서 승인을 받지 못하였다는 점이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중앙약사심의위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고령자 접종' 판단 유보해야 한다는 결정이 내렸다. 만 65세 이상의 고령자 접종 관해서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것으로 향후 백신접종에 수정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식약처가 향후 최종점검위원회를 열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허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는 하지만 당초 안전성과 효능·효과 등을 강조한 만큼 백신도입이 늦었다고 해도 국민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지금 국민 불신이 너무 크다. 안전하고 효과가 좋은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선호한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늦은 만큼 더 안전한 접종이 필수가 되어야 함은 당연지사이다. 화이자백신이 이스라엘에서 92%의 예방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백신접종 시작도 전에 진통을 겪고 있다. 사전준비가 부족한 탓임은 분명하다.
이래저래 2월은 코로나19로 어수선한 달이 되고 있다. 백신은 시작부터 삐꺽거리고 있어 국민 불신이 커지고 있다. 졸업식·입학식이 모조리 취소되거나 비대면으로 바뀌어 값지고 소중한 추억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해 우한폐렴이란 이름으로 등장해 비상사태를 빚어낸 이래 2년 연속 졸업식과 입학식의 실종이다. 입춘을 넘기며 봄이 왔다고 하는데도 삭막한 분위기는 한 겨울 그대로이다. 설 명절이 다가와 온가족이 웃음꽃을 피워야 하는데도 명절이 아닌 것처럼 보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러다가 세배하는 것도 잊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재래시장에도 설 대목분위기가 살아나지 않아 상인들은 울상이다. 비수도권에서의 영업시간이 밤 10시까지 한 시간이 연장되었다고는 하지만 5인 이하 집합금지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지긋지긋한 코로나19는 백신밖에 해결 묘법이 없는 것 같다. 백신 안전성을 전제로 이달부터 시작되는 백신접종이 잃어버린 모든 일상을 되찾는 시발점이 되기를 학수고대해 본다. 그래서 올 2월이 그동안 1년을 넘게 견딘 인고의 생활만큼 운이 매우 좋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며 기쁨도 배가되는 달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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